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지난 5일 암호화폐 업계의 숙원이었던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금법이 통과됨에 따라 규제 없이 진행되던 암호화폐 업계에 처음으로 ‘규제’라는 틀이 생겨나게 됐다.

최근 업계에는 산업 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탈블’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탈출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탈블은 업계가 어려워지자 축하의 의미가 됐다. 사업을 접거나 본래 사업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탈블을 축하한다”고 건네는 인사는 업계의 존버족들에게 때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탈블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탈블에 성공한 이들은 탈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규제 공백에 의한 사업 불확실성’을 꼽았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것은 규제 때문에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기업이 통째로 탈블을 선언한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CPT)도 ‘규제와 사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국내에는 블록체인·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가 없다. 있다손 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는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과 ‘ICO 전면 금지 조치’ 정도가 전부다. 그럼에도 업계가 ‘규제’로 인해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에 힘들어 하는 것은 명확한 규제는 없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규제’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체의 해외 송금 불가, 은행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불허 등은 업계의 대표적 보이지 않는 규제였다. 이로 인해 업계는 블록체인을 통한 사업이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고 사업을 시작한 ‘용기있는 업체’들은 불확실 속에 불안해 하며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특금법은 명확히 ‘규제’ 법안이다. 사업을 진흥시키겠다는 ‘진흥법’과 달리 사업을 규제하고 제한하겠다는 ‘규제법’이 업계의 환영을 받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가 얼마나 규제를 갈구해 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온갖 투기·사기·범죄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신기술로서, 자산으로서, 새로운 기회로서 인정받기 원하는 업계의 외침이기도 하다.

혹자는 특금법이 암호화폐 산업을 더욱 죽일 것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정부의 관리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각종 세금이 생겨나 큰 손들이 업계를 떠나게 돼 힘든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규제 법안인 특금법은 반대로 블록체인 산업을 명확히 해, 산업이 활성화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처음 나온 업계 관련 법안으로서 앞으로 생겨날 법안의 초석이 돼 블록체인 관련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합법적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할 수 있는 기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명확한 규제 속에서 기존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사업 확장 및 신사업 등장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시행령이 어떻게 제정될 지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결정될 시행령에 따라 정말 산업을 죽이는 ‘악법’이 될지, 업계의 영역을 명확히 해주는 ‘가이드라인’이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업계와 정부의 대화와 토론이 중요한 이유다. 부디 특금법이 첫 걸음이 돼 사업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업계에 “‘입블(블록체인 업계에 들어온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인사가 오가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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