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지난주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만 4조원을 넘게 팔아치운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들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은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 3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는데, 박스권 행보에 지친 투자자들이 반도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린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3대 지수가 AI 테마를 앞세워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점도 개인들의 해외 투자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예탈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주 개인은 코스피에서만 4조1100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 종목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SOXL를 2억8221만 달러(약 3799억원)를 사들였는데, 이는 2월 한 달 동안 매수한 규모의 178%에 달했다. SOXL는 미국 ICE 반도체 지수의 하루 변동폭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로 엔비디아, AMD,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반도체 종목 30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2위는 서학 개미들의 인기 종목인 테슬라(6823만 달러, 약 918억원)였다. 글로벌 주요국에서 차량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테슬라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모델Y 가격을 약 2000유로(약 290만원) 인상했다. 또 테슬라는 다음달 1일 미국에서 모델Y 트림 가격을 1000달러(약 130만원) 올리고, 중국 시장에서도 모델 Y 판매가를 5000위안(약 92만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3위는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6318만 달러, 850억원)가 차지했다. 지난주 엔비디아는 개발자 콘퍼런스 ‘GTC2024’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2.5배 끌어올린 B100시리즈를 공개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투심에 불을 지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에 대해 “올해 고성능 AI반도체 칩인 H200, B100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며 “H100의 공급망 차질도 해소되면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관련주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지난주 국내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를 각각 5519만 달러(약 743억원), 3079만 달러(약 414억원)를 순매수 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으로 암호화폐 랠리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기준 미국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약 19만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ITX는 미국 최초 비트코인 선물 레버리지 ETF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한다.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는 3400만 달러(약 455억원)의 투자금이 몰리며, 미국을 제외한 해외 투자 상위권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 상품은 미국 금리 인하와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한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의 긴축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로 향후 미·일 간 금리 차이는 완만하게 축소돼 엔화는 점차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by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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