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5일 발행사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토큰(디지털 자산)이 유가증권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SEC는 정확하게 ‘디지털 자산의 투자계약증권 분석 프레임워크(Framework for ‘Investment Contract’ Analysis of Digital Assets)’라고 표현했다. 즉, 시장 참여자가 발행을 준비하는 디지털자산이 증권법상 ‘투자계약증권(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얘기다. 이더리움과 리플 등 암호화폐의 유가증권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지속해온 SEC가 명확한 규정을 제시한 것이다.
SEC, 모호했던 토큰 분류기준 명문화
실제 이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토큰이 증권형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예시를 포함하고 있다. SEC는 먼저 특정 디지털자산이 투자계약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하우이 테스트(Howey Test)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하우이 테스트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Howey Test

  1. 증권형(시큐리티) 토큰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 계약을 뒷받침하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
  2. 반드시 돈의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3. 다른 사람들(Third Party)의 노력에서 파생된 이익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한다.

이 때 다른 사람들이란 네트워크의 개발, 운영 등을 책임지는 기업이나 개발팀을 말한다.  이들이 토큰을 발행하고 판매할 때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고  다음과 같은 사항에 부합한다면 증권성 토큰일 가능성이 크다.

 증권형 토큰에 해당하는 기준 

  • 팀이 수행 또는 수행해야 하는 필수 작업이 있는가
  • 팀이 토큰의 생성과 발행을 컨트롤하는지, 또 팀이 토큰의 바이백/소각 등을 통해 공급을 제한할 수 있는지
  • 팀이 의사 결정, 코드 업데이트, 거래 검증 등에 있어서 리더격이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 네트워크의 기여자들에 대한 보상, 토큰의 거래, 누가 어떤 조건에서 토큰을 더 받는지, 펀드레이징한 금액의 분배 등에 관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 팀에 대한 보상이 토큰의 가격과 관련이 있는지, 팀이 토큰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팀이 토큰 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

SEC는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토큰은 증권형 성격을 지니고 있어 증권거래법에 준거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 이들 네트워크가 시간이 지나 분권화되면 증권으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즉, 기존 개발팀의 영향력이 더이상 프로젝트 전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중요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윌리엄 힌만 SEC 기업금융이사가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을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기술적 배경을 반영해 SEC는 최근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토큰  중 증권형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증권형 토큰이 아닌 경우

  • 분산 네트워크 및 디지털자산이 이미 개발되어 실행 가능하다.
  • 토큰사용자 네트워크에서 토큰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
  • 디지털 자산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설계되어야 한다.
  • 토큰 가치가 올라갈 기능성이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 토큰의 플랫폼 내에서는 법정통화의 대체제로 사용될 수 있다.
  • 가치 상승은 통화의 원래의 목적이 아니라 이차적인 혜택에 불과하다.
  • 토큰은 자산가치 상승이 아니라 그 기능성에 무게를 두고 거래된다.
이 때 SEC가  증권형인가 비증권형인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투기 가능성 여부다. 사실 이전에도 SEC는 증권법을 기준으로  ICO를 규제할 때도 사용가치가 없는 토큰을 만들어놓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별 제재해 왔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일반 투자자와 발행사들이 ICO를 진행할 때 해당 토큰이 증권인지 아닌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여전히 규제와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는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정부 청사에서 열린 혁신금융 추진 사전 브리핑에서 ICO에 대해 원칙적으로 전면 불허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 위원장은 “ICO의 많은 사례들이 참여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줬다”며 “이를 감안할 때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