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해가 바뀌면서 주요 국가들이 암호화폐 관련 법안 시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특금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관계 부처의 정책 준비가 덩달아 늦어지고 관련 업체들은 올해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상임위원회인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가지 못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와, 법 적용 대상 ‘가상자산’의 범위, 가상자산 사업자가 금융회사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을 수 있는 조건 등이 시행령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

◆ 국내 정책 준비 늦어지고 있다

FATF는 지난해 6월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회원국에게 권고안 도입 유예기간으로 1년을 주었다. 오는 6월 각국의 입법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이후에는 상호평가 절차 등을 통해 입법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이 결과는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올해 주요국들은 앞서 제정한 관련 입법들을 시행해나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암호화폐 관련 ‘5차 자금세탁방지 지침(AMLD5)’이 정식 발효됐으며, 싱가포르에서는 암호화폐 결제 관련 서비스 법이 개시됐다. 일본에서도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제 강화 내용을 담은 ‘금융상품거래법(Financial Instruments and Exchange Act)’ 개정안이 조만간 발효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특금법 주요 내용 대부분이 시행령으로 위임된 만큼, 후속 작업을 발 빠르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특금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노태석 금융위원회 정책전문관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요건 등을 시행령으로 위임해 둔 상태여서 시행령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 입법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금법 통과 상황이 불확실할지라도,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담당 부처에서는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협력 관계자는 “법이 공포된 후에 시행령 부분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현재 상황에서는 특금법 통과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대외적으로 시행령 개정 작업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럽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관련 시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암호화폐 거래소·서비스 업체들 사업 불확실성 커져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허용 여부도 특금법 통과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특금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관련 규제 샌드박스 허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인 모인(MOIN)은 지난해 1월 정보통신기술(ICT) 부분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모인은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해외송금을 허용하고, 3만달러 수준으로 해외송금액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관계 부처 간 추가적인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결국 모인 서비스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허용 여부 결정을 연기했다.


블록체인 사업이 진전을 안 보이다 보니 모인도 사업 계획을 불가피하게 수정하게 됐다. 모인 관계자는 “내부에서 사업 우선순위가 바뀌게 됐다”며 “모인의 경우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다른 솔루션을 함께 진행하다 보니 직격탄을 덜 맞는 편이긴 하지만, 다른 암호화폐 지갑 업체들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인은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 솔루션을 이미 구현한 상태지만, 1년 넘게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신사업 확장이 조심스럽다. 특히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4대 거래소들은 바이낸스 포함 해외 거래소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마진거래 등을 규제 장벽으로 인해 고려해볼 수도 없다. 일찍이 코인원은 2017년 마진거래 서비스를 출시하려 했지만, 경찰이 도박장개장죄 명목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서비스 출시를 종료했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실제 암호화폐 결제 사업을 진행하다 규제 한계를 느껴 중단한 적이 있다”며 “암호화폐와 관련된 내용으로 추가 사업을 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업체들은 법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한 업체는 법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특금법 통과조차 불투명하고, 암호화폐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서비스다 보니 사업이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미 해외로 나갈 기업들은 나가 있는데다가 싱가포르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결제 서비스 법이 개시돼 이러한 해외 추세를 고려해 법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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