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기 국채 중심의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대부분의 자산이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국채 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4.47%를 돌파했다. 이는 전날 오후 4.26%, 지난주 말 기준 4% 아래였던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상승이다.(채권 가격 급락)
30년물 금리는 장중 4.9%를 넘어섰고, 밤사이 일시적으로 5%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정책을 발표했을 때는 오히려 하락했다. 당시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팔고 국채를 사들이며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몰린 결과였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곧바로 반전됐다. 전날 실시된 580억 달러 규모의 3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했고, 장기물 금리가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럽 국채는 대체로 매도세를 피했으며,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장기물 중심 매도세…코로나19 당시 유동성 위기와 유사
누버거 버만(Neuberger Berman)의 투자등급 채권 부문 공동대표 타노스 바르다스(Thanos Bardas)는 “관세 충격 이후 시장 전체가 불안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급등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나타났던 단기 유동성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을 대거 처분하며 국채 금리가 급등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매도세는 장기물 국채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10일과 11일에 각각 10년물과 30년물 국채를 입찰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 매도 우려…인플레이션 경계감에 단기채 선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발한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팔거나 신규 매입을 꺼릴 가능성이다. 이는 미국 국채 수요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관세가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고, 미국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장기 국채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단기채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금리 급등세는 일부 헤지펀드의 반대매매 영향도 받았다. 이들은 장기 국채와 이자율 파생상품 간 금리 차 축소에 베팅했으나, 차입금으로 이뤄진 거래가 청산되며 장기물 매도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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