[블록미디어 프로메타 연구소 최창환 소장]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일반인들의 생필품 물가 외에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용도 폭등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일시적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안정될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적다.

인플레가 온다고 얘기하면, 자산 시장이 불안해지고 물가가 더 치솟는 것을 걱정하는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물가는 소리 없는 도둑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빈부 격차 확대, 거품 확대를 우려한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러시가 현실이 되고 있다.

물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100원 주고 살 수 있었던 사과 1개를 200원에 사야 한다면 돈 가치가 절반으로 폭락한 것이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재산이 반으로 뚝 떨어지는 셈이다.

최근 4개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 한국일보

그렇다면 물가 상승은 비트코인과 무슨 관계일까?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문제다. 결론부터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해 보자. 결론은 “물가 상승은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어 준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이다.

# 인플레이션 화폐와 디플레이션 화폐
비트코인을 먼저 정의해 보자.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강조하는 비트코인의 장점은 발행량이 한정된 하드 머니(경화)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디플레이션 화폐’라고 정의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수학적 코딩으로 설계된 화폐다.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채굴된(2009년 1월) 때는 블록이 형성되는 10분마다 50개의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불했다. 비트코인 생산량이 10분에 50개인 셈이다. 4년마다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있다. 2013년에는 25개로 2017년에는 12.5개로, 2021년에는 6.25개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들고, 2140년이 되면 2,100만 번째 비트코인이 채굴되고 비트코인은 추가 발행을 멈추게 된다.

이 약속은 지켜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의 공약은 공수표가 될 수가 있지만 비트코인은 사람이 아닌 수학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왜 수학공식이 깨지지 않는지는 다시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디플레이션 화폐인 비트코인이 왜 인플레이션에 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인가? 디플레이션 화폐라는 정의를 받아들이는가? 그렇다면 비트코인 투자는 당연한 것이 된다.

이 정의 자체가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와 여기에 근거하는 금융 시스템의 대안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안이란 뭔가. 기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 기존 화폐 시스템의 최대 약점은 인플레이션
기존 화폐는 피아트 머니(Fiat Money·법정통화)라고 부른다. 갈수록 발행량이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화폐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 중앙은행들은 물가목표를 가지고 있다. 2% 안팎의 물가상승률을 경제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근본이 물가 상승을 전제로 통화 확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한번 보자.

연준(FED) 밸런스. 연준 홈페이지

연준(Fed)의 대차대조표다. 연준의 자산은 미국 국채가 주종이다. 금도 있다. 지난해에는 팬데믹 위기에 처한 기업을 돕기 위해 회사채도 매입했다. 이 자산을 무슨 돈으로 샀을까? 그렇다. 중앙은행이 찍어낸 달러로 산 것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푼다. 여기서 찍는다는 게 중요하다. 말 그대로 머니프린팅이다. 정부가 법으로 돈 찍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내재가치는 없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돈을 지탱해 준다.

그래서 ‘피아트 머니’라고 한다. 예전의 금화 같은 실물화폐 금속 화폐가 아니라 종이 돈이다.

# 돈을 찍으면 돈 가치가 떨어진다
돈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돈 가치가 내려가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사과 값이 두 배, 세 배 뛴다. 물가가 안 오르는 뉴노멀 시대라는 얘기가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닛 옐런 현 재무장관이 “틀렸다”고 지적하자 서머스는 장문의 반박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40년 경력 중 지금보다 인플레가 위험한 적은 없다며 정부의 판단이 지속적으로 틀린 사실을 일일이 지적했다.

미국의 인플레 정책을 비판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트윗.

지난 2월 미국 행정부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2%의 물가 상승을 예상했지만 이미 어긋났고 5월에 인플레이션율이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에는 2% 근처로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틀렸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기도 했다.

# 인플레는 정권과 공동체 위협
물가 상승은 사람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정권의 안위와 공동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다. 수입은 뻔한데 물가가 오르면 생활 수준이 떨어진다. 최근 김밥을 사다가 실감했다. 2,000원 하던 기본이 지금은 2,500원, 3,000원까지 올랐다.

