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70만원씩 5년간 적금하면 최대 5천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된 가운데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 직원들이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내년 금융위 청년도약계좌 예산 1300억 삭감
#가입자 수 줄고 중도해지 높아 예산 삭감
#청년층 팍팍한 삶 내년 예산에 고스란히 담겨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2024년 예산안이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내년 금융위원회 예산 중 청년도약계좌 사업 예산이 결국 1300억원 삭감됐다. 금융위원회의 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과 동시에 청년들의 팍팍한 삶이 쪼그라진 내년 예산에 투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국회 및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내년 금융위원회 예산은 당초 제출한 예산안(4조5640억원)보다 약 12%(5600억원) 가량 축소된 4조30억원으로 확정됐다. 축소 규모로는 새출발기금 예산이 4000억원 넘게 줄었지만, 청년 자산형성 지원 목적인 청년도약계좌 예산 삭감이 눈에 띈다. 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지난 6월 사회 초년생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내놓은 청년정책 금융상품이다. 매달 최대 70만원을 5년간 납입하면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서 청년도약계좌의 출시 및 운영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총 4999억9400만원이다. 이는 올해(3678억100만원) 대비 1321억9300만원(35.9%)이 늘어난 규모다. 이중 사업의 핵심인 청년도약계좌 기여금에 편성된 예산은 4890억4300만원이다. 정부는 19~34세 청년이 5년간 꾸준히 청년도약계좌에 적금을 부으면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만기에 주는데, 기여금은 여기에 쓰인다. 금융위는 2024년 기여금 소요액으로 전년보다 42.1% 증액된 4890억원을 책정했다. 이 중 1300억원 가까이 깍인 셈이다.

[표=금융위원회]

청년도약계좌 예산 삭감은 이미 예견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향후 가입자 수와 기존 가입자의 중도해지 가능성 등 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2024년도 예산안 분석’에서 매월 15만명이 청년도약계좌에 신규 가입할 것이란 금융위 전망에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며 “금융위 예측이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지난 7월 25만3000명에서 8월 12만5000명, 9월 4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또 예산처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자의 78%인 145만명이 청년도약계좌에 재가입할 것이라는 추정도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정부는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를 연계하는 방안 추진 중이다. 내년 3월 청년희망적금 만기환급금을 타서 이 가운데 1260만원을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한 청년은 매달 70만원씩 18개월을 낸 것으로 간주해 19개월 차부터 70만원을 내는 식으로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처는 예산 축소 이유로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이 분기 평균 5%대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의 65%만 만기까지 적금을 유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2년을 채우면 최대 1300만원을 탈 수 있지만 청년층의 청년희망적금 중도 해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 3분기에만 10만8000명이 이탈했고 누적 중도해지자는 80만명을 넘어 만기까지 반년도 안남은 시점에서 가입자 10명 중 3명이다. 청년도약계좌도 출시 석 달 만에 1만5000명이 중도에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돼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이탈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청년희망적금 만기환급금을 타서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정도로 청년들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년 청년도약계좌 예산 삭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청년들의 팍팍해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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