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블록체인을 밀어주는 이유는 해외 기업의 침투와 그에 따른 자본 이탈을 방어하고, 국민 결제 플랫폼 알리·위챗페이에게 빼앗겼던 데이터 통제권을 되찾기 위함이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Martin Chorzempa) 연구원이 한 말이다. 중국이 블록체인 굴기를 외치며 디지털위안(DCEP)를 발행하고, 정부 주도의 이니셔티브인 BSN에 다수 기업을 끼워넣는 게 당국의 권력 집중화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中 블록체인 전략, 산업 키우기 아니다
5월 1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가 주최하는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2020’에서 초르젬파 연구원은 중국의 블록체인 전략이 해외 위협을 막고, 국내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년 간 중국은 암호화폐와 ICO(암호화폐공개) 등에서 부정적 경험을 축적했다”며 “당국은 이를 해외에서 비롯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인민은행(중앙은행)이 암호화폐 산업을 명암을 구분하는 시도를 했다고 그는 말했다. 기술혁신의 긍정적 측면과 투기 등 부정적 측면을 갈라서 전자만 취한다는 전략이다. 암호화폐는 스캠이라고 규정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르젬파 연구원은 “중국은 외부에서 오는 혁신에 대응하기보다는 최전방에서 혁신을 적극 흡수하는 것을 원한다”고 부연했다.

‘블록체인서비스네트워크(BSN)’에 대한 정부의 의도도 뚜렷하다. 그는 “BSN은 해외 기업의 침투를 제한하고, 자본 이탈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대외 입장과 달리) 전적으로 정부의 자국내 블록체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BSN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블록체인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BSN은 2019년 10월부터 반년 간 베타 테스트를 거친 뒤 올 4월 정식 출범했다. 중국 이통3사(차이나텔레콤·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와 유니온페이, 후오비차이나 등 중국 유수 기업과 기관이 참여 중이다.

#DCEP, 알리·위챗페이에 뺏긴 데이터 통제권 찾기
인민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화폐(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에 대해서 초르젬파 연구원은 “중국의 국민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위챗페이가 가진 금융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 오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결제 플랫폼의 영향력이 워낙 커 당국도 이들의 금융 데이터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DCEP를 발행하면 당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DCEP는 기존 결제와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중국 당국의 입장과 상반된다.

DCEP가 달러 패권에 맞설 것이라는 일부 강경파의 주장에 대해 초르젬파 연구원은 반박했다. 그는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일부 보수 강경파가 이 같은 주장을 하지만 현 시점에서 DCEP가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볼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위챗페이가 중국 외 지역에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처럼 DCEP 또한 비슷하다”며 “초국경 거래 요소가 일부 가미돼 있지만 페이스북 리브라(Libra) 같은 수준의 글로벌 규모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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