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s B노트] 분산형 파일 시스템(IPFS) 기반 스토리지 공유 플랫폼 파일코인(FilecoinㆍFIL) 메인넷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냅니다. 파일코인 측은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늦어도 8월 20일 전에는 론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3년간 미뤄왔던 메인넷 론칭 소식에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이더리움 2.0 출시가 가까워지자 이더 가격이 급등하고, 카르다노 셸리 메인넷 소식에 에이다가 큰 폭으로 뛴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파일코인에도 기대를 걸어 봅니다. 메인넷이 나온다는 건 플랫폼이 제대로 구동되기 시작한다는 건데, 이 정도 대형 호재면 가격이 적어도 2~3배, 혹은 그 이상 급등하지 않겠냐는 예측은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빅브라더 저항’ 파일코인, ICO는 성공적

파일코인은 분산형 파일 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 공유하는 탈중앙화 웹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에 기반합니다. IPFS는 데이터를 쪼갠 뒤 암호화해 분산된 노드에 저장하며 노드는 데이터와 저장과 해독 등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빅브라더 사회에 저항하고 이용자의 스토리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후안 베넷(Juan Benet)을 비롯한 스탠퍼드 출신 개발자들이 공동 개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파일코인이 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 등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아 다소 생소합니다. 하지만 파일코인은 2017년 8월 토큰 수취 권리(SAFTㆍSimpleAgreement for Future Tokens) 형식으로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한 지 한 달 만에 당시 ICO 중 최고가인 2억5700만달러(약 3076억원)를 모으며 급부상했습니다. 세콰이어 캐피털, 유니온 스퀘어 등 대형 기관들도 투자에 나섰고 암호화폐 투자 플랫폼 코인리스트는 2억달러를 쾌척했습니다. 파일코인의 뚜렷한 목적성과 기술력 등을 높이 평가한 것이죠.

거래소들도 파일코인에 주목했습니다. 게이트아이오, 비키, L뱅크 등 거래소들이 잇따라 파일코인을 상장했습니다. 메인넷 출시 전이라 입출금이 안 되기 때문에 현물 대신 선물 상품을 내놨습니다. 이론상 투자자들은 향후 메인넷 코인과 1대1 교환할 수 있습니다.

ICO 당시만 해도 파일코인에 대한 업계의 평가가 후했기 때문에 가격은 빠르게 올랐습니다. 상장한 지 얼마 안 돼 가격은 10달러 초반에서 20달러 후반까지 뛰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17년을 휩쓸던 암호화폐 붐이 꺼지고 파일코인 메인넷 출시가 수차례 연기되면서 가격은 10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그후에도 부진을 거듭하다 최근 메인넷 론칭 소식이 들리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3개월간 파일코인 가격은 2.5배가량 올랐습니다.

#거래소마다 가격차 커… 물량 확보도 의심

투자자들은 기대를 걸어볼 만할까요. 섣불리 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파일코인은 의심쩍은 부분이 여럿 존재합니다.

먼저, 가격입니다. 거래소마다 파일코인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7월 28일 게이트아이오에서 파일코인 선물은 19.28달러에 거래 중입니다. L뱅크에는 3개의 파일코인 선물이 있는데 각각 8.91달러(FIL6), 5.29달러(FIL12), 3.27달러(FIL36)입니다. 비키에선 45.96달러(FIL)와 19.21달러(FIL6)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거래소마다 차이가 큰 이유는 뭘까요. 중국 블록체인 업체 딥체인의 분석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출금이 안 되기 때문에 거래소마다 장벽이 생깁니다. 거래소 간 이동이 제한돼 있어 차익거래로 가격 균형을 맞추는 게 불가능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거래소가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상장가를 책정했다는 점입니다. 딥체인에 따르면 파일코인을 상장한 대다수 거래소는 게이트아이오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정체 모를 조건을 붙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비키는 게이트아이오를 포함한 일부 거래소의 파일코인 평균 가격보다 20% 낮춘 가격에서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수요-공급 메커니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다 보니 공급자가 가격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상황입니다.

