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불법 자금모집과 다단계 금융사기로 악용될 우려가 커 거래를 전면 금지시킨 암호화폐 자금을 모집하는 ‘ICO(가상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투자’가 해외 우회 방법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이어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글로벌 공조를 통한 거래 규제를 위해 국회 계류중인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7년 ICO 투자를 전면 금지한 이후, ICO 관련 국내 기업들은 싱가포르 등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등 해외 ICO 방법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8년 9~12월 국내 ICO 관련 기업 22곳을 조사한 결과, ICO를 통해 모집한 자금의 총 규모는 5644억원, 1개사 당 평균 약 330억원으로 집계됐다. ICO 전면 금지 후 실태 조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의 가격 폭등과 함께 국내에선 가상화폐 투자열풍이 불었다. ICO투자는 일반적인 IPO(기업공개, Initial Public Offering)보다 쉽게 투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이에 당시 새로운 방식으로 신선하다는 반응도 얻었지만 초기 프로젝트의 계획만 보고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당시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자 상당수 투자자들은 고위험, 고수익 가능성만 보고 ‘묻지마 투자’를 했었다.

투자위험이 커지자 한국 정부는 2017년 말 ICO 전면금지를 발표했고,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ICO투자’는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 정부의 눈을 피해 상당수 투자자들이 해외 우회의 방법으로 ICO 투자를 지속했던 것. ICO 투자는 가상통화 관련 사기/다단계/유사수신/범죄수익은닉 등 투자 자체로도 위법성이 있는데다 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이에 법무부까지 나서 엄정대응하고 있고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최근 2년간 구속 132명을 포함해 가상통화 사범 420명을 기소하기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도 ICO 규제가 보다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불법 공모행위로 규정해 전면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적극적인 증권법 적용방침을 통해 강경대응중이다. 일본 역시 ICO를 투자형, 기타 권리형, 무권리형 등 3가지로 구분하고 투자형 ICO는 금융상품거래법을 적용해 규제한다.

우리 금융당국 역시 해외서 거래되는 ICO는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좌 실명제 강화와 글로벌 공조에 필요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무위에 계류중인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사항으로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개정안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제윤경 의원 등이 각각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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