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8조4000억원어치가 손실 위기에 놓이면서 다른 ELS들은 안전할지 투자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처럼 당장 만기 손실이 우려되는 지수는 없지만 변동성에 따라 조기상환을 받지 못하는 우려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또 해외주식 개별종목 ELS는 주가 급등락이 심한 만큼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3일 예탁결제원 통계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해 발행된 ELS 중 S&P500 기초자산은 총 37조6431억원어치로 나타났다.

뒤이어 유로스톡스(EuroStoxx)50이 33조362억원, 홍콩H지수가 17조6696억원, 코스피200이 16조7762억원, 니케이(NIKKEI)255가 6조8356억원어치 순으로 발행 규모가 컸다. 개별 종목 기초지수별 상위에는 삼성전자(1조1866억원), AMD(4761억원), 엔비디아(3990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홍콩H지수다. 2021년 1~2월 1만2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그리다 현재 6000선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종목별 조건은 다르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1·2월 홍콩H지수가 고점의 60~70%에 해당하는 약 8000포인트(p) 이상으로 회복해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홍콩H지수는 늘 ELS계의 ‘문제아’였다. 대부분의 ELS 손실 위기는 중국 경제 위기발 홍콩H지수 급락으로 초래됐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기초지수 ELS는 괜찮은 거니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최근 미국 경기도 고강도 긴축 후폭풍으로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유럽도 부동산 시장 냉각·저성장 등에 따른 경고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기 손실을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조기상환 불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LS 투자자들은 대부분 3년 만기까지 가지 않고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을 받는다. 그렇게 환금성을 높여 계속 다른 ELS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굴리는 것이다.

때문에 조기상환이 미뤄지면 계획보다 자금이 오래 묶일 수 있는 셈이며 추가적인 변동성 위험에도 노출돼, 만기까지 끌고 가는 건 투자자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주곤 한다.

유럽 대표 기업 50개 주식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10월 말 전고점(7월31일) 대비 10% 떨어지며 4014.36까지 하락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해도 5% 넘는 하락이다. ELS는 통상 6개월마다 첫 평가를 하는데 만일 조건이 ‘기준가 대비 95%’라면 조기상환이 미뤄지는 셈이다. 현재는 다시 4300선 위로 회복한 상황이다.

코스피200의 경우 지난 8월 2668.21까지 올라간 바 있어 95%선(2530선)이 아슬아슬한 상태다. 6개월 후인 내년 2월 이보다 지수가 내려간다면 많은 상품이 조기상환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 코스피200은 2021년 6월25일 3000선을 뚫고 3316.08까지 찍은 바 있어 현재는 최초 기준가 대비 25% 낮아져있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만일 내년 6월 지수가 출렁여 1600선까지 하락하면 만기 상환을 받지 못하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주가지수가 아닌 해외주식 개별종목 ELS는 변동성이 더 크다. 지수형과 달리 실제 원금 손실까지 간 사례도 종종 전해지고 있다. 미국 주식은 가격제한폭(상·하한가) 없어 하루에도 큰 폭으로 주가가 움직이곤 한다. 특히 ELS 단골 기초지수는 주가 급등락이 잦은 미국 기술주들(테슬라·AMD·엔비디아 등)이다.

일반 주식을 직접 사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ELS는 정해진 투자 시점 이내에 원금 손실 구간(녹인)에 들어가면 회복이 어려운 특정이 있다. 나중에 주가가 올라도 ELS 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라, 초고위험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주가는 지난 2021년 11월 414달러에서 고점을 형성, 정확히 1년 뒤 170달러조차 밑돌았다. 해외 개별종목 ELS 중엔 1년 만기 상품들도 많은데, 기준가보다 60% 떨어진 수준이면 대부분 원금 손실로 볼 수 있다.

서학개미(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미국 빅테크 기업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1년 이후 대거 발행된 테슬라·AMD·엔비디아 등 기초지수 ELS는 지속적으로 주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를 포함한 ELS 24개 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해외주식뿐 아니라 삼성전자 개별종목 ELS 27개 종목에서도 올해 손실이 발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형 ELS는 원금 손실 발생률이 1%도 되지 않지만 개별종목, 특히 국내종목보다 변동폭이 큰 해외주식은 ELS로 투자하기에 위험 가능성이 크다”며 “30% 이상 수익률을 돌려줄 수 있단 얘기는 그만큼 공매도 세력 등 하방 베팅 수요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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