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혜진 교수] [블록미디어=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주임교수] 2025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은 전 세계 질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규제 불확실성과 때로는 적대적이었던 관계를 뒤로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명확한 친디지털자산(가상자산) 정책 기조를 천명하며 산업계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과연 그의 재집권은 디지털자산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 우선주의’ 디지털자산 정책, 훈풍인가 태풍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 미국의 리더십 강화’ 행정명령 발표, 친디지털자산 인사들의 주요 규제기관 임명,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 ‘크립토 2.0’ 태스크포스 출범, 그리고 전략적 비트코인 보유고 설립 추진 등 일련의 조치들은 ‘미국을 세계 디지털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현실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과거 ‘집행을 통한 규제’에서 벗어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움직임과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지원은 산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규제 명확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VC 자금, 다시 디지털자산로? – Q1 투자 동향 분석
이러한 정책 변화는 얼어붙었던 벤처캐피털(VC) 시장에도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2025년 1분기 디지털자산 VC 투자액은 약 38억달러(약 5조4131억원) 에서 45억달러(약 6조4102억원) 이상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이는 아부다비 MGX의 바이낸스 대상 20억달러(약 2조8490억원) 투자라는 초대형 딜의 영향이 크다. 이를 제외하면 약 18억~25억달러(약 2조5641억~3조5612억원) 수준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딜 건수 감소와 평균 딜 규모 증가다. VC들이 더욱 신중하고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 테마 역시 실물자산(RWA) 토큰화, 탈중앙화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DePIN), 기관 투자자 대상 솔루션 등 실질적인 효용성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분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크라켄의 닌자트레이더 인수(15억달러,약 2조1367억원)와 리플의 히든 로드 인수(12억5000만달러, 약 1조7806억원)는 각각 규제 준수 확보와 기관 고객 접근성 확보라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를 보여준다. 이는 산업 내 통합 가속화와 함께 규제 및 기관 시장 진입이 M&A의 핵심 동인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전 세계적인 크립토 산업 제도화 분위기에 맞춰 커스터디, 프라임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인프라,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등 기관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AI와 크립토의 결합도 여전히 VC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전체 VC 시장의 맥락에서도 2025년 1분기는 인공지능 분야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AI 스타트업은 전체 VC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블록체인 영역에서도 AI와 크립토의 교차점이 주목받고 있다. 바나(Vana), AI아이식스틴지(ai16z), 페치AI(Fetch.ai) 등의 프로젝트가 VC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AI 에이전트와의 결합, AI 학습 데이터의 무결성/수익화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반기 전망 및 전략: 기대 속 신중함 필요
2025년 하반기는 상반기에 뿌려진 정책적 기대가 실제 규제 프레임워크로 구체화되고, VC 투자가 지속될 수 있을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워킹 그룹의 최종 보고서 발표(7월 예상),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 여부, 그리고 SEC의 후속 조치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전통 금융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 및 금융기관들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활용 방안을 모색하며, 블랙록과 같이 직접 토큰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크립토닷컴(Crypto.com)과 트럼프 미디어의 ETF 파트너십, CME 그룹과 구글 클라우드의 토큰화 기술 협력 등 파트너십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 재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트코인포코포레이션'(Bitcoin for Corporations) 컨퍼런스 개최는 기업들의 비트코인 보유 및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부다비 MGX의 바이낸스에 대한 20억달러(약 2조8490억원) 투자는 국부펀드 및 국가 연계 기관이 디지털자산 분야로 더 활발하게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이는 미국에 집중되어 있던 권력과 허브로서의 상징의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부펀드의 대규모 투자는 수혜기업에 상당한 안정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국가적 지원을 시사하며 해당 지역으로 추가적인 활동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수 FI(재무적 투자)에서부터 SI(주로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 그리고 국부펀드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과 크립토 산업을 향하는 투자자금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긍정적인 정책 환경과 기관 참여 확대는 분명 기회 요인이다. 그러나 정책 ‘실행’의 불확실성, 미중 관세 문제 등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은 여전히 잠재적 위험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내부의 긍정적인 발전(정책, 기술 등)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거시경제 환경(관세, 금리, 글로벌 안정성 등)은 하반기 시장의 가장 큰 잠재적 변수로 남아있다. 심각한 거시경제적 충격은 규제 진전과 무관하게 디지털자산 시장 심리와 투자 흐름을 쉽게 위축시킬 수 있다. 디지털자산 자산은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인식되므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나 충격(무역 전쟁, 인플레이션 지속 등)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유발하여 디지털자산 투자 심리를 냉각시킬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 기조는 분명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투기적 거품이나 허위 프로젝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음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실질 가치 창출 여부를 면밀히 검증하고, 거시 경제 변수를 신중히 고려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임해야 할 때이다.
박혜진 교수 약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자산·블록체인 석사과정 주임교수
· 바이야드 대표이사
· 심산벤처스(Simsan Ventures LONDON) 투자총괄
· 웹3.0 포럼 발기인 및 운영위원장
·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캐피탈 MBA 부주임교수
· 전 스틱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 하나금융그룹 등 인도 투자자문
박혜진 주임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내 인공지능(AI) 대학원에서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공학석사과정의 주임교수로 관련 산업의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육성하고 있다. 주식회사 바이야드의 대표이사로 블록체인, 보안, AI 등 딥테크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영국 심산벤처스의 한국지부 투자총괄 파트너를 겸임하며 디지털자산과 크립토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기술 연구, 투자, 교육, 자문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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