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디지털 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조화를 이뤄 미래에 새로운 ‘금융 시스템’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자국 경제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점이 드러날 때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주목받아왔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 잔액이 23조 달러를 돌파했을 때도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앞으로 양적완화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이는 전통 금융정책의 한계로 이어져 점점 더 탈중앙화 ‘비트코인’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대훈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을 만나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등장에 따라 앞으로 금융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디지털 자산은 000이다. 단어에 비유하자면 000은 무엇일까.

“디지털 자산은 ‘밀물’이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밀물은 반드시 온다”라는 글귀가 써 있는 그림을 집무실에 두었다고 한다. 썰물이 지나면 반드시 밀물은 오고,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온다. 아직 디지털 자산 산업이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많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 디지털 자산 시대는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올까. 

“이미 우리는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신용카드를 많이 쓴다. 하지만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고 플랫폼 경제가 발달하면서, 국내외 기업과 소비자가 연결되면서 이제는 이것조차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미 온라인 쇼핑은 보편화됐고, 모바일을 통한 금융 서비스도 잘 보급돼 있다. 앞으로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디지털 자산 시대에는 금융의 본질인 ‘신뢰’를 유지하면서, 금융업이 가지고 있던 문제인 복잡성과 어려운 접근성을 디지털 자산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 시대에 핵심이 될까.

“비트코인이 반드시 디지털 자산의 핵심이 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그럴 가능성은 가장 높아 보인다. 특히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속성이 많다.

1971년 이른바 닉슨 쇼크로 금 본위제가 폐지됐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다량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8천톤이 넘는다. 독일과 IMF(국제통화기금) 역시 3천톤 이상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금을 모으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을 비축하는 것은 금이 아름답고 화려해서가 아니다. 금이 화폐이기 때문이다. 금은 가장 탁월한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 아직도 국제통화시스템의 기반이다.

비트코인은 이와 유사한 속성이 있다. 매장량이 한정돼있고, 중앙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비트코인 이후 수많은 암호화폐들이 생겼고, 이제는 IT 기업들도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과 달리 특정 집단의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자유롭다. 이는 마치 금과 같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이유다.”

– 그렇다면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의 매력은 무엇인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될 수 잇다. 전통적인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취약 하지 않다. 현재는 금을 비롯한 헤지(위험회피) 금융 자산에 대한 투자 적기인데, 비트코인도 그 중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헤지펀드의 황제 레이 달리오(Raymond Dalio)는 2020년경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현재의 금융 시장이 대공황 때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레이 달리오의 지적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양적완화(QE)를 단행했지만, 경기회복은 더디다.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에 돈은 풀렸지만,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해지면서 돈이 생산, 소비, 투자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오히려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 이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헤지 자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국가가 나서 발행하는 CBDC, (리브라 등) 기업이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많아지고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연결성이 핵심이다. 연결성을 통한 네트워크와 유저의 확장성은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사물인터넷(IoT), 5G, 자율 주행 등 새로운 혁신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의 핵심은 ‘연결’에 있다. 이제는 연결을 통해 삶의 변화가 나타나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예상된다. 초연결사회는 단지 기존의 인터넷과 모바일 발전 등 기술적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특히 초연결 사회에서의 핵심 중 하나는 ‘결제’다. 네트워크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얽히고 설킨 사회에서는 이에 맞는 거래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가 연결성을 확장한 다음에는, 결제를 비롯한 금융 업무로 그들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은 융합될 수 있을까.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면.

“상호보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오랜 기간 ‘신뢰’ 형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만 국가 간 결제, 온라인 및 디지털 페이 등 기존 금융 시스템 하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존 자산군의 수익률 둔화 우려 속에, 디지털 자산은 수익률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자산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와 과도한 통화 공급의 헤지 수단으로서의 활용 가능성 등 기존 자산과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결국 디지털 자산이 완전히 새로운 금융을 여는 것이 아닌, 기존 금융 시스템을 보완하며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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