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페이스북 리브라로 촉발된 디지털 화폐 논란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이미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를 공식화 했으며 EU 회의에서도 그 필요성이 언급됐다. 또한 각 나라별로 CBDC 발행 필요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발행에 대한 평가는 국가 별로 엇갈리고 있다.

◆ 가장 앞선 중국, 발행은 ‘시간문제’

CBDC 발행에 가장 앞선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여러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CBDC 발행을 공식화 했다. 특히 중국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중국국제교류센터의 황치판 부이사장은 “중국은행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중국의 CBDC 발행은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과 연관돼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통해 국제 결제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이 발 빠르게 CBDC를 발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CBDC 발행을 통해 위안화의 세계화를 노린다. 현재 미국의 달러가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화폐 패권을 중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도다. 또한 실물화폐가 가진 유통의 불투명성을 해결해 자금 흐름의 추적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동시에 CBDC를 통해 민간이 발행한 비트코인 등 탈중앙화 디지털 화폐로부터 통화 주권을 보호하려는 생각도 깔려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CBDC 발행은 이미 모바일결제가 보편화된 중국 시장 상황에서 현금없는 사회를 구축하면서 국가가 통화에 대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시도”라면서 “세계적 흐름을 놓고 봤을 때 중국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 터키, 2020년까지 CBDC 발행 준비

중국과 마찬가지로 터키도 CBDC 발행에 적극적이다. 터키는 이미 CBDC 발행을 ‘국가 경제개발 로드맵’에 포함시켜 발행을 공식화했다. 해당 로드맵은 터키 대통령의 공식 로드맵으로, 2020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CBDC 발행을 위한 테스트를 모두 마치고 실제 발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리라화 발행과 함께 즉각적인 결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터키 정부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동안 결제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CBDC 발행을 통해 제도권 금융을 강화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스탄불을 금융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EU, 발행 검토 중… “리브라 대응 위해”

유럽연합은 CBDC 발행을 위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핀란드는 유럽중앙은행(ECB) 보고서 초안에 암호화폐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하면서 CBDC 발행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EU가 CBDC를 발행하려는 배경에는 비트코인과 리브라 같은 프로젝트를 규제하려는 목적이 깔려있다. 해당 암호화폐들이 국제 금융체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 안정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ECB 보고서는 자금세탁, 보안, 과세, 소비자 보호 등을 언급하며 CBDC 발행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르 메르 재무장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금융 혁신은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리브라 대응을 위해 EU에서 쓰일 디지털 화폐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해당 보고서를 채택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지 여부는 오는 12월 결정될 예정이다.

◆ 미국, 일본, 한국… CBDC 연구는 하지만 발행은 ‘불필요’

반면 미국과 일본, 한국은 여전히 CBDC에 대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CBDC는 개발 중이지만 발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도 세계 흐름을 따라 CBDC를 발행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혜택을 분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CBDC 발행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로는 ‘강력한 현금 수요’와 ‘결제기능의 편리성’을 꼽았다. 다른 나라의 경우 현금 없는 사회로의 발전이 빠르지만 미국은 여전히 현금 수요가 크며 이미 편리하고 혁신적인 결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소비자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CBDC에 대해 “법률, 통화정책, 재정안정, 규제 등에 중요한 의문이 있고 프라이버시 및 보안에 대한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면서 “실질적인 혜택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달러 현금 보유가 압도적인 기득권층이 디지털 화폐 발행에 반대해 미국에서 CBDC는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기득권층은 당연히 CBDC 발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세계 경제 형태를 살펴봤을 때 기득권층은 달러가 힘을 잃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명확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일본도 CBDC 발행엔 소극적이다. 이달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현재 CBDC 발행 계획은 없지만 미래를 대비해 조사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험성을 완전히 통제하기 위한 조직 체계가 없는 한 코인이 발행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CBDC 발행에 따라 시중은행이 받아야 할 파급력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은행은 “CBDC가 발행되면 시중은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규제 방향을 찾지 못했다”면서 CBDC 발행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진입 길이 열린 한국도 CBDC 발행에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 지금결제 인프라가 선진적이고 지급수단의 다양화로 인해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CBDC 연구 보고서를 발행하면서 “일부 적극적인 국가들의 발행 동기가 우리나라에 적용되기 어렵다”면서 “국내에서는 지급서비스 독점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고 금융포용 정도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은의 입장은 리브라 및 중국 CBDC 이슈가 휩쓸고 지나간 지난 10월에도 다시 한 번 확인된 바 있다. 홍경식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한국은 지급결제 인프라가 선진적이고 다양한 지급수단이 발달한 상태여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거의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다만 이와는 별도로 CBDC와 관련한 연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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