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s B노트] 이더리움 2.0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더리움 2.0 페이즈(Phase) 0 수준의 세레니티 테스트넷 토파즈(Topaz)가 지난달부터 가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검증자 노드 수는 벌써 2만5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는 7월 이더리움 2.0이 정식으로 모습을 비출 거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습니다.

 

#32ETH만 있으면 누구나 검증자 될 수 있다
이더리움 2.0 페이즈 0의 핵심은 ‘비콘체인(Beacon Chain)’입니다. 이더리움 1.0과 가장 큰 차이점은 합의 알고리즘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즉 이더 스테이킹(예치)을 통한 블록 검증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초당 20건의 느린 거래 속도, 높은 수수료와 전력 소모량 등 기존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이더리움 창시자는 이더리움 2.0의 초당거래속도가 이전보다 1000배 빠른 1만4000TPS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죠.

PoS 방식에서는 PoW보다 검증자가 되기가 훨씬 쉽습니다. 최소 32ETH만 스테이킹하면 누구나 검증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보상도 받을 수 있죠. 고가의 채굴 장비가 필요치도 않습니다. 일반 사양의 PC로 충분합니다. 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어디서든 손쉽게 검증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더리움 인프라 개발사 컨센시스(ConsenSys)의 책임자 콜린 마이어스(Collin Myers)는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위탁하지 않고 얼마든지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소한의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이더리움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는 설명입니다.

#PoW 보상은 ETH, PoS 보상은 BETH
스테이킹한 32ETH는 락업(Lock-Up)됩니다. 그후 비콘체인 상에서 예치된 수량만큼 비콘체인 이더리움(BETH)이 새로 발행됩니다. 오래, 더 많이 스테이킹할수록 보상도 늘어나는데 보상 또한 BETH로 주어집니다. 기존 ETH가 PoW로 채굴한 코인이라면 BETH는 PoS에 기반한 새 코인입니다. 커뮤니티에서 향후 ETH를 없애고 BETH만 남겨 두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스테이킹한 물량의 락업을 풀 수가 있는데요. 통상 18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스테이킹 보상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스테이킹을 통해 얼마나 보상을 얻을 수 있을까요. 최근 보상 규모를 알려주는 계산기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계산기는 현재부터 10년간 이더를 스테이킹할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차트 형식으로 알려줍니다. 예컨대 32ETH를 10년간 스테이킹할 경우 1년 뒤 4.56ETH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수익률이 14.25%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은 더 커집니다. 10년 후면 15.12ETH, 수익률이 자그마치 278.9%에 달하게 됩니다. 아, 물론 여기엔 일정 조건이 있습니다. 검증자의 네트워크 유지시간(%)이 99%, 전체 검증자의 평균 유지시간은 90%를 충족해야 합니다. 유지시간이 줄어들면 수익률도 하락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높은 수익률이 실현 가능할까요? 현실은 시뮬레이션과 엄연히 다릅니다. 특히 이더리움2.0 초기 때는 각종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이어스는 최근 열린 이더리얼 서밋 2020에서 “보상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마이어스의 설명에 따르면 제네시스 블록이 탄생하려면 적어도 스테이킹한 이더 수량이 52만288개는 돼야 합니다. 1만6384명의 검증인이 있어야 활성화되기 때문인데요. 각자 최소 수량인 32ETH씩 스테이킹한다고 가정하면 이만한 숫자가 나옵니다. 이들이 모이기 전까지 그 누구도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일단 제네시스 블록이 나오면 보상을 받기 시작하는데, 초기 연간 보상 수익률은 20.3%로 예상됩니다. 꽤 높은 수익이죠. 하지만 이 기간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스테이킹 수량이 500만ETH(이때쯤이면 블록체인을 64개 상호연결 샤드(shard)로 분할하는 페이즈 1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를 넘기면 수익률은 6.6%로 대폭 낮아집니다. 게다가 이는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마이어스는 제네시스 블록 탄생 이후로 검증자의 노드 유지비가 보상의 4.75%를 차지할 거라고 추산했습니다. 스테이킹 수량이 500만ETH에 도달하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4.7%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수익은 더 줄어들겠죠. 즉, 제네시스 블록부터 500만ETH에 달하는 기간 순이익률은 3.7~1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초 담보 수량과 보상이 반비례하는 구조로 설정됐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보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페이즈 0 기간, 다시 말해 제네시스 블록 생성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짧으면 1년, 길게는 2년까지 걸릴 거라는 게 마이어스의 관측입니다. 앞서 2월 이더리움 재단 소속 연구원 저스틴 드레이크(Justin Drake)가 소셜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진행한 AMA Eth2.0에서 95% 확률도 올 7월 이더리움2.0이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했고, 부테린도 최근 코인데스크 주최로 열린 ‘컨센시스 2020’에서 이를 재확인했습니다. (참조: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2.0, 7월 출시 가능하다” https://joind.io/market/id/2022) 그렇다면 올 7월 페이즈 제로 단계에 진입한 뒤 일러도 내년 하반기에야 제네시스 블록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전까지 검증자들은 아무런 소득 없이, 자기 비용을 들여 검증에 참여해야 합니다.

마이어스는 또 한 가지 당부를 했는데요. 이더리움 2.0은 고도로 개방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검증자의 수익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상 시스템 자체는 불안정하지 않지만 참여와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보상이 가변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보상 없이 이상만으로 가능할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왜 검증자는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더리움 2.0에 참여하는 걸까요. 마이어스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탈중앙화에 대한 열망입니다. 지금보다 분권화된 미래를 기대하는 이상주의자들이 검증에 나선다는 겁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지금은 돈이 안 되더라도 향후 네트워크가 강화하면 이더의 가치가 크게 오르리라 보고 베팅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어떨까요. 사실 이들은 이더리움 2.0의 가치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들은 PoS 기반 새 코인인 BETH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냉랭합니다. 이더리움 2.0 초반에는 BETH가 검증에 대한 보상으로만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더리움 2.0 검증자를 모집할 경우 BETH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 입장에서 BETH의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이더리움 2.0의 탈중앙화 기조가 커뮤니티, 개발자를 넘어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르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https://joind.io/market/id/2029

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