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블록미디어는 디지털 대전환을 주창하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하버드 통신’ 연재를 시작합니다. 박 전 장관은 1월부터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전 장관이 미국 현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의 생생한 현장과 한국의 과제를 블록미디어 독자 여러분들께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블록미디어=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하버드 대학이 있는 케임브리지는 보스톤 시내에서 찰스강을 건너야 한다.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학교를 오가는데 주로 걷거나 버스를 탄다.

그러나 보스턴을 떠나 뉴욕을 갈 때 나는 주로 기차를 이용한다. 지금은 새마을호 열차에 비유되는 암트랙(Amtrak)이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제일 좋다는 기차다. 미국은 KTX와 같은 초고속 열차가 없다. 디지털대전환 시대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도 하드웨어는 기적소리 울리는 아나로그 시대의 모습이지만 ‘기차시간표’ 만큼은 철저한 디지털이다.

이런 모순 속에서 미국의 디지털 대전환과 한국의 디지털 대전환은 무엇이 같고 다른 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디지털 대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세 가지 화두를 던진다.

디지털은 속도다.
디지털은 연결이다.
디지털은 투명이다.

그동안 이런 3대 전제조건을 설정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바라보았다.

# 속도
한국이 단연 앞서간다. 이건 우리 장기다.

5G는 한국이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환경적특성, 즉 인구 5천만에 지역 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높은 특성이 유리한 것도 있지만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 하면서 그 속도의 양적 확장성을 한국이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좀 더 파고 들어가서 그 질을 따져보면 ‘디지털 트윈’ 등 산업적 활용 측면에서 28GHz 정책 등에서는 과기부의 정책이 뭔가 명확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5G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극초단파 28GHz를 깔아야 하는데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중심을 잡고 치고 나가는 기세는 약하다.

과기부가 최근 기존 통신사의 28GHz 관련 허가권을 거두고 새로 통신사를 모집한다고 하는데 이는 그간 4년을 허송세월 했다는 방증이다.

반면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은 관계로 5G의 전국화는 꿈도 못꾸고 도시화도 제대로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5G를 산업에 이용하는 부분에서는 우리보다 앞서있는 모양새다. 퀄컴이 주도하는 28GHz 기술은 한국보다 앞서가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향후 10년의 군사전략과 관련해 나토와 동북아시아를 서로 호환이 가능한 5G 통신으로 묶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한국의 5G 통신장비회사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는 기회다. 특히 중국 화웨이를 미국이 경계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간 한국 통신장비 회사들의 최대 난제가 중국 화웨이와의 가격 경쟁 문제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연결
연결은 곧 새로운 컨텐츠를 만든다. 이 부분에서 과연 한국의 위치는 어떨까? 미국에 와서 보니 이 부분에서 우리가 약하다. 부분적으로는 앞서가는 분야도 있겠지만 여기는 미국의 활용도가 한국을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쉬운 예로 주차장 요금정산, 공용세탁기 요금처리 등 생활의 미세한 부분에 디지털 대전환이 속속 스며들었다. 학교의 출석체크도 QR 코드로, 코로나 검사도 QR 코드로(이 부분은 이제 한국도 하고 있긴 한데 초창기에는 활용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실생활에 디지털이 적용된다.

심지어 기차역에는 종이 팜플랫이 한장도 없다. 충격이었다. 기차시간표가 있냐고 창구에 가서 물었다가 온라인으로 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나이든 시니어나 무학력자 혹은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종이 팜플랫이 있을법도 한데 아예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아직 너무 친절한 것일까?

속도만 가지고 디지털강국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시기가 이제 지나가고 있다. 이제 속도에 이어 컨텐츠, 즉 연결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 투명
우리는 디지털 기술에는 앞서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것은 아직 서툴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난방비 문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가면 이렇게 정치권에서 싸울 일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가스공사의 회계를 공개해 투명성으로 국민적 신뢰를 이루고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시스템을 활용해 국민적 여론을 모으면 서로 네탓 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대전환 시대”

그간 ‘속도’에서 앞서갔다면 이제 그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섬세하게 할 때다.

디지털을 활용한 우리 생활 주변의 활용 방법, 서로 네 탓에서 벗어나 국가적 에너지를 모으는 방법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거리 표지판에 적힌 이름을 봤다.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이 지역 인물을 기리는 기념 표지판이 있었다.

"세바스천 주니어 이등병을 추모하는 Raineri Square - 1931년 2월 21일 태어나 1953년 6월 24일 한국전 작전중 사망하다."

“세바스천 주니어 이등병을 추모하는 Raineri Square – 1931년 2월 21일 태어나 1953년 6월 24일 한국전 작전중 사망하다.”

우리로 치면 조그만 동네 사거리에 세워진 전봇대형 기념 표지판.

당시 22살의 나이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젊음을 바친 이등병의 업적을 기리는 작은 표지판 하나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미국은 디테일에 강하고 섬세하다. 디지털 대전환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지만, 미국의 정신을 표현하는 데에는 작은 표지판 하나로 아날로그식 옛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 전통과 최첨단이 배합되어 있다. 속도는 다소 느려도 연결은 섬세하고 자연스럽다.

한국은 빠르다. 그러나 섬세함이 빠진다. 때론 너무 최첨단만 앞세운다.

이제 우리도 속도에 덧붙여 연결을 좀 더 섬세하게 생각해 볼 때다. 속도와 연결 그리고 투명함이 삼박자를 이룰 때 디지털 대전환의 가치와 효율이 더 잘 발휘될 것이다.

◇ 칼럼니스트 소개

박영선 전 장관은 현재 미국 하버드 캐네디 스쿨 애쉬 센터(Harvard Kennedy School Ash Center)에서 시니어 리서치 펠로우로 있다.

애쉬 센터는 민주적 거버넌스, 정부 혁신 및 아시아 공공 정책을 둘러싼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구와 교육, 공개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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