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블록체인 사업을 조용히 확장 중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나 둘 내놓으며 사업 영역을 야금야금 넓히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내놓은 암호화폐 클레이(KLAY)와 카카오톡 앱에 장착한 지갑 클립이 영토 확장의 전지 기지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암호화폐를 맡기면 보상을 주는 스테이킹 서비스를 내놓은 협력사(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암호화폐 클레이의 가격도 연일 최고가를 달성 중이다. 코인원 기준 지난 1일 180원대이던 KLAY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13일 사상 최고가인 95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암호화폐 클레이 맡기면 보상 주는 서비스 하나 둘씩 생겨나

일반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서비스 중 하나는 클레이 스테이킹이다. 스테이킹은 보유한 암호화폐 유동성을 묶어둔 채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동에 기여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는 걸 말한다. 즉 보유한 클레이를 맡겨두면 이자처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실질적 이익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암호화폐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가운데 처음으로 스테이킹 서비스를 내놓은 건 블록체인 기술 기업 오지스다. 오지스는 카카오→두나무→오지스로 이어지는 지분 출자 관계로 묶인 범 카카오 계열사다.

네오위즈홀딩스 투자 계열사인 네오플라이도 오는 9월 중으로 클레이 스테이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 네오플라이 암호화폐 지갑인 ‘엔블록스 월렛(nBlocks Wallet)’에서 제공될 예정이다.

네오플라이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디파이(분산금융)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대중성을 보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기 보다는 향후 가능성을 보고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합류한 기업들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앱 내 지갑 ‘클립’…영토 확장 전진 기지

지난 6월 카카오톡 앱 내에 암호화폐 지갑 클립이 탑재됐다.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립은 ‘디지털 자산 지갑’을 표방하고 있다. 클레이튼 기반의 KCT 토큰들과 클레이 그리고 NFT(대체불가토큰) 카드를 클립에 보관할 수 있다.

클립은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당시 그라운드X가 이벤트 50KLAY와 웰컴카드를 지급하면서 가입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시세로 50KLAY는 약 7,000~8,000원 수준이었다.

그라운드X는 ICO를 진행하지 않았다. 프라이빗 세일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가 아니라면 KLAY를 가지고 있기 어려웠다. 그러나 클립을 통해 적어도 10만 명은 KLAY를 보유하게 됐다.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도 KLAY를 가지고 스테이킹 보상을 받거나,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향후 클립은 지갑 내에서 클레이튼 블록체인 연계 앱인 비앱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한 비앱 관계자는 “클립에서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 확보에 용이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NFT를 이용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비상장주식 플랫폼 ‘엔젤리그’의 조합 가입 확인서를 ‘클립 파트너스(Klip Partners)’를 이용한 NFT 디지털 카드로 발급키로 한 것. 엘젤리그는 조합을 만들어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데, 그 조합원 인증을 NFT로 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증명을 디지털 카드로 대체하는 셈이다. 원리적으로 이 카드는 제3자에게 매매 방식으로 이전될 수도 있다. 실물 주식 매매가 클립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 속 숨은 블록체인 ‘콘’

카카오톡에는 대중이 자주 사용하지만 블록체인임을 모르는 기능이 있다. 바로 카카오 콘이다. 카카오 콘은 클레이튼 사이드체인을 사용한다.

카카오 이메일을 만들거나, 계정을 통합하는 등 카카오를 위한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의 개념으로 콘을 지급한다. 받은 콘은 이모티콘을 구매하거나 이벤트 응모 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들끼리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상 과정의 투명성 확보다. 누구에게 얼마나 콘이 지급됐고, 또 이 콘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콘은 현금화가 불가능한 일종의 포인트에 그친다. 카카오 역시 콘은 카카오톡 내에서만 사용되며, 거래소에 상장되는 암호화폐와는 개념이 다르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 사용자는 “카카오 콘을 이용해 이모티콘을 구매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지 않으면 블록체인 적용 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편하게 사용 중”이라며 “블록체인 대중화가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의 확장이나 암호화폐 클레이와의 연관성을 드러내놓고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험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테스트하면서 블록체인 영토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의 소리없는 ‘블록체인 대중화’ 전략이 주목 받는 이유다.

디센터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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