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비트코인 ETF는 경부 고속도로입니다. 제도권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뚫린 것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12일 블록미디어 채널의 ‘JJ크립토라이브 플러스‘에 출연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정석문 센터장은 “비트코인 ETF를 통해 수 개월, 수년에 걸쳐서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이 화폐의 세 가지 단계 중 ‘가치저장 수단’으로 저변을 넓히는 단계에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굳이 교환매개 수단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석문 센터장과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 요약.

– 비트코인 ETF 상장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비유하면 서울, 부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뚫린 것이다. 이 위로 이제부터 많은 차들이 달리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교환매개, 회계단위라는 화폐의 궁극적인 세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다.

– 비트코인이기 때문에 ETF가 가능한 것인가? 다른 암호화폐도 ETF화할 수 있을까?

처음이 가장 어렵다. 전통적인 금융이 신생 가상자산, 비트코인으로 넘어오기가 어렵지 일단 넘어오면 막연한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다른 가상자산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발생하고, 예를 들어 이더리움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넘어온 자금이 이더리움으로 넘어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데드라인인 5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 코빗에서 발간한 리포트를 보면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는 과정에 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돈으로 진화하는 것인가?

화폐의 기능은 세 가지다. 가치저장, 교환매개, 회계단위 등이다. 흔히 돈하면 교환매개를 많이 생각한다.

어떤 ‘물건’이 이 세가지 기능 습득해 화폐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가가 “이제부터 이것이 화폐야”하고 위에서 아래로 법령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폐가 대부분이 이렇다. 모든 화폐는 그러해야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실 인류가 오랜 역사로 체험한 것이다. 기억에서 잊혀져서 생소할 뿐이지 인류는 물건을 화폐로 사용해 왔다.

동아시아에서는 조개껍질이 대표적인다. 화폐(貨幣)라는 말에 조개(貝)가 들어있다. 돈의 역사적 흔적이다.

서양에서는 밀, 소금 등이 돈의 역할을 했다. 로마제국에서는 소금이 돈의 기능을 했다. 월급(salary)과 소금(salt)은 단어의 뿌리가 같다.

국가가 강요한 것이 아닌 경제활동을 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강요 없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합의’의 방식으로 화폐를 정한다.

– 너무 옛날 얘기 아닌가?

현대에서도 있다. 샘 뱅크먼 프리드(SBF)가 감옥에 있지 않나. 감옥에서는 담배가 돈 처럼 쓰인다고 한다. SBF가 있는 교도소는 금연이어서 고등어 조림 통조림이 화폐 역할을 한다.

교도소장이 강요한 것이 아니라, 수감자들이 합의에 의해 고등어 통조림을 돈으로 쓰는 거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보면 SBF가 고등어 통조림 3개를 주고 감옥 내에서 이발을 한 후 법원에 출두했다고 한다.

– 그렇다면 비트코인도 돈으로 점점 진화하는 것인가?

비트코인은 돈이 되기 위해서 태어났다. 우리 기억속에서 잊혀져서 그렇지 조개, 소금도 처음부터 돈은 아니었지 않나. 법정 화폐만 생각하고, “비트코인이 어떻게 돈이냐”고 하는거다.

비트코인은 두 번째 방법,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돈으로 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19세기말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의 책에서 이미 화폐가 되는 과정이라는 이론이 제시돼 있다.

화폐가 되는 과정. 자료=코빗 리서치센터

어떤 물건이 처음에는 소장품으로 시작한다. 다음에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저변을 확대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유한 상태에서 이제는 교환매개 수단으로 기능한다.

마지막으로 회계단위로 역할하면서 화폐의 3가지 기능을 다 충족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지금 가치저장 수단으로 저편을 확대하는 단계에 있다.

– ETF가 비트코인이 화폐로 가는 다음 단계를 열어주는 것인가?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개미 투자자들 주도로 저변을 넓히지 않았나. 현물 ETF를 계기로 가치저장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그 저편이 차원이 다르게 넓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는 큰 의미를 갖는다.

–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비트코인은 돈은 아니지만, 투자재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TF를 통해 ‘투자재’를 넘어 화폐로 갈 수 있겠다.

현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저장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 못사지 않냐”고 질문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중요한 질문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축 수단(가치저장)으로 비트코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

교환매개를 논할 단계 아니다. 오히려 지금 비트코인을 교환매개 수단으로 쓰면 기회비용이 막대하다. 비트코인 초창기 피자 한판을 위해 쓴 비트코인을 생각해보라.

– 코빗이 발간한 올해 예측 리포트에 보면 ‘주권 국가의 비트코인 수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교환매개 수단만 생각하면 ‘국가의 수용’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는 법정화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가치저장 수단으로 국부펀드가 비트코인 ETF를 편입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수용을 의미한다. 올해 안에 이러한 수용이 일어날 것이다.

2021년부터 계속해온 얘기한 내용이다. 매년 한 나라씩 그러한 수용을 실행하는 국가들이 나왔다. 작년에는 부탄 국부펀드가 비트코인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작은 나라들이 하는 것이니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편견이다. 이들도 엄연한 주권 국가다. 이 세상에는 통화 시스템이 불안한 나라들이 안정적인 나라들보다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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