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소의 정도(正道)를 걷다

[블록미디어 문정은·김진배 기자] “거래소 해킹도, 당국의 경고나 조정 절차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 흔한 과태료를 부과받은 적도 없습니다.”

안전한 기술을 표방하는 거래소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는 자부심의 일단을 이렇게 내비쳤다. 고팍스가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 암흑기를 거쳐오면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보안 기술이다. 많은 거래소들이 자전거래나 가격 펌핑 등 여러 논란을 일으켰지만, 고팍스는 꾸준히 보안 기술을 강화하고 특허를 내는 등 거래소로서의 정도(正道)를 걸어왔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이 미래 먹거리이자 국가의 미래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를 만나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느낀 소회와 고충을 들어봤다.

[사진=이준행 고팍스(GOPAX)  대표]

– 고팍스는 해킹 사고가 없어서 그런지 투자자들 사이에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어떤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나.

“고팍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킹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보안 기술을 가장 신경 써서 개발하고 있다. 실제 고팍스는 거래소 커스터디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 자체 커스터디를 구축하지 않고 해외 기술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고팍스는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커스터디 기술이 현재 어디에 활용되고 있나.

“지난해 말 ‘다스크(DASK·한국암호자산예치)’를 출시했다. 법 집행기관이 범죄자로부터 압수한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해당 기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이용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스크(DASK)는 지난해 말 고팍스가 출시한 예치 서비스다. 예컨대 보이스피싱이나 암호화폐를 마약 거래 수단으로 이용하려다 적발되는 경우 법 집행기관은 압수된 암호화폐를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보관·관리할 수 있다. 법 집행기관은 사건번호와 암호화폐 유형 등을 입력하고 기관 이메일, 공문·영장 인증 과정을 거쳐 압수한 자산을 예치할 수 있다.)

–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기관용 커스터디도 출시하고 있다. 국내 여건은 어떤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생각한다. 국내는 아직 기관 수요가 크지 않은 상태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고 안정화되면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커스터디도 출시할 예정이다.”

– 공지사항을 보면 고팍스는 6월 한 달에만 다섯 번 넘게 입출금이 제한됐다.

“곧 재개된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보이스피싱 신고만으로도 해당 계좌에 대해 정지가 가능하다. 신고만으로도 계좌 정지가 가능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 보이스피싱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용하는 배경은.

“사실 거래소가 보이스피싱을 잡을 수 있는 권한도 없는데 상금을 걸고 하고 있다. 그간 고팍스는 자체 기술을 만들고, 특허를 내며 사업 기반을 마련해 왔는데 보이스피싱 때문에 계좌 전체가 막혀 거래소 운영을 못하게 되면 결국 모든 게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당국이 안 하니까 거래소가 나서 자체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 운영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 거래소 생존은 거래소 손에 달린 것이다.”

(보이스피싱 신고포상금 제도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 예방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고팍스 계정을 이용한 피싱 사기나 자금세탁 범죄가 확실시되는 경우 범인의 실명, 연락처 등 정보를 담아 신고 내용을 양식에 맞춰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실제 검거로 이어질 경우 포상금은 최대 1억원이 지급된다.)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법인계좌로 입출금을 지원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아까도 말했지만 보이스피싱은 신고 만으로도 계좌 정지가 가능하다. 사실상 플랫폼을 운영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반면 실명확인 가상계좌의 경우 보이스피싱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계좌만 정지시키면 된다. 거래소 운영에 어려움이 크게 덜어진다. 실명확인 가상계좌가 필요한 이유다.”

– 기술은 있는데 실명인증이 안 된다. 은행들은 어떤 반응인가.

“은행들도 고팍스 시스템을 모두 인정한다. 그렇지만 가상계좌를 열어줄 수는 없다고 한다. 금융위가 발표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때문인데 해당 기준을 고팍스는 대부분 충족하고도 남는다. 유일하게 충족하지 못하는게 은행의 실명인증계좌를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인데, 가상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요건에 가상계좌를 이용하고 있는지가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 고팍스를 오픈한 지 꽤 됐는데 가상계좌 발급 이야기는 없었나.

“초기 거래하던 은행과 당연히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실제 가상계좌 서비스가 발표되고 실명전환이 되고 나서는 없던 일이 됐다. 은행이 신규 계약에 대해서는 체결하지 못한다고 한 것인데 정부쪽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중앙화 되어 가고 블록체인 정신과 멀어지는 것 같다.

“법정화폐가 연계된 암호화폐 거래소이기 때문에 약간의 중앙화된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가상계좌 발급 기준을 포함하거나 거래소 운영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시해 줘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 꾸준한 노력에도 알아주지 않아 억울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정부에 원하는 것이 있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국가가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분명 블록체인 산업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어쩌면 국가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과거 로스쿨이 생겨난 이유도 정부가 젊은 인재들이 고시 공부에만 매달려 시간과 재능을 소비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움직이고 있고 고시생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만큼 우리도 많은 가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의 젊은 인재들을 위해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 press@blockmedia.co.kr

▶블록미디어 텔레그램: http://bitly.kr/0jeN

▶블록미디어 인스타그램: http://bitly.kr/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