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서 ‘LK-99 재현 성공’ 주장…초전도성 특성엔 의문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기대를 모으는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두고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LK-99가 상온 초전도체는 아니지만,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신물질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과학계의 의미있는 진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묻지마 투자’가 성행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과열되는 것을 두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LK-99가 정말 상온 초전도체라 하더라도 상용화 등까지는 수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연구성과가 투자와 과도하게 엮인다면 과학 멸시 풍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학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와 인도 국립물리연구소는 논문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재현을 위한 연구 결과를 게시했다. 아카이브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팀이 지난달 22일 LK-99 관련 논문 2편을 게재하며 전세계적인 상온 초전도체 재현 열풍이 시작된 곳이다.

베이징대와 인도 국립물리연구소는 공통적으로 LK-99와 화학적 구조가 유사한 물질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으나, 초전도성의 특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전도성 대신 ‘강자성’을 지닌 신물질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도 연구진, LK-99 합성 성공했으나 초전도성 없다고 발표…’강자성’ 신물질 가능성도

베이징대 연구진은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레시피에 따라 LK-99와 유사한 샘플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X선 회절 분석 등을 진행한 결과 합성된 물질의 화학적 구조가 LK-99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해당 물질을 자석 위에 놓은 결과 초전도체와 같이 자기장에 의해 부양하는 현상이 드러나긴 했으나, 완전하진 않았다는 게 베이징대 연구진의 판단이다.

초전도체의 특성은 전기저항이 0이고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반자성)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베이징대에서 합성된 물질 샘플은 특정 부분에서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나긴 했으나, 일부는 여전히 표면에 닿아 있는 ‘반쪽 공중부양’에 그쳤다. 전기저항이 0이 된 것도 증명되지 못했다.

베이징대 연구진 또한 이를 두고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사실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베이징대 연구진은 합성 물질이 초전도성 대신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특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암시했다. 합성 물질의 일부에서만 공중부양 현상이 나타난 것이 ‘반자성’은 아니지만, 스스로 자기화될 수 있는 ‘강자성’을 띄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LK-99 레시피에 따라 베이징대의 합성 물질은 납-구리-인-산소 구조물로 이뤄졌는데, 이들 요소로 이뤄진 강자성체는 그간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대 연구진은 “우리 샘플의 전기저항 등을 보면 초전도성의 징후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마치 반도체와 같은 특성을 보였다”며 “납-구리-인-산소 체계에서 상온 강자성의 특성은 이전에 보고된 바가 없는 만큼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출고일자 2023. 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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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진이 ‘아카이브’에 공개한 LK-99 재현 연구 관련 논문. (사진=아카이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 국립물리연구소도 베이징대처럼 LK-99의 레시피를 따라한 결과 LK-99와 유사한 순수 전구체를 합성해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 연구진의 합성 물질 또한 확실한 초전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석 등에서 자기부상하는 현상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이같은 재현 실험 결과들이 발표되자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의 응집물리센터(CMTC)는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단정짓기도 했다.

CMTC 측은 “슬프게도 우리는 이제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 LK-99는 실온은 물론, 극저온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니었다”며 “LK-99는 저항성이 매우 높은 불량 품질의 물질이었다. 논쟁할 필요도 없이 데이터가 이같은 결과를 보여줬고, 반자성 특성도 흥미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LK-99, 초전도체라 해도 상용화는 최소 10년 후에나…과도한 투기 과열 경계해야

해외 연구진들 사이에서 LK-99의 상온 초전도체 여부를 두고 다소 회의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섣불리 ‘LK-99는 거짓이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설령,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이 나더라도 또다른 신물질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진일보한 발견’이 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러나 학계에선 ‘LK-99’가 학술적 가치와 평가보단 투자 시장에서 먼저 평가되고 광풍이 일 정도 투자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에 대해 걱정한다.

언론에서 LK-99를 주목한 것도 아카이브 논문에 발표됐기 때문이라기 보단, 관련 투자사들의 주식이 먼저 꿈틀대면서부터다. 실제 지난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속 상한가 행진을 잇다가 하한가를 맞는 등 주식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LK-99 공동저자인 김현탁 미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 또한 “현재의 LK-99는 완전하지 않으며,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의 투자가치와 연결될만한 상업적 가치가 증명되진 않았다는 얘기다.

출연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학적 발견과는 달리 기술 상용화 여부는 또다른 얘기가 될 수 있는데 마치 이번 논문 발표 자체로 인류문명이 달라질 것처럼 분위기를 띄워 투자를 부치기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며 “주식 시장 열풍으로 초전도체 물리과학이 주목을 받았지만 거품이 꺼질 경우 과학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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