거래 중인 파일코인을 보면 의아한 게 또 하나 있습니다. 비키나 L뱅크 등에선 여러 종류의 파일코인 선물을 거래하고 있다는 겁니다. FIL1ㆍFIL6ㆍFIL12ㆍFIL36 등 FIL 뒤에 숫자가 붙습니다. 청산 시기를 의미하나 싶은데, 그건 또 아닙니다. FIL6를 예로 들면 BKEX에서는 파일코인 메인넷 출시 후 6개월에 걸쳐 메인넷 코인과 교환해준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L뱅크는 6개월 간 락업을 건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단, 락업 해제 시기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TOKOK에선 메인넷 출시 6개월 뒤에 발행하는 옵션이라고 정의합니다. 같은 FIL6인데도 거래소마다 의미하는 바가 전혀 다릅니다.

이 정도만 돼도 골치가 아픈데 의혹은 또 있습니다. 과연 거래소들이 충분한 물량을 비축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파일코인을 상장한 50여곳 거래소 중 단 9곳만이 ICO에 참여했거나 ICO 참여사로부터 물량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3곳은 파일코인 채굴풀을 직접 운영 중이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추후 메인넷 코인과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나머지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파일코인 백서를 보면 코인의 총 발행량은 20억개입니다. 이중 채굴량은 14억개(하루당 42만개)이고 2억개는 ICO와 프리세일로 이미 분배가 됐습니다. 창립 멤버과 재단에게는 각각 3억개, 1억개가 주어집니다. 이 가운데 ICO와 재단 물량은 락업 기한이 3년이고, 창립 멤버 물량은 6년입니다. ICO 물량은 이미 락업 해제가 됐기 때문에 거래소들은 이중 일부를 가져다 거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 4곳 이상의 거래소에서 각각 1억개 이상 거래되고 있습니다. 50여곳 거래소의 거래량을 모두 합치면 이보다 더 많다는 건데,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다수 거래소는 물량의 출처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전거래를 의심할 만한 상황입니다.

#국내선 다단계 채굴기 판매 성행

국내에선 이러한 사정을 잘 알지 못합니다. 파일코인이 업비트나 빗썸 같은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아 영향력이 적습니다. 국내 거래소 중에선 에이펙스가 유일하게 파일코인 사전거래를 오픈한 상태인데, 메인넷 발표 6개월까지는 거래소 내부 거래만 가능하고 외부 입출금이 제한된 상태입니다. 유통량은 10만개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파일코인이 그나마 알려지게 된 건 국내에서 파일코인 채굴기를 판매하는 곳이 하나 둘 생기면서입니다. 유튜브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파일코인 채굴기 홍보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 판매자 설명에 따르면 채굴 장비는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직접 조립해 판매하며 가격은 2500달러 정도입니다. 이들은 고객의 채굴 업무를 대행해 주며 하루에 1~5개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채굴되면 바로 고객의 암호화폐 월렛으로 보내주며, 조만간 국내 대형 거래소에 상장돼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한국본사 채굴장 운영자라며 수백만원대 채굴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품 소개에는 채굴기에 대한 사양이 아닌 파일코인 소개만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일부 판매자 커뮤니티에는 값비싼 채굴기를 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다단계 보상 플랜이 돌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의혹, 누구의 책임인가

메인넷도 나오지 않은 코인을 두고 자기 잇속만 채우려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거래소는 명확한 기준 없이 코인을 상장해 놓고는 그 뒤는 나 몰라라 합니다. 실제 파일코인 채굴을 하는지 의심쩍은 국내 업체들은 메인넷이 출시 소식에 더욱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팀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해 보입니다.

여기서 피해를 입는 건 오직 투자자들뿐입니다. 이러한 아비규환 속에서 메인넷이 출시된다 한들 상황이 얼마나 바뀔지 의문입니다. 탈중앙화는 권한의 분산을 의미합니다. 권한이 분산된다는 건 각자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책임질 의지가 없다면 블록체인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요.

 

이미지출처: 파일코인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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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