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ck Han 에디터]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깨고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를 앞두고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된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하락하며 2023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는 0.2% 상승이었으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앞서 2월 수치는 0.1% 상승으로 소폭 상향 수정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0.1% 하락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3% 상승을 크게 하회한 수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 산정에 반영되는 핵심 요소들도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항공운임은 0.4% 하락했고, 병원 진료비 상승률도 둔화됐다.
이번 발표는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과 맞물리며, 연초 이후 처음으로 물가 압력이 한풀 꺾였다는 평가에 힘을 싣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관세 강화 조치로 인해 올해 후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 초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10%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현재까지 중국산 전체 수입품에 부과하는 총 관세를 145%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주에는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는 대신, 전반적인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는 지난 3월 12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가격은 2.1% 하락했고, 에너지 가격은 무려 4%나 떨어졌다. 서비스 가격은 0.2% 하락하며 지난 2023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도매 및 소매 마진이 줄어든 데 기인한다. 반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은 2개월 연속 0.3% 상승했다.
중간재 가격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가공되지 않은 원자재 가격은 식료품과 에너지 원료 하락의 영향으로 4.1% 급락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원자재 지수(알루미늄, 구리, 니켈, 아연 등)는 현재 2020년 이후 최저 수준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원유 가격은 배럴당 약 60달러까지 떨어져 4년래 최저권에 머물고 있다. 곡물과 축산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향세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소비자 물가에 대한 전이효과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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