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리플(XRP) 가격이 950원 선으로 밀렸다. 23일 오전 8시 33분 현재 업비트에서 리플은 전날보다 5% 이상 떨어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 판결에 대해 항소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모습이다.

지난주 테라폼 랩스 및 권도형은 리플 판결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SEC는 해당 재판부에 “리플 판결을 재검토 중이며, 인용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다음은 22일 게재한 관련 기사.

겐슬러 ‘외통수’에 몰렸다…리플 판결 후폭풍–권도형도 무죄 주장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리플 랩스 판결로 볼 때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라폼 랩스와 권도형에게 제기한 소송은 기각 되어야 마땅합니다.”

지난 18일 권도형 변호인은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이같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더 블록 등이 보도했습니다.

SEC를 대리하는 변호인들은 “재판부가 리플 랩스(Ripple) 판례를 인용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을 곧바로 제기했습니다.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외통수에 몰렸습니다. 리플 판결을 인정하고 합의로 갈 경우 권도형처럼 SEC와 송사를 벌이고 있는 측에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기세입니다.

그렇다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항소를 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면초가에 몰린 겐슬러 위원장이 ‘막가파식’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 리플 판결, 권도형에게는 호재?

권도형 변호인은 리플 판결을 인용하며 “SEC가 제기한 테라폼 랩스와 권도형에 대한 소송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SEC는 권도형을 증권법 위반 및 사기죄로 기소했습니다. UST 판매는 증권이며 UST가 자동 알고리즘으로 1 달러 가격을 유지한다는 주장은 사기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권도형 변호인은 적어도 증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리플 판결을 근거로 기각을 주장합니다.

권도형 재판을 담당하는 SEC측 변호인들이 즉각 반박 주장을 펼쳤습니다.

# 리플 판결 항소할 듯

SEC 변호사들은 리플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전제로 “재판부가 이를 판례로 인용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변호사들이 SEC가 항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재판부에 이런 의견서를 낼 수 없다는 것이죠. “판결을 재검토 중이다”는 말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월스트리저널이 보도했습니다.

리플 재판이 테라폼 랩스와 권도형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SEC는 올해에만 10 여 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 입니다. 모두 증권법을 위반한 암호화폐 관련 기업, 프로젝트에 대한 것입니다. 리플 재판이 이 소송을 불리하게 만들 뿐 아니라 앞으로 제기할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겐슬러 입장에서는 자기 ‘밥그릇’이 깨질 위험에 처한 것이죠.

# 항소 이유서

SEC를 대리하는 변호인들은 리플 재판을 인용해서는 안 될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SEC가 향후 리플 재판 항소를 할 때 포인트를 미리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첫째, 리플 재판은 호위(Howey) 테스트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 투자 자금이 프로모터(이 경우 리플 랩스)에게 간다는 명확한 표시가 있어야만 호위 테스트 대상이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다.

둘째, 증권법 보호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 리플 재판의 결과로 기관 투자자는 법으로 보호 대상이 되고, 일반 개인 투자자는 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셋째, 결론적으로 모든 투자자에게 균등하게 증권법이 적용되도록 해야 하는데, 리플 재판부가 이를 차별적으로 해석했다.

# 겐슬러, 항소할 것인가?

겐슬러 위원장은 항소할까요? 포춘의 분석에 따르면 항소 결정에는 정치적 요소도 작용합니다.

첫째, 겐슬러는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민주당 측 어공(어쩌다 공무원)입니다. 리플 판결을 한 토레스 판사 역시 민주당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입니다. 보수적 판결이라고 정치적으로 공격할 포인트가 마땅치 않습니다.

둘째, 항소심에서 SEC가 이긴다고 해도 리플 랩스는 대법원까지 이 소송을 끌고 갈 태세입니다. 돈도 많고, 시간도 리플 편이라는 거죠. 문제는 대법원입니다. 대법원에는 공화당이 지명한 보수성향 대법관이 더 많습니다. 겐슬러처럼 사사건건 시장과 기업 일에 개입하는 정부 기관을 대법원이 좋아할 리 없습니다.

셋째, 대통령 선거가 결려 있습니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는 수 년이 걸립니다. 당장 내년에 대선이 있는데요.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이 백중세입니다. 항소심을 끌고 갔을 때, 겐슬러가 바이든 행정부 밑에서 SEC 위원장직을 유지할 것인지 불투명합니다.

정무직 공무원들은 정치적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겐슬러 입장에서 항소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리플 판결 이후 더욱 혼란한 규제

리플 판결은 암호화폐 시장의 승리입니다. 폭주하는 SEC를 멈칫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명확해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SEC는 항소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습니다.

의회가 암호화폐를 규율하는 새로운 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큰 선거를 앞두고 속도감 있는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증권성을 판별하는 호위 테스트를 대신할 탈중앙 테스를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SEC는 기존 증권법으로 충분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겐슬러에게 한 방만 더 먹일 수 있다면 KO를 시킬 수도 있을텐데요. 리플 판결 이후 법률 공방은 여전히 아슬아슬한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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