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만트라(MANTRA)가 지난 13일 발생한 자체 토큰 OM 가격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중앙화 거래소(CEX)에서 발생한 레버리지 포지션의 강제 청산을 지목했다. 수조 원대 시가총액이 증발한 가운데, 프로젝트 측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발생한 강제 청산에 따른 하락일 뿐, 팀이나 주요 투자자의 매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한 매도 여부를 넘어서, 이번 사태가 OM 구조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18일 만트라는 공식 성명서를 내고 이번 급락 사태에 대해 “청산은 중앙화 거래소 내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프로젝트 팀이나 주요 투자자가 시장에 직접 매도한 사실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OM 토큰은 가격 급락 직전 일부 상위 보유 지갑에서 약 4360만개(당시 약 2억2700만달러 상당)가 OKX, 바이낸스 등 중앙화 거래소로 대거 이동한 정황이 온체인 데이터에서 포착됐다. 이후 이 토큰을 담보로 활용하던 레버리지 포지션이 연달아 청산되며 대량 매도 압력이 쏟아졌고, 새벽 시간대의 낮은 유동성과 맞물리면서 OM 가격은 단기간에 급격히 붕괴됐다.
내부자 매도 없었지만 구조적 취약성 드러나
만트라는 이날 입장문에서 “경영진, 내부 임직원, 자문역에 할당된 메인넷 OM이 여전히 100% 락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통 시장에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만트라는 지난해 10월 자체 블록체인 ‘만트라 메인넷’을 출시하고, 기존 이더리움(ERC-20) 기반으로 발행됐던 OM을 메인넷 기반으로 이전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신규로 발행된 메인넷 OM은 대부분 내부 보관용으로 설정해 락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에서 실제로 유통되고 거래되는 OM 대부분은 기존 ERC-20 기반 토큰이며, 메인넷 OM은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 내부 지갑에 보관된 메인넷 OM은 시장에 거의 풀려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 급락 당시 유통 시장에서 발생한 거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 만트라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히 ‘누가 팔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왜 소수 보유자의 움직임 하나로 시장 전체가 붕괴될 수 있었는가’에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 주체의 매도만으로 전체 시장이 급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OM 토큰의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플랫폼 한 곳에 몰린 유동성, 고래가 MM으로?
전문가들은 OM의 유동성과 거래 기능이 모두 하나의 시스템에 과도하게 집중된 설계에서 이번 구조적 취약성이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만트라는 지난해 3월 이후 자체 디파이 플랫폼인 만트라 파이낸스(mantra.finance)에서만 OM 예치, 스테이블코인 대출, 레버리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유니스왑이나 팬케이크스왑처럼 다양한 유동성 풀이 공존하는 일반적인 탈중앙화 생태계와 달리, OM은 하나의 플랫폼에 모든 기능이 집중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기능이 단일화된 구조는 전체 시스템의 유동성과 거래 리스크를 한 지점에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 단 하나의 고래 지갑이나 청산 이벤트만으로도 OM 가격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 형성된 것이다.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만트라의 경우 외부에서 마켓메이커를 유치한 것이 아니라, 구조상 내부에서 마켓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는 플레이어가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며 “담보, 대출, 유동성이 모두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돼 있어 리스크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자체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트라는 OM을 자체 플랫폼뿐 아니라 중앙화 거래소(CEX) 내에서도 담보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일부 고래 투자자나 대형 보유자가 OM을 대량으로 거래소에 입금해 레버리지 포지션을 구성했고, 이후 시장 가격 하락에 따라 담보 가치가 줄어들면서 자동 청산이 잇따랐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이러한 사태의 배경에 대해 “유동성 자체가 워낙 적었던 점이 이번 사태를 키운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며 “중앙화된 토큰 분배 구조와 낮은 유동성, 그리고 취약한 청산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가격 붕괴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거래소 내부에서 누군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취한 정황이 의심되지만, 관련 정보가 비공개인 이상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장 전략이 만든 구조적 취약성⋯근본적 해결책 제시돼야
이 같은 구조는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빠른 초기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선 업계 전문가는 “만트라는 외부 유동성 공급자를 유치하기보다는, 자체 플랫폼 안에서 유동성이 형성되도록 구조를 설계해 토큰 가격을 안정시키고 빠르게 성장세를 보여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방식은 단기간에 거래량이나 주요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유동성과 리스크가 특정 지점에 몰리는 취약한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트라는 최근 적극적으로 성장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1월에는 두바이 소재 부동산 개발 기업 ‘DAMAC’과 10억달러(약 1조4245억원) 규모의 자산 토큰화 계약을 체결했다. 2월에는 두바이 가상자산 규제청(VARA)으로부터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이처럼 토큰 설계와 구조 자체가 성장 전략과 직결되다 보니 유사한 방식의 프로젝트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웹3 업계 관계자는 “만트라 외에도 현재 시장에는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본질적인 기술력이나 실사용 가치보다는 자금 유입 능력을 우선시하는 토크노믹스가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도 “토크노믹스에 유동성 공급에 관한 내용이 명확하게 명시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재우 교수는 “이번 사태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함께 작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며 “블록체인이 분산화를 지향하는 기술인 만큼, 유동성이 낮고 통제가 집중된 구조에서는 소수 주체의 실수가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하락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가 더욱 증폭되므로, 유사한 형태의 알트코인 설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만트라는 향후 △팀 물량 소각 △OM 토큰 바이백 △실시간 대시보드 공개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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