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내달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가 은행과 맺은 실명가상계좌 계약이 종료된다. 재계약을 위해 4대 거래소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은행으로부터 현장 실사를 받게 되는데, 최근 대형 거래소에서 일어난 암호화폐 자금 이탈 사고 등이 실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올해들어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은행의 보안 요구 조건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7월부터 코빗에 ‘3일 입금 지연제도’를 도입했다. 코빗 이용자는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돈을 입금하면 72시간(3일) 이후에 거래를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증가하면서 피해자를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6개월마다 은행과 암호화폐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있는 4대 거래소들은 계좌 발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상 은행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정적 기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소들은 은행과의 재계약을 위해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다. 업비트는 기업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을 이어오고 있지만, 신규 회원에 대한 발급을 2년 가까이 못하고 있다.

◆ 업비트 악재에 특금법 불투명…은행 스탠스 바뀌지 않았다

내달 은행 실사를 앞두고 최근 국내 대표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지난달 업비트에서 이더리움 34만 2000개 규모의 분실 사고가 일어났으며, 아직까지 자금 유출 경로를 조사 중이다. 또 허위 계정에 거액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며 1500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두나무 송치형 의장에게 검찰은 7년을 구형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당장 금융위의 직접 통제를 받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거래소들에 대해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데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금법 통과가 불투명하고, 통과가 된다 하더라도 시행령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보수적 태도는 변하기 쉽지 않다. 실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스탠스는 변하지 않았다. 국내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는 최근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몇몇 은행과 접촉했지만 은행들의 몸사리기 입장은 여전했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금융위의 부정적 기조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금법 시행령 위임으로 금융위의 관리 감독 권한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금융사고 발생 시 위험부담이 큰 은행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사에 ‘투자자 보호·보안’ 중요…거래소, 은행 실사에 촉각

이 같은 사안들로 인해 재계약 실사를 앞둔 거래소들은 이전보다 보수적 기준으로 실사 평가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아직 시행령 내 실명확인계좌 발급 요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대한 재량 권한은 ‘은행’에 있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보안 이슈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들은 실사 평가항목으로 투자자 보호와 보안 등의 요인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계약을 연장할 때 ▲보안점검 ▲자금세탁방지 ▲사업운영 등 세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거래소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는 신한은행에서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부’가 진행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해킹 대비 보안 마련 등을 살펴본다”며 “실사 후 내부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못 미쳤을 경우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상태다. 농협은행 또한 ▲이용자의 신원 확인 ▲회사 재산과 고객 예탁·거래금 분리 ▲이용자별 거래내역 구분 관리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정책 준수 여부 등 정부 가이드라인 및 소비자보호 측면을 중요 평가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는 두 거래소의 지난 실사를 비추어봤을 때 보안 관련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 여부, 고객확인(KYC) 시스템 구축 등이 집중 평가 대상이었다.

내달 실사를 앞둔 코인원 관계자는 “실제 KYC 정책 같은 경우 거래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코인원 운영팀이 농협과 함께 입출금 거래 기록 등을 긴밀하게 살펴보며 이상거래 추적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실명계좌 재계약 갱신 시점이 다가오면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은행이 거래소에 요구하는 사후 조치가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외국계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통된 실사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은행마다 자체 기준을 갖추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벌어진 악재도 이 기준대로 평가받게 되지만, 계약을 무효화시키기보다는 보안을 더 강화하라는 추가 요구 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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