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수익에 대한 과세 논의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관련 업계에서는 과세에 앞서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하고, 세금 사각지대 문제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과세 방침을 마련하고 내년 세법개정안에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과세 근거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면서 가상자산 과세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암호화폐 과세 담당 부서인 기재부 재산세제과 관계자는 “특금법과 관련 있는 내용이어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계속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를 아직 명확히 하지 않았고, 특금법 개정과 시행령 마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 방침을 마련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게 업계의 우려다.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먼저 명확히 한 후 과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 어떤 소득으로 볼 것인가

암호화폐 거래 소득에 과세하려면 먼저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소득세법은 열거주의에 따라 법에 열거된 상품에 한해 과세된다. 암호화폐는 현재 과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로 얻는 소득을 양도소득세를 부과할지, 기타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세 대상으로 포함시킬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또는 주식 등의 재산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암호화폐 거래로 얻은 소득을 ‘양도소득세’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매도 시 발생하는 수익에 세금이 부과된다. 권오훈 오킴스 법무법인 변호사는 “세금 부과 대상이 암호화폐 양도 행위에 따른 차익이므로 양도소득세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근거 자료를 받아 암호화폐의 기준 시가를 정해야 한다. 현재의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과 거래소별 시세 차이가 큰 점 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진단이다.

암호화폐 거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타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퇴직·양도소득 포함 상금·사례금·복권 당첨금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소득을 말한다. 이는 종합소득의 일부로 규정한다. 발생한 총 수익에 대한 소득세를 1년에 한 번 부과한다. 암호화폐 거래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해당 연도에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 수익에 대한 세금이 종합소득에 합산돼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암호화폐 거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양도소득세를 적용할 시, 거래소 별로 시세 차이가 심한 현 상황에서 통일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매매 시마다 세금을 부과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특성상 상황에 따라 양도소득과 기타소득 모두에 해당돼 각기 구분해 과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는 “양도소득이냐, 기타소득이냐는 상황별로 다를 수 있다”며 “매매에서 차익을 남겼을 때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채굴해서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암호화폐를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세금 사각지대도 문제”

업계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정립되지 않고,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암호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와, 법 적용 대상 ‘가상자산’의 범위 등이 시행령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나 소득세 산정간 필요한 정보범위 등 불분명한게 더 많은 상황”이라며 “가상자산에 대한 기본법도 없이 과세방안이 먼저 논의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사각지대’는 여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오훈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OTC(장외거래)를 활용하는 개인 간 거래나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경우, 세무조사가 어려워 규제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암호화폐는 익명 자산으로 보다 쉽게 이전되는 특징이 있어 법망을 피해 가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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