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우리가 어떤 자산에 투자한다고 할 때, 무엇이 기준이 될까요? 주식을 놓고 생각해보자구요.

어떤 기업이 신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놨어요.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확장 속도가 엄청 빨라요. 이 경우에는 `적정 가격`은 잠깐 접어 놓습니다.

# 멀티플
적정 가격 수준, 즉 벨류에이션이 높아도 그 속도가 충분히 커버를 해요. 주식에서 벨류에이션은 PER, EV/EBTDA, PBR 이런 걸로 측정하죠. 간단한 것부터 쬐끔 복잡한 회계 개념이 들어간 숫자들이에요. 보통 멀티플이라고 하죠. 현재 주가에 멀티플이 몇 배 이런 식으로 써요.

“멀티플이 높아서 벨류에이션이 높다” 이런 말을 해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이런 뜻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멀티플이 높아도 기업의 확장 속도가 빠르면 용서가 됩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 TDC vs. SNOW
작년 미국 주식공개시장(IPO)에서 스폿 라이트를 받았던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 SNOW)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죠. AWS, 애저 등을 쓰는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SNOW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평을 듣습니다. 주가가 예상 매출 대비 75배 정도나 하니까요. SNOW와 경쟁하면서 멀티플이 1.5배 정도로 아주 저렴한(?) 주식이 있다면?

지난주 금요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라데이터(Teradata : TDC)가 바로 그런 종목이에요. 이날 TDC는 37% 급등했습니다.

TDC는 SNOW에 비하면 업력이 긴 고인물입니다. 설립 연도가 무려 1979년. 최근에야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업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4분기 4억95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는데 전년비 1% 감소했어요.

TDC의 주가 급등을 이끈 것은 클라우드 비즈니스의 가파른 성장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ARR(연간 반복성 매출)은 1억600만 달러로 전년비 165%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ARR도 전년비 최소 165%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어요.

ARR은 쉽게 말해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매출이에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경우 ARR은 고정 가입자가 내는 회비에서 나오겠죠.

TDC나 SNOW처럼 클라우드 상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들은 서비스 구독(subscription)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ARR이 세 자리 씩 늘어난다고 하면 TDC는 변신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죠.

TDC는 상대적으로 싼 주식, SNOW는 상대적으로 비싼 주식입니다.

TDC처럼 싼 걸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좋은 전략이죠. 그러나 SNOW처럼 확장 속도가 빠른 기업을 다소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것도 괜찮아요.

# 카르다노와 폴카닷..벨류이에션 높은데 속도는 느려
이 전략을 암호화폐에 적용해볼까 합니다. 카르다노(ADA)가 최근 급등하면서 시총에서 리플(XRP)을 제쳤죠.

이더리움(ETH), 카르다노(ADA), 폴카닷(DOT)을 벨류에이션과 속도 관점에서 보자구요. ETH는 디파이 분야의 맹주죠. 디파이 프로젝트 대부분이 ETH를 기반으로 합니다.

후발 주자인 ADA와 DOT를 비즈니스 확장 속도로 보면 그렇게 빠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ADA의 경우 5단계에 걸쳐 한참 메이넷 성능을 끌어 올리고 있으니까 비즈니스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어요. 여하튼 두 프로토콜 모두 이제 막 디파이에 열을 내고 있죠. 아직은 관련 댑(Dapp)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조짐은 없습니다.(아래 관련 기사 참조)

디파이 목장의 결투…이더리움/폴카닷/카르다노 “놈놈놈”

디파이 목장의 결투…이더리움/폴카닷/카르다노 “놈놈놈”

반면 디파이를 재료로 한 가격 탄력성은 매우 높아요. 시총 절대 수치로 보면 이더리움에 한 참 못미치지만, 두 암호화폐의 최근 가격 상승률은 이더리움을 앞서고 있어요. 다시 말해 벨류에이션이 다소 높은 듯합니다. ADA는 메인넷 업그레이드를 재료로, DOT는 중국 빨(?)이라는 분석도 있죠.

(단위=달러, 자료=코인마켓캡)

 

암호화폐 시장에서 특정 프로토콜의 벨류이에션을 측정할 지표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댑의 갯수, 네트워크 활성도 등을 따져야할텐데, 그것도 여의치가 않아요. 공식적인 통계가 잘 안보입니다.

둘 중 하나죠. 비즈니스 확장 속도를 높이거나, 가격 벨류에이션을 낮춰야 합니다. 너무 달리다가 넘어지면 많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