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n번방’ 입장료로 쓰여 논란이 됐던 프라이버시 코인 모네로(XMR)의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 특허가 출원됐다. 모네로를 이용해 돈세탁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즉각적인 거래내역 추적을 통해 규제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모네로와 더불어 3대 프라이버시 코인인 지캐시와 대시의 경우 진작부터 거래 추적이 가능한 상태여서 프라이버시 코인을 통한 완전한 익명성 보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네로 거래내역 추적 가능해진다
암호화폐 추적 업체 사이퍼트레이스(CiperTrace)는 모네로의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있는 2건의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특허 내용에는 금융당국의 재무조사에 도움이 될 만한 트랜잭션 포렌식 도구를 비롯해 도난당하거나 불법 자금에 쓰인 모네로 추적, 위험 기반 돈세탁 방지 등 기능을 포함한다. 사이퍼트레이스는 지난해 초부터 모네로 추적 기능 개발을 추진해왔다. 주된 목적은 규제당국이 모네로의 불법자금 활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암호화폐 사업자들의 잠재적 위험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함이다.

모네로는 다크넷 시장에서 비트코인에 버금갈 만큼 인기 많은 암호화폐다. 다크넷 거래자들 중 45%가 모네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네로는 익명성 강화를 위해 링시그니처(여러 서명의 트랜잭션을 섞어 전송자를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기술)와 링CT(거래금액을 감추는 기술),  랜덤 생성되는 일회용 주소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프라이버시 코인 대시코인보다 익명성 수준이 높다. 코인마켓캡 기준 모네로의 시가총액은 22억달러로 15위이며, 프라이버시 코인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국내에서는 올해 사회적 공분을 샀던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입장료로 모네로가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빗썸과 후오비코리아 등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잇달아 모네로를 상장폐지했다. 지난 9월엔 미국 국세청(IRS) 범죄수사국이 모네로 추적에 성공한 사람에게 최대 62만50000달러(약 7억5000만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범죄 악용 여부 파악, 프라이버시 코인 종말 아니다

거래추적이 가능해지는 게 프라이버시 코인의 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수록 프라이버시 코인의 미래는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이퍼트레이스는 “거래추적이 불가능하면 암호화폐 서비스 업체들이 과도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업체들은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오케이이엑스(OKEx)와 셰이프시프트(ShapeShift) 등 국내외 거래소들은 모네로를 비롯해 지캐시, 대시 등 프라이버시 코인을 상장폐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코인이 언제, 어떻게 범죄에 악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되면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는 게 사이퍼트레이스의 관측이다.

#추적 불가능한 프라이버시 코인, 더 이상 없다?
사이퍼트레이스의 이번 특허 출원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프라이버시 코인은 추적이 가능해지게 됐다. 모네로와 더불어 3대 프라이버시 코인으로 꼽히는 지캐시와 대시는 이미 거래내역 추적이 되고 있는 상태다. 앞서 6월 암호화폐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두 코인의 거래내역 추적 기능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체이널리시스는 익명성 보호를 위해 영지식증명(zk-SNARKs) 기법을 사용하는 지캐시는 99% 거래내역 추적이 가능하며, 모네로는 30%만이 추적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대시는 거래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코인조인(Coinjoin, 마스터노드에서 최소 3개 이상을 거래를 묶고 서로 섞은 뒤 거래내역을 내보내는 방식) 기술이 이미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프라이버시 코인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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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