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이 박스권 내에서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관 매수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이 투자 심리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리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21일 오전 8시3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0.15%(18만8000원) 상승한 1억2284만원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0.05% 오른 8만5240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이더리움(ETH)은 1.85%, 엑스알피(XRP)는 0.51% 하락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는 약 2889만달러(약 411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고 이 중 숏(매도) 포지션이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의 청산 규모는 1억6441만달러(약 2340억원)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다시 자금 유입세로 돌아섰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기준 1억783만달러(약 1530억원)가 유입됐으며, 이 중 블랙록(BlackRock)의 IBIT가 8096만달러(약 1150억원)를 끌어들였다. 하루 전 1억7000만달러(약 2420억원)가 빠져나간 것을 고려하면 반등 조짐으로 해석된다.
특히 IBIT는 올해 들어서만 총 24억달러(약 3조4100억원)를 끌어모았다. ETF를 통한 꾸준한 매수와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Strategy) 회장의 지속적인 저가 매수도 투자 심리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장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동안 비트코인 보유량을 16.1% 늘렸으며, 9만5431BTC를 추가 매수해 총 보유량은 68만8000BTC에 달했다. 이는 비트코인 총 공급량의 3.28%에 해당한다.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세는 현물 ETF 외에도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P는 현재까지 52만9325BTC를 보유 중이며, 이는 해당 상품이 출시된 이후 채굴된 비트코인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 20일 기준 비트코인 ETF 전체 운용자산(AUM)은 약 925억달러(약 131조원)로,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5.52%에 해당한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와 함께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같은 기간 금 ETF에는 일주일 새 80억달러(약 11조원)가 유입됐고 올해 누적 유입액은 800억달러(약 113조원)에 달했다. 이는 2020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경기 불안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자산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 투자자이자 경제학자인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지난 18일 슈왑 네트워크(Schwab Network)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연방준비위원회(Fed)가 다시 양적완화(QE)를 시행할 경우 달러 가치가 20~30% 급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미국인이 생계를 위해 여러 개의 파트타임 직업을 갖고 있고, 신용카드는 한도까지 소진된 상태”며 “금리 상승과 함께 소매업 부도, 대규모 해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미국 은행 시스템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의 이중 충격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37점(공포)으로 전날(32점) 대비 하락했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