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JOA] 암호화폐 입문자가 거래를 시작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국내 거래소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계좌를 만들고 원화를 입금한 뒤 암호화폐를 매수하면 됩니다. 물론 국내 거래소만이 답은 아닙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거래소 혹은 아예 해외 소재 거래소에 계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국내 거래소는 편하고, 쉽다
국내 거래소의 최대 장점은 접근성과 편의성입니다. 국내 이용자에게 적합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체험(UX), 은행 계좌만 있으면 손쉽게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게 무엇보다 강력합니다. 만에 하나 거래소가 해킹 공격을 받아 자금 손실을 입었더라도 해외 거래소에 비해 법적 책임을 묻기에 수월한 편입니다. 국내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더라도 해결하기가 더 쉽죠.

국내 프로젝트의 암호화폐를 거래하기에도 국내 거래소가 편리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서비스 업체 테라의 마이닝 토큰 루나는 빗썸ㆍ코인원 등 국내 거래소에 상장돼 있습니다. 테라는 티몬과 배달의민족, 야놀자, 글로벌 쇼핑 플랫폼 큐텐(Qoo10), 동남아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캐러셀(Carousell), 베트남의티키(TIKI) 등과 함께 테라 얼라이언스를 구축한,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지난 2월 ‘야놀자코인’으로도 알려진 밀크코인이 업비트에 상장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밀크는 여행ㆍ여가ㆍ라이프스타일 분야 서비스의 포인트를 블록체인을 활용해 통합한 암호화폐입니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포인트를 통합하고 유동화해 다른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밀크 플랫폼에는 야놀자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ㆍ람다256ㆍ서울항공리무진 등이 파트너로 합류하고 있습니다. 루나와 밀크 모두 일부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긴 했지만 워낙 소수인 데다 국내 이용자라면 굳이 해외 거래소를 쓸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이처럼 국내 거래소는 우리 업계를 잘 반영하고 있고, 국내 이용자의 입맛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초보자는 물론, 고수들도 자주 사용합니다.

#해외 거래소는 왜? 김프 효과와 마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국내 거래소의 장점은 여기서 통하지 않지만요. 무엇보다 은행 계좌와 연동이 안 돼 원화 입출금이 번거롭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거래소 이용자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산 뒤 해외 거래소에 전송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국내 거래소엔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구입하기 위함입니다. 예컨대 최근 주목 받는 클레이튼의 암호화폐 클레이(KLAY)의 경우, 한 달 전만 해도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업비트 인도네시아나 싱가포르 등을 통해 거래를 해야 했습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나 후오비프라임 등 국내보단 해외에서 흥행한 IEO(거래소공개)를 참여할 때도 해외 거래소 계정이 필수입니다.

두 번째는 국내에선 금지된 마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국내 거래소들도 마진거래를 제공했지만 정부가 이를 현행법상 일종의 도박으로 간주하면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국 빗썸이 2017년 공매도 상품을 없앤 데 이어 이듬해 3월 코인원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마진거래를 이용해 단기간 고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은 비트멕스(Bitmex) 같은 해외 거래소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거죠.

마지막으로 김치프리미엄 때문입니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2018년 1월 8일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1만6365달러일 때 빗썸에서 2530만원에 거래된 게 대표적 사례인데요. 현재 환율 기준 500만원가량의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한 거죠.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캘거리대학 연구진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시장의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통 국가 혹은 지역간 가격차이가 생기면 차익을 챙기기 위해 재정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차이는 사라지게 되죠. 하지만 국내 당국이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고객신원을 엄격히 확인하기로 하면서 구조가 폐쇄적으로 변형됐습니다. 재정거래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진거죠. 이런 상황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작용했습니다. 코인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김치프리미엄만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김치프리미엄 대신 역김치프리미엄, 즉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저렴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규제가 지속되고,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되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기 때문이죠. 지금도 0.2~0.3%대의 역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해도 김치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3월 글로벌 증시와 더불어 암호화폐 시장까지 공포에 빠뜨린 ‘검은 목요일’ 당시 20%에 가까운 김치프리미엄이 부활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일종의 완충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죠.

#국내 거래소가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
국내 거래소의 성장 잠재력은 해외 거래소에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거래량 순위는 자전거래 등으로 신뢰하기 어려우니 논외로 하고, 대신 방문자 수를 살펴보겠습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시밀러웹(SimilarWeb)에 따르면 글로벌 거래소 하루 방문자 순위는 빗썸이 4위, 업비트가 5위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수요가 해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걸 방증합니다.

물론 아직까진 암호화폐에 대한 각종 규제가 국내 거래소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알지 못합니다. 거래소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특금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 봅니다. 명확한 기준점이 생기면 업계가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거래소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기를 바라봅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https://joind.io/market/id/2321

※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