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애플과 구글 같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로 확산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규제를 강화한 이후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도 고삐를 죄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빅테크들로서는 전 세계적인 규제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는 셈이다.

일본 내각은 최근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들이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의 지배력을 이용, 새로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획기적인 법안을 승인했다.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가 마련한 이 법안은 애플과 구글이 일본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의 거의 모든 부분을 장악한 만큼 이들의 독점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애플의 거센 로비로 맞서 새로운 규제 도입이 지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범위를 좁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본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내년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규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에는 자국 내 연간 매출의 최대 20%라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10년 이내에 반복해 위반하면 벌금은 연간 매출의 3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일본에서 240억 달러(약 33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의 이 법안은 광범위한 내용의 EU 디지털시장법(DMA)의 협소한 버전이랄 수 있다.

지난 3월 초 전면 시행된 EU의 이 법은 모바일 운영체제 간 전환을 더 쉽게 만들고, 사용자가 다른 소스들로부터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 정부가 전자상거래와 스트리밍 서비스, 소셜 미디어 제공업체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해 광범위한 법안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나왔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반칙 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FT에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대형 앱스토어와의 계약을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규제 당국이 법을 집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한국의 앱 개발업체들은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통상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불만 사항을 제기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들은 다른 앱이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하는 것을 보았고, 한 번 퇴출당한 앱은 재진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호주에서는 감시단체들이 디지털 결제를 포함한 영역으로 온라인 규제 체제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는 기술 규제의 선구자 격으로 다국적 조세 회피, 온라인 안전을 단속하는 법을 도입하고 언론산업 보호를 위해 거대 디지털 기업들을 상대로 미디어 기업에 비용을 내도록 하는 조치를 도입하기도 했다.

기술 산업 쪽에서는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확산하는 이런 규제가 애플 등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기업들에 더 심각한 문제를 안겨준다고 말한다.

애플은 EU의 디지털시장법으로 인해 결국 폐쇄형 모바일 운영체제의 핵심 부분을 바꿔야 했다.

애플은 또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분야 내 영향력을 활용해 경쟁자들을 억누르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독점금지 소송에 휘말렸다.

FT는 규제 강화가 단지 유럽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 호주, 영국 등에 걸쳐 이뤄진다면 이에 맞서 싸우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는 기술 업체 경영진의 고민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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