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암호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스테이블 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원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라KRW(KRT)가 이 서비스에 등장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게끔 설계된 암호화폐다. ‘달러’와 연동돼 있는 테더(USDT), USD코인(USDC), 다이(DAI)가 대표적이다. USDT와 USDC의 경우, 특정 주체가 달러를 담보로 해당 규모만큼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 다만 다이는 이용자가 직접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을 스마트 컨트랙트 계정에 맡기고 발행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즉, 중앙 주체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자동 조절하는 방식이다.

디파이 프로젝트 통계 사이트 론스캔(Loanscan)에 따르면 4일 기준 대출에 쓰이는 암호화폐 가운데 70% 이상이 스테이블 코인이며, 현재 미상환 대출 중 다이가 85%, USDC가 16%를 차지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은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암호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가 하나의 투자 수단 및 시장 대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레버리지’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는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로 추후에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암호화폐를 빌리는 것이다. 담보로 잡은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낮아 투자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용자는 빌려온 암호화폐를 팔고, 더 저렴한 가격에 다시 사들여 상환해 차익을 볼 수 있다.

거꾸로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받아 실물 경제에서 활용하는 이점도 있다. 이창환 DXM 수석 애널리스트는 스테이블 코인을 워킹 캐피털(working capital)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예를 들어 채굴 업체들이 하락장에서 채굴한 코인을 싼 가격에 팔 수 없는 상황에서, (채굴에 소요되는) 전기세는 내야 할 때가 있다”며 “이 때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담보로 넣고 스테이블 코인을 빌려 현금화해 전기세를 지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원화 연동 KRT도 대출 서비스에 등장

최근에는 블록체인 핀테크 업체인 테라(Terra)의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 테라KRW(KRT)도 암호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에 등장했다.

지난달 25일부터 국내 블록체인 보상지갑 ‘트리니토(Trinito)’에서 KRT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트리니토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 디엑스엠(DXM)에서 처음 선보인 블록체인 서비스다. 다양한 암호화폐를 예치해 보상받고, 예치한 담보로 다른 암호화폐를 대차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트리니토는 예치와 대차 기능으로 기존 지원하고 있던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 등 3종에 지난 8월 테더코인(USDT)과 다이(DAI)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DXM 측은 다른 주요 암호화폐보다 KRT를 우선 지원한 배경에 대해 대차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은 점을 고려한 ‘전략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리니토 기반 기술인 오르빗체인 박태규 대표는 “내국인 접근성을 높이고자 KRT를 우선 지원하기 시작했다”며 “USDT는 외환 문제 때문에 내국인들에게 지원이 안되고, 다이 같은 경우 국내 거래소에서는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위해 KRT 지원을 시작했지만, 아직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암호화폐 담보 대출 시장이 초기 단계인데다 KRT 접근성이 낮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KRT를 플랫폼에서 직접 구매 하지 못하고 거래소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KRT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와 지닥에만 상장돼 있다. 트리니토에서 KRT를 활용해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다면, 두 거래소를 거쳐 KRT를 구매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창환 DXM 수석 애널리스트는 “KRT가 시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이만큼의 시장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DXM과 테라는 이번 KRT 지원을 통해 실질 수요와 추이를 살펴보고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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