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작가 그림비의 작품을 바탕으로 하는 NFT 경매가 취소됐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한 XXBLUE가 내놓은 해명은 “희소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됐고, 이에 부합하는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기에 취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희소성’으로 단순화한 것인데요. 정말 그럴까요? NFT의 가치는 희소성에만 의존할까요?

논란의 핵심은 XXBLUE가 해당 작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데 있습니다.

XXBLUE는 서울옥션이 운용하는 NFT 플랫폼이죠. 미술을 잘 아는 곳인데도 이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NFT를 만들기 위해 작품을 새롭게 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 작품으로도 얼마든지 NFT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팝아트 창시자인 앤디 워홀의 유명한 ‘캠벨 스프 캔'(사진)은 작가 스스로 수 없이 복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피지컬 아트 상품도 수 백 종은 있을 겁니다.

지난 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 페어에서는 ‘티셔츠에 프린트한 캠벨 스프 캔’을 기반으로 한 NFT가 수 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희소성이 문제였다면 ‘캠벨 스프 캔’은 NFT가 될 수 없는 작품입니다.

XXBLUE가 잘못한 것은 그림비 작가의 해당 작품들이 이미 여러 용도로 저작권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은 것입니다.

작품의 희소성이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희소성이 문제였던 거죠.

경매 직전에 이런 사실이 커뮤니티에 알려졌으니, 수집가들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그림비 작가와 그 작품에 매력을 느꼈던 수집가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든 겁니다.

불투명한 큐레이션과 NFT 기획은 블록체인 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오라클 이슈에 해당합니다. 블록체인은 믿음을 믿지 않죠. 수학과 논리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프로토콜이 신뢰를 대신하도록 돼 있습니다.

일단 블록체인에 올라오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블록체인 위에 데이터를 올리는 것은 사람이죠.

디지털 아트의 경우, 특히 기존 작품을 바탕으로 하는 NFT의 경우, 큐레이터가 정보를 독점합니다.

이 작품이 과거에 제작된 적이 있는지, 다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있는지, 다른 플랫폼에서 NFT 민팅이 된 적이 있는지 등등.

물론 ‘Do Your Own Research’는 필수죠.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 스스로 조사를 해야겠죠.

이번 사고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파문을 일으킨 겁니다. 만약 그 글이 아니었다면 다수의 수집가들이 해당 작품이 민팅 이전에 여러 방식으로 상품화됐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면 XXBLUE가 강조한 희소성이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 사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NFT 가격이 폭락했겠죠.

이런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로도 풀 수 없습니다. 투명성과 신뢰 문제니까요. 작품 정보를 정확하게 알리고,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작가는 무슨 죕니까. 큐레이터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NFT 경매가 취소된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을 갖게 됐네요.

그 타이틀 자체는 ‘희소성’이 있으니 아이러니입니다.

JJ 기자가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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