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타로핀] 그 시절 그때는 그랬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겠다며 신발 재봉 공장에 취직해 미싱을 돌렸다. 공장 밖의 세상에선 군부 독재 시위나 노동 인권 운동이 한창이었지만, 하급 노동자인 그들은 본드 냄새 자욱한 공장에서 그저 미싱만 돌렸다. 

이 시각 지금도 그렇다. 코인 하락장을 버티겠다며 신발 NFT 구매에 원금을 밀어 넣었다. 스테픈 밖에서는 루나가 폰지로 터지고 3AC의 청산이 한창이었지만, 하급 투자자인 그들은 그저 묵묵히 걸으며 나날이 추락하는 GST를 채굴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해도 변치 않는 슬픈 사실은 존재한다. 아무리 미싱을 돌려도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아무리 걸어도 스테픈에 투자한 원금의 멘징은 요원해져만 간다는 거다.

스테픈의 데뷔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주도로 5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작했다. 이후 바이낸스 런치 패드를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선보였고 IDO 이후 50일 만에 400배의 투자 수익률을 과시했다. 가격이 오르면 유명해졌고, 유명해지니 가격이 올랐다. 스테픈은 230만명의 사용자로 위시하여 M2E는 수많은 아류 짝퉁들을 만들어 내며 시장을 이끄는 메타가 되었다. 

스테픈을 주류로 이끈 강점은 구조의 단순함이었다. 다중 사용자가 참여하는 게임이나 앱에서 변수로 작동되는 요소는 ‘피지컬, 시간, 운’으로 제한된다. 스테픈은 어떠한가, 피지컬에 따라서 사용자의 속도에 맞는 신발 NFT의 타입을 고른다. 신발 NFT의 보유 수량에 따라 최대 플레이 가능 시간이 할당된다. 손가락 근질거리는 NFT 민팅과 미스터리 박스 오픈을 멈추고 그저 걷기만 하면 확률에 따른 운빨에서 벗어났다. 

그 덕분에 내가 고른 신발 NFT의 권장 속도로 할당된 시간을 걷기만 하면 GST가 쌓였다. 커뮤니티의 가이드에서는 세팅에 따른 하루 수익률이 나왔고 투자 원금을 전량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일수를 알려줬다. 사용자는 원금 멘징 이후는 걷는 족족 수익이라는 부푼 희망을 꿈꿨다. 지긋지긋한 하락장을 스테픈으로 이겨내고자 했으며 비가 오나 햇볕이 내리쬐나 걸으러 나가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았다,

스테픈 GST의 현상태는 고점 대비 -96.7%로 처참하다. 가격 안정화를 위한 계획을 묻는 말에 ‘아직 세계에는 70억명의 인구가 있다,’ 라며 자랑스레 폰지 구조로 소개한 스테픈은 폰지를 폰지 사기로 일궈냈다. 단시간에 신규 사용자가 급증하면 이후 폰지를 이어갈 신규 유입이 급감해서 폰지가 무너질 거라며 강행햔 업데이트가 지금의 폰지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그들은 신규 가입자를 억제하겠다며 외부에서 구해야만 시작이 가능한 활성화 코드를 도입했다. GST의 가격이 너무 오른다며 유통량을 10배 이상으로 늘렸다. 신발NFT 민팅 가격이 비싸다며 거버넌스 토큰인 GMT를 민팅 재료로 넣었다. 신발 NFT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신규 가입자가 들어오지 못할까 봐 쌍둥이 민팅 확률 3배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아이러니했다. 유통량 급증으로 GST는 폭락했다. 쌍둥이 민팅으로 신발 NFT 바닥가는 민팅 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GST와 신발 NFT가 나날이 하락하니 사용자들은 얻는 족족 시장에 내다 팔았으며, 투자 원금 멘징 일정이라는 목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이들은 스테픈을 정리하고 떠났다. 활성화 코드를 얻지 못해 신규 가입을 못한 이들은 눈앞에서 폭락하는 스테픈을 보며 시작 안 한 게 다행이라며 관심을 접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누구나 들어봤을 마이큰 타이슨의 명언이 있다. 유틸리티 토큰 GST와 거버넌스 토큰 GMT이 서로 머리끄덩이를 잡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를 막기 위한 패치는 개발사 스스로가 GST와 GMT를 낭떠러지로 차버리는 결과로 이끌었다.

탈중앙을 표방하는 WEB 3.0을 추구 한다는 스테픈의 현재 운영 방식은 독단적인 독재 상태다. 사용자가 우려를 표하더라도 자신들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강행한다. 주변의 의견을 들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공개와 즉시 업데이트한다. 실사용자가 뎁에서 얻을 수 있는 유틸리티 토큰 GST 대신 개발사와 투자자의 수익을 대변하는 거버넌스 토큰 GMT의 사용처가 늘어나는 상태다. 

가격을 토막 내는 것만 능숙하고 다시는 회복을 시키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자 스테픈 창업자 제리황은 호주 도권으로 빙의하는 경지에 다다른다. “누가 2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라 했느냐?”, “지금도 이만큼 수익 나는 건 없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건강해지는 것에 의미를 두자” AMA가 거듭되고 망언이 늘어날수록 민심은 계속해서 떠나는 중이다.

신규 가입자는 보이지 않고 일부 기존 사용자들은 스테픈을 손절치고 떠나는 중이다. 남아 있는 이들은 급격한 변동성을 자랑하는 코인을 모르는 일반 스테픈 사용자와 이미 투자 원금을 멘징하고 용돈벌이하는 고래, 투자 원금 멘징의 미련을 못 버린 지박령들이다. 이들의 속이 타는 마음과는 다르게 개발사는 수익이 너무 달달해서 이가 썩을 지경일듯하다. 새로운 체인을 추가하고 민팅 스크롤 추가를 통해서 마켓 거래 수수료 6%를 통해 1분기에 매출 2600만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 내도록 미싱을 돌려도 손에 돈을 쥐는 건 신발 봉제 공장의 사장이었고, 사계 내도록 M2E로 걸어도 손에 돈을 쥐는 건 개발사와 투자자라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하급 노동자가 당장의 삶을 버티기 위해 미싱을 돌리듯, 스테픈 실사용자도 기약 없는 멘징을 꿈꾸며 걸음을 내디딘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돌아가고, 소금 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돌아간다.

(편집자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블록미디어의 입장이나, 보도 내용을 반영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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