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새해 들어 미국발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비트코인(BTC)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전문가들은 견고한 수요가 시장을 뒷받침할 것을 예상하며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2배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유입이 올해 본격화되고 디지털 자산 규제가 완화되면, 수요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일 디지털자산 시황 분석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일주일 전 대비 2.55% 하락한 9만4139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 발 물가 상승 우려와 이에 따른 기준 금리 동결 전망에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7% 가까이 급등하자 비트코인의 매도세가 강해졌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에 분류되는 비트코인을 시장에 던진 것이다.
이처럼 올해 시작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받으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디지털자산 전문 리서치 기관과 시장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물 ETF를 통한 자금 유입, 기관 매수 등 올해 가격 상승에 필요한 수요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모두 보고서를 통해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20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우탐 추가니 번스타인 소속 분석가는 “올해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확대되고 기업들의 비트코인 보유가 늘어날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제한된 공급과 미국의 부채 수준을 고려하면 20만달러 예측은 오히려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늘어나는 미국 부채로 인해 달러 가치가 하락해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오프레이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디지털자산 연구 책임자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점점 더 많은 투자자에게 채택될 것”이라며 “이런 흐름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켄드릭 책임자는 금리 우려에 대해서도 10년물인 장기 금리가 2년물 단기 금리보다 높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장기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화돼 비트코인 같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해외 전문 기관들이 비트코인 가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국내 코빗 리서치센터도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16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2025년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비트코인 투자가 다양화되고,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 보유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현물 ETF를 통해 제도권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밀려왔다”며 “현물 ETF에 대한 옵션도 지난해 하반기 승인됐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를 비롯한 제도권 자금 유입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물 ETF를 통한 자금 유입과 함께, 올해 각국이 비트코인 보유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김민승 센터장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보유에 나서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던 우주경쟁처럼 각국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도 2025년 전망 보고서에서 정부 주도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국가 수가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0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튜 시겔 반에크 디지털자산 연구 책임자는 “비트코인의 중요성이 세계 경제 전략에서 점차 커지면서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규제가 명확해지면 이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 완화에 대해 김민승 센터장도 “트럼프 취임에 맞춰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물러나면 그 자리를 폴 엣킨스 채우게 된다”며 “그는 디지털 자산에 친화적인 인물로 SEC의 기조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오랫동안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었던 증권성 관련 법적 위험도 대폭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 프레스토 리서치도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21만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프레스토 리서치는 그 근거로 시가총액 대 실현가치 비율(MVRV)과 실현 가치 성장률을 활용했다.
MVRV 비율은 디지털 자산의 시가총액(Market Value)을 실현 시가총액(Realized Value)으로 나눈 값이다. 시가총액은 현재 시장 가격에 유통량을 곱해 산출되는 반면, 실현 시가총액은 각 비트코인의 마지막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총액으로 평균 매입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MVRV는 현재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가 평균 매입가보다 얼마나 높은지 또는 낮은지를 나타낸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의 MVRV 비율은 초기 극심했던 변동성을 제외하면, 그 범위가 0.5배에서 4.7배였고 2017년과 2021년 두 번의 강세장에서는 각각 4.7배와 4배로 정점을 기록했다”며 “이에 우리는 보수적으로 MVRV 비율을 3.5배로 두고 올해 실현 시가총액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실현 시가총액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실현 시가총액 성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5.3%의 월평균 성장률을 계산했다”며 “이를 적용해 올해 실현 시가총액을 약 1조2000억달러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3.5배의 MVRV 비율을 적용하면 올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4조2000억달러로 예상되며, 이를 비트코인 유통량 약 1998만개로 나누면 1BTC당 21만달러라는 목표가가 도출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디스프레드는 지난 3일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 달 30일 금리 결정 전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예정돼 있다”며 “취임식 이후 그의 정책 발언과 연방준비제도(Fed)의 태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당 요인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수 있기에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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