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 암호화폐와 가장 많이 비유되는 버블이 바로 ‘닷컴 버블(Dot-come bubble)’이다. 1993년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의 출시로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일명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닷컴 버블은 이 시기에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가 짧은 시간에 대거 사라져버린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 닷컴 버블 “2년 만에 5조 달러가 증발하다”
닷컴 버블로 사라진 기업의 대표격이 부닷컴(Boo.com)이다. 부닷컴의 사업 아이템은 지금의 아마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판매하겠다는 ‘온라인 쇼핑몰’이 기본 아이디어였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닷컴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참여했다. 모인 투자금 규모만 1억 3500만 달러. 부닷컴은 핵심 기술보다는 마케팅과 홍보에 열을 올렸다. 펫츠닷컴(Pets.com)도 상황은 비슷했다. 강아지 용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기치로 내건 이 회사는 2000년 2월 기업공개(IPO)로 8250만 달러를 모았다. 11달러에 상장한 펫츠닷컴의 주가는 14달러까지 올랐다.
쉽게 온 것은 쉽게 가기 마련이다. 거품이 꺼지는 것 역시 순식간이었다. 같은 해 11월 파산을 선언한 펫츠닷컴의 파산 당일 주가는 0.19달러였다.
인터넷과 통신회사가 속한 미국 나스닥지수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지수를 보면 거품의 역사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00년 3월 10일 1230.06이던 이 지수는 2002년 7월 26일 89.39로 추락했다. 2000년 초 무수히 많은 인터넷 회사가 거품과 함께 사라졌다. ‘닷컴 드림’은 2년 만에 5조 달러를 허공에 날리며 막을 내린다.

출처: 구글 파이낸스 캡쳐
◆ 아마존, 거품이 낳은 ‘거대한 유산’
닷컴 버블이 남긴 유산은 사그라든 거품만큼이나 크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들이 이 거품의 방울 속에서 싹을 틔웠다. 제프 베조스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든 아마존이 닷컴 버블의 흥망성쇠를 함께 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아마존은 당시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1300명 직원을 해고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아마존이 꺼지는 거품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실’을 다지며 꾸준히 ‘혁신’했기 때문이다. 1995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닷컴은 1997년부터 음악CD, 컴퓨터 등으로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안전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쇼핑몰 업체 아마존이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두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AWS는 사람들이 몰릴 때 홈페이지 접속이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빠른 속도를 만들기 위한 인프라 구축의 산물이었다.
아마존의 혁신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Amazon Go)가 좋은 사례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아마존고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로드하고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연결된 신용카드로 비용이 청구되는 무인 슈퍼마켓이다. 2015년 선보인 AI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는 스마트홈 시장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 암호화폐 시장, 거품 이겨내고 ‘실체’ 되려면
닷컴 버블 때 주가 폭락의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 온라인 회사 AOL의 스티브 케이스 공동창업자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을 보면 정확히 20년 전 닷컴버블이 떠오른다”고 회고했다. 가격이 많이 하락한 지금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거품이 꺼질지, 아니면 실체가 있는 것인지도 지금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닷컴 버블 때 그랬듯 이 시장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존재할 것이고, 중요한 것은 ‘핵심 기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다는 소문만 들려도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24년 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공룡 기업이 됐다. 그 배경에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혁신’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숙박시설이 하나도 없는 에어비앤비의 투숙 고객이 3000만명이고,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는 우버가 300만명의 고객을 매일 실어나르는 시대다. 닷컴 버블로 사라진 기업들에 주목하기보다 ‘혁신’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며 내실을 쌓아나가는 기업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암호화폐 시장은 ‘거품’일까 ‘실체’일까. 이것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이 시장에 있는 현명한 투자자, 그리고 혁신적인 기업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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