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소재 병원에서 디지털위안을 이용한 시범 결제가 진행됐다. 기존에 소개됐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대신 하드월렛을 통한 결제는 이번에 처음이다. 잘하면 연내 디지털위안이 정식 발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최근 기업공개(IPO) 무산과 반독점 조사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알리바바 계열의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위기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상하이서 하드월렛 이용한 디지털위안 첫 결제
1월 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상하이교통대 의과대학 부속 병원의 직원 식당에서 당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위안(DCEP)를 이용한 결제 서비스가 시범 운용됐다. 해당 병원 직원은 음료를 주문한 뒤 디지털위안으로 결제했다.

앞서 선전, 쑤저우에서 진행된 디지털위안 결제 서비스에서는 참여자가 휴대전화에 임시로 다운로드한 앱을 이용했지만 이번엔 카드 형태의 하드월렛을 이용했다. 하드월렛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유용할 전망이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월렛 발급사는 중국 국유은행인 우정저축은행이다. 월렛 우측 상단에는 지불 금액과 잔액, 결제가능회수가 한눈에 볼 수 있게 표시돼 있다. 매장 내 단말기에 가볍게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해당 직원은 “처음으로 디지털위안을 사용해봤는데 간편했고, 잔액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국은 해당 병원 내 직원 식당뿐만 아니라 치료비 결제, 주차요금 정산 등에서 디지털위안 시범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11월 차이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당국은 디지털위안 시범 지역에 선전ㆍ쑤저우ㆍ슝안신구ㆍ청두ㆍ동계올림픽 개최지 외에 상하이ㆍ창사ㆍ하이난ㆍ칭다오ㆍ다롄ㆍ시안 등 6개 지역을 추가했다. 현재 시범 지역 곳곳에서 디지털위안 결제가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유명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베이징 지하철에서 디지털위안 웨어러블 월렛인 스키장갑을 착용하고 요금을 결제한 뒤 플랫폼 내로 들어가는 장면이 연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점화된 알리ㆍ위챗페이 위기론
디지털위안이 올해 본격 발행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기존 대다수 국민이 사용 중인 모바일 결제 앱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위기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위기론은 2년 전 디지털위안의 존재가 처음 대외에 공개됐을 때 시작됐다. 디지털위안도 모바일 앱을 통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한 점 등 알리ㆍ위챗페이와 중복되는 기능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위안이 정식 발행되면 이들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위안은 현금의 역할만 할 뿐 기존 결제 시스템과 여러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상충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 업계는 당국의 입장에 회의적이다. 당초 디지털화폐 시범사업의 협력사로 알려졌던 알리ㆍ위챗페이를 이끄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지금까지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이 가운데 앤트그룹은 지난해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가 당국의 제지로 무산됐고 급기야 알리바바는 반독점 조사를 받는 등 위기에 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민은행 소식통은 “당국은 디지털위안을 통해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시장 지배력을 낮추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인디 권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