삶을 위해 꼭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물가에 잡히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집값이다. 월세는 일부 잡히지만 전세와 집값 자체는 물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사람들의 희망과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삶 자체가 힘들어지고 위협을 느끼게 된다.

정부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금리인상은 자산 가격을 떨어뜨려 자칫 정권의 위기를 가져온다. 물가 상승은 더하다. 생존을 위협받는 국민들의 분노로 정권의 위기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기, 공동체의 위기를 가져오게 된다. 돈을 많이 풀어 잔치를 할 때는 좋았다. 빚으로 살고, 자산가격 상승으로 소비도 풍족했다.

하지만 잔치 뒤에는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설거지는 힘든 일이다. 잔치가 클수록 치울 것도 많아진다.

# 안전한 피난처는 어디?
결국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흔히 달러를 선호한다. 달러로 된 자산도 대안이다. 미국이 달러를 풀었는데도 달러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통화와의 비교우위 때문이다.

무역이 달러로 이뤄지고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찍어내는 돈 중에는 아직도 달러가 최고다. 유로화와 위안화가 그 자리를 넘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족탈불급이다.

그래도 최근의 달러 살포는 너무 규모가 크다.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준 대차대조표를 보면 ‘찍고 찍고 또 찍은 게’ 보인다.

조선시대 당백전이 있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재정이 부족하자 1전짜리와 같은 금속함량을 포함한 상평통보를 찍으면서 가치만 백전으로 늘린 당백전을 만들어 배포했다. 엄청난 물가 상승이 일어났다.

닉슨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을 정지한 71년 이후 달러 발행량이 100배가 늘어났다. 당백전과 같은 일이다. 지금도 우리말에 가치 없는 돈을 얘기하는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의 땡전의 유래가 당백전이다. 달러가 ‘땡전’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미국의 루미스 상원의원 등 상당수 상원의원들도 달러 가치가 하락하니 비트코인을 사라, 비트코인이 달러 대신 준비통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안 투자처… 비트코인은 디플레이션 통화
디플레이션 통화인 비트코인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비트코인이 지금은 10분에 블록이 하나 형성되고 비트코인은 그때마다 6.25BTC가 채굴된다고 위에서 언급했다.

내재가치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틀린 얘기다.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컴퓨터에서 10분에 6.25개가 생산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설비 투자 비용과 생산에 소요되는 전기료, 공장을 가동하는 사람들의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비트코인의 기본적인 가치이다. 200원만 들이면 무한정 찍을 수 있는 100달러 지폐보다 비트코인이 희소성도 있고 내재가치가 높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레이 달리오는 머니프린팅을 보면서 “현금은 쓰레기”라고 얘기했다. 물가 상승 국면에서 현금은 가치가 떨어지니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도 통화팽창으로 형성된 자산 거품이 터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졌다.

# 위기에 강한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중국의 공격에도 살아남았다. 미국은 중국처럼 금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물기반 비트코인 ETF를 허용했다. 비트코인이 살아남아 제도권에 진입하기 시작한 셈이다.

IT 전문가나 얼리어답터가 아니더라도 투자의 수단으로, 위험 회피의 수단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기가 쉬워진 것이다. 자산 거품 붕괴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속에서 사람들이 찾고 있는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은 “물가 상승은 비트코인 투자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만들어 준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이다.

끝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비치에서 올라온 트윗을 소개한다.

“고맙게도 기름값이 계속 떨어진다. 겨우 10만 사토시(Sats:비트코인의 세부 단위)로 오늘 탱크를 가득 채웠다. 탱크를 가득 채우려면 한 달 전에는 15만 사토시가 필요했고 일 년 전에는 40만 사토시가 있어야 했다. 생활비가 점점 싸진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분할하는 최소단위다. 1비트코인은 1억 사토시다. 디플레이션 통화의 의미를 보여주는 트읫이다.

*본 기사는 한국일보의 10월 30일자 ‘기승전 비트코인’ 칼럼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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