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STO, 개인 투자자 투자 위험은 큰데 혁신성은 의문
리테일 투자자에 리스크 전가 우려…금융위 “제한 장치 있어”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최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신한투자증권과 에이판다파트너스의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상업용 부동산과 SOC 대출채권 등을 유동화한다는 점을 혁신적이라고 평가했으나, 담보 물건의 차이일 뿐 기존 제도권의 금전채권 거래시스템과 다를 게 없어서다. 라이선스업인 금융업에서 금융위가 이중 라이선스를 제공한 것이라는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금융위가 인정한 서비스의 공식 명칭은 ‘블록체인 기반 금전채권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서비스’다. 이미 오픈소스로 공개된 블록체인에 혁신성을 부여했을 리는 만무하다. ‘금전채권 수익증권 서비스’는 기존 금융회사에서 하는 업무다. 그렇다면 ‘플랫폼’만 남는다.

개인이 상업용부동산과 SOC에 투자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미 이들 거액의 상업용 부동산에 조각투자하는 회사와 플랫폼은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에이판다의 서비스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건설할 때 금융회사들이 제공한 대출채권을 개인들에게 재판매하는 개념이다.

에이판다의 먹거리인 대출채권은 주로 보험·증권·은행 등 자산운용 규모가 큰 대형 금융사로부터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같이 부채의 만기가 길어 자산 평균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늘리는 데 유인이 있는 곳들이 일차 타깃이 될 전망이다.

금융회사가 과거 발행한 대형 담보 대출 채권 중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출채권을 사들여 플랫폼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재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에이판다에는 이즈스자산운용도 참여했는데, 운용사는 대출 채권을 판 금융회사에 만기가 긴 채권을 재공급하는 역할일 것으로 추정한다.

NH투자증권에서 10년 동안 대체투자 업무를 했다는 한 관계자는 SNS를 통해 “금융위는 기존 금융 시장에서 터질 부실 자산을 블록체인 시장으로 리스크 이전하면서 국민 뭇매를 피할 수 있으니 좋고, 신한은 영업용순자본비율을 관리 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라며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이지 않은 서비스를 혁신 금융 서비스라는 이름표로 출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체투자와 유사…담보 물건 영역 확대에 ‘혁신’ 이름표

이런 운용 구조는 기존 대체투자 방식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간 증권사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업체는 실물자산을 인수한 후 이를 기초로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왔다. 신한금융도 자회사 신한자산운용을 통해 하는 사업이다.

실물자산을 담보로 대출하면 차주에게 대출 상환을 요구할 대출 채권이 생긴다. 담보가 부동산이면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 선박이면 선박 담보채권이다. 즉, 에이판다의 사업은 상업용 부동산과 SOC 채권을 담보로 한 채권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새로운 혁신 서비스라기보다는 담보 물건의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실물자산 담보 대출채권의 주요 투자자는 은행·보험·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다. 기관들은 포트폴리오 투자 기간과 상품의 만기를 맞추기 좋기에 대출상품을 선호한다. 증권사 등은 이들을 위해 실물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들여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여러 트렌치(Tranche)로 구조화한다. 선순위 대출, 중순위 대출, 지분 등으로 나눈 각각의 트렌치를 기관 투자자 수요에 맞춰 판매하고 수수료를 얻는다.

결국, 기관 투자자들이 거래하던 대형 SOC·상업용 부동산 등 우량자산에 개인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고, 블록체인을 활용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에이판다의 서비스는 기존 대체투자와 다를 것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신한, 이지스가 하는 사업에 ‘혁신’ 타이틀을 씌워 에이판다를 통해 이중으로 진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에이판다의 주주 구성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기업인 에이판다가 신한투자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을 경유해 사실상 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는 문제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위험 요소다. 현재 자금 시장 경색 등 유동성 축소로 부동산 시장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외 부동산·인프라 관련 펀드들은 연이어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등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했다.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거나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 자산인 부동산 투자가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투자 위험을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선 기관들도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위험이 커진 대출채권을 먼저 털어내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일 “우려를 잘 알고 있어 사업상 취급할 수 있는 대출 채권의 부과 조건을 아주 엄격하게 제한했다”며 “후순위 채권에 대해서도 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위탁자와 유통 플랫폼에서 3%씩 총 6%를 다 인수하도록 하는 등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장치는 충분히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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