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고객센터 직원 한 명만 있으면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거래소의 현주소다. 수십억 원을 가지고 돌연 사라진 퓨어빗, 하루에 수 만 배 급등하는 코인,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서버 다운, 아무리 항의해도 해결되지 않는 입출금 문제, 툭하면 털리는 거래소 해킹문제까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거래소 외주제작도 문제로 떠오른다. 국내에는 이미 돈만 주면 거래소를 만들어주겠다는 업체가 다수 있다. 기자가 그 중 한 곳을 찾아가봤다.

악명 높은 외주제작업체, 직접 가보니 평범한 회사

지난 11월 27일, 기자는 외주로 거래소를 만들려는 사람으로 위장해 업체와 미팅을 잡았다.  이미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거래소 외주제작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가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업체 미팅을 위해 기자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업체를 찾았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의 인상과 달리 내부는 환하고  쾌적한 벤처 소프트웨어 회사 그 자체였다.

자리에 앉아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갔다. 거래소 제작 최소 비용은 1억 5,000만원. 업체 영업 담당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거래소 플랫폼 솔루션을 이용하면 두 달이 채 안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담당자의 표정에서는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담당자에 따르면 거래소 베타 버전 오픈까지 평균적으로 1년 이상이 걸린다. 두 달 만에 뚝딱 만들어진 거래소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지에 대한 물음에 답은 뻔했다.

고객센터 인력 한 명만 있으면 나도 거래소 CEO 된다

하루에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이 오가는 거래소에 보안과 안정적인 운영은 생명이다. 자체 인력 없이 한명의 고객센터 직원만 고용하면 얼마든지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담당자의 말에, 피해 투자자들이 떠오르며 순간 오한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담당자는 “직원은 모니터링 인력과 고객센터 인력만 한 명 있어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 인력은 열 명 남짓한 외주 업체 직원이 전부였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담당자에 의하면 해당 업체의 솔루션을 이용해 만들어진 거래소는 국내외 총 40개에 이른다. 한명의 개발자가 거래소 네 곳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거래소 한 곳당 0.4명의 개발자가 배치된다는 이야기다. 수백억원이 들어있는 금고에 단 한명의 보안요원도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개발자 없이 거래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보안과 투자자 보호는 고려하지 않고 돈만 벌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조사했던 한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사이트 업그레이드 ▲지갑과 노드 관리 ▲새로운 코인을 상장했을 때 데이터 처리 ▲거래량 증가 시 서버 관리 등에 필요한 개발 인력은 최소 30명이었다. 다른 자체 개발 거래소 또한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이 개발자였다. 외주 거래소는 언제 문제가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구조라는 결론에 이른다.

결함 있어도 고스란히 판매되는 거래소 플랫폼

거래소 운영에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도 담당자는 기술적 결함은 당연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담당자는 “거래량이 늘어나면 과부하가 걸려 서버가 느려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서버를 늘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서버 과부하로 문제가 있을 수는 있어도 즉각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플랫폼 판매만 하면 된다는 태도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오픈한 거래소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남겨진다. 실제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외주로 만들어진 거래소는 입출금 지연과 서버 과부하가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걸러라’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우후죽순 생긴 거래소들 가운데 자체 개발로 만들어진 거래소를 투자자 개개인이 찾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거래소 플랫폼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기자가 방문한 곳 외에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해도 외주 제작된 거래소 때문에 거래소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염려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 자산 거래법’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발의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세우기 위해서는 자본금 30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전산체계 등 설비를 갖추고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발의는 됐으나 계류 중인 가상통화 관련 법안이 6개나 된다. 정부여당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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