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특금법 시행령은 국회 등과 의논을 거쳐 정해진 것이다. 은행 실명확인계좌 발급 기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써는 실명계좌 발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은 없다.”

17일 개최된 ‘디파인 2020’에 참석한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행정실장은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디파인 2020’ 토론 세션에서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대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 실명계좌 발급 은행이 판단

이날 토론에는 고란 조인디 편집장을 좌장으로 전 실장을 비롯해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해붕 금융감독원 핀테크현장지원자문역, 박훈기 BNK금융지주 부사장, 황순호 두나무 대외협력팀장, 한성희 빗썸코리아 상무이사,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이 참여했다.

특금법 개정안 중 실명확인계좌 발급 기준이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전 실장은 “실명계좌 발급 기준은 특금법에서 설명되어 있다. 은행이 자발적으로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정하는 것은 법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은행들마다 정책이 달라서 기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전 실장은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사적인 계약으로 은행과 사업자가 서로 얘기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실명계좌 발급에 있어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소형 거래소, 계좌발급 장담 못해” 불만

황순호 두나무 팀장은 “거래소들은 AML(자금세탁방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도 없고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은행의 판단에만 맡기고 있다. 특히 중소형 거래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금감원과 은행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더북 공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가, 특금법 시행 후 거래소가 몇 개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 실장은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그는 “FIU 입장에서 생존 거래소 수를 전망해선 안된다고 본다”며 “오더북 공유 금지는 교차거래 금지 얘기인데 다른 사업자가 어떤 고객과 거래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 목적상 금지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전 팀장은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 ISMS 인증을 신청한 중소 사업자 수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살아남을 거래소는 ISMS 인증 신청자 수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은행 실명계좌 발급 기준에 대해 “현재 FIU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 없다. 현재 12월 말까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메뉴얼을 만들어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행령 이상의 규정은 업계 상황을 보고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 정부, 가상자산 어떤 분야로 규제할지 아직 안 정했다

업권법에 대해서 전 팀장은 “정부 내에서도 가상자산이 금융이냐 기술이냐 아니면 아예 새로운 분야냐에 대해 명확히 정의가 되어있지 않아서 여러 관계부처가 모여서 방향설정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논의한다면 정부도 방향을 정해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특금법이 가상자산을 자금세탁방지로 다루니까 금융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잘문에 “특금법은 금융에 대해 다루긴 하지만 카지노 사업자 등도 소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회사가 부각되어 보이지만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모든 분야를 주관한다는 것.

그는 “특금법만으로 정부가 가상자산을 금융으로 본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파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떻게 규율할지는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투자자 보호는? 

특금법에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팀장은 “특금법은 의심거래보고, 자금세탁방지 등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는 특금법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인정받지 못한 거래소의 투자자들이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가상자산 신고와 관련,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을 알리는 자리를 많이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해붕 금감원 자문역은 “특금법 외에 가상자산사업자, 블록체인 사업자 관련 법안이 도입되면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의 사례를 반영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 ICO 행위자는 사업자 아니다 

권오훈 변호사는 “법정통화 거래가 없으면 실명확인계좌가 없어도 된다는 점은 합리적이라고 본다”면서 벌집계좌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특금법 시행령 이후에도 벌집계좌 금지로 인한 소송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하는 조건을 갖췄는데도 발급을 안 해주면 문제가 된다. 발급 기준을 은행이 정한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계속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논란이 줄어가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1)주요 가상자산사업자 2)지갑 서비스의 독립적인 통제권 3)ICO 사실상 금지 등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팀장은 이에 대해 “주요 가상자산사업자라는 용어는 보도자료에는 예시로 사용한 것일 뿐”이라며 “본래 정의대로라면 모든 가상자산을 다루는 사업자를 포함한다”고 답했다. 또 지갑 서비스의 독립적인 통제권 범위는 여러 사례를 통해 정립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ICO는 자통법상 금지로 특금법에서 따로 규정할 영역은 없다”며  “ICO 행위자를 사업자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국장은 이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 판단 기준은 고객 대상으로 꾸준히 사업을 하고 있는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ICO 같은 일회성 가상자산 매도, 교환은 사업자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개인지갑이 아닌 영리적인 사업을 하는 지갑 업체는 사업자로 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처벌 규정 가혹하다

구태언 변호사는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가 사업 신고를 못하면 형사처벌을 하는 절차는 너무 가혹하다”며 “다른 법률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시정명령, 영업 정지 명령, 신규 고객 모집 금지 등의 처벌로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금법이 행정 법정에서 처리할 문제를 형사 법정에서 다루게 만들었다. 형사처벌이란 조항은 시장을 위축되게 만든다. 형사처벌 관련 조항은 판례를 쌓은 다음에 만들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