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에 대해 최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비트코인 거래는 국가신용등급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살바도르는 그간 1391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지만 최근 시세 하락으로 약 1000만달러(118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암호화폐 지급 결제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한 비중은 65%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결제업체 비트페이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비중은 2020년 92%에 비해 무려 27%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큰 영향”이라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다른 암호화폐들이 결제에서 많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리플,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 상징 [사진=로이터 뉴스핌]

◆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한 엘살바도르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정부가 전자지갑 ‘치보(Chivo)’ 앱을 배포하고 성인 국민 1인당 30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 잔고를 할당했다.

이를 통해 엘살바도르는 해외송금 수수료를 아끼고 기존의 법정화폐인 미국 달러화의 비중을 낮춰 자체 통화정책을 실시하기를 원했다.

그간 엘살바도르는 해외 특히 미국에서 국내로 송금이 많은 나라로서, 송금 부담을 줄이고 또 미국 달러화 단일 법정통화를 사용하고 있어 독자적인 통화정책이 불가능했다.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 법정통화 추진을 밝히는 자리에서 “매우 저렴하고 100% 청정하며 100% 재생가능하고 탄소배출 제로(0)인 화산 에너지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부켈레 대통령은 정부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에도 이를 강행하자 무디스는 엘살바도르 국가신용등급을 ‘Caa1’으로 강등했다.


당시 무디스의 제이미 로이쉬 분석가는 “엘살바도르가 보유한 비트코인 수가 정부 채무이행에 위협이 될 만큼 크지는 않지만, 정부가 암호화폐를 더 많이 사들이면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정부 돈으로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해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로이쉬 분석가는 엘살바도르 국가신용도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비트코인 거래가 이미 약세를 보였고 이로 인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보유한 1391개의 비트코인은 위험 포트폴리오에 확실히 추가된다. 특히 과거 유동성 압력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정부로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 나이지리아도 국가신용도 하락 리스크에 노출

엘살바도르에 대한 국가신용도 하락 경고가 나오자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로 암호화폐 전문가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엘살바도로와 달리 디지털화폐 도입으로 송금 편의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려 했다. 엘살바도로와는 다른 접근이지만 나이지리아 역시 디지털화폐 도입으로 국가신용도 하락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엘살바도르는 2020년 기준 인구 655만명, 국내총생산(GDP) 246억달러에 지나지 않는 소국이지만 나이지리아는 인구 2억1600만명, GDP 4322억달러의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이다.

나이지리아도 엘살바도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송금 규모가 큰 나라다. 나이지리아 전문가인 영국 이스턴런던대학 법학교수 이와 살라마는 “2019년 연간 해외에서 송금된 규모는 240억달러로 나이지라아 GDP의 5%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금융시스템의 미비로 성인의 36%인 3800만명이 은행계좌가 없어 1%~5%라는 매우 높은 송금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엘살바도로와 유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나이지리아는 해결책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지 않고 이나이라(eNaira)라는 디지털화폐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eNaira 사용이 빠르게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여전히 나이지라아인들은 해외송금 등에서 대다수 비트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 전문기업 스태티스타가 2020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인의 32%가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있고 거래규모는 4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사용 확산 속도가 느리지만 정작 eNaira 사용이 지배적으로 됐을 때 나이지라아 국가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eNaira로 인해 나이지리아의 기존 은행제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위험요소로 꼽힌다.

사람들이 기존화폐 나이라(Naira) 대신에 eNaira를 사용할수록 은행은 예금이 줄어들고 예금유치를 위해 예금이자를 올리고 이는 다시 대출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져 국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대응책은 eNairo의 보유한도를 설정해서 일정 한도 이상은 기존 화폐로 보유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통화시스템의 이중구조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예상치 못한 기술적인 허점, 사이버 공격, 개인정보오용 등의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IT)시스템의 고도화 문제가 두 번째 위험요소다. 이는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평판 리스크라 할 수 있다.

eNaira를 관리하는 최첨단 IT기술을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유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글로벌 핀테크기업 비트(Bitt)에서 이 기술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eNaira를 유지하기 위한 IT기술을 민간기업 비트에 의존한다는 것은 향후 지속적인 관련기술의 업그레이드와 유지에서 엄청난 리스크에 노출됨을 의미한다. 특히 돈세탁이나 테러자금의 이동과 관련해서 시스템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살라미 교수는 “돈세탁이나 테러자금 이동의 위험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법규제와 함께 중앙은행이 IT기술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국기와 나라 모양 [사진=위키미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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