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엔화값이 달러당 150엔대를 이어가며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시장 금리 급등에도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을 고수하면서다. 다만 원화 역시 미국의 고금리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은 900원대에서 박스권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엔저 방어와 물가 오름세에 일본이 결국 통화정책 수정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무역수지 타격으로 원화 가치는 하방압력을 받으면서 원·엔 환율도 박스권에서 벗어나 차츰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달러 150엔대로 ‘털썩’…원·달러는 900원 ‘박스권’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0.23엔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0.49엔까지 하락하며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150.9엔에 가까워졌다. 엔·달러가 150엔대를 기록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4번째다.

엔화 가치 약세는 미국과 일본 양국 간 금리차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한 의도된 통화완화정책으로 엔화 값을 낮추고 있다. 반면,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다.

일본은행(BOJ)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으로 10년물 국채 금리를 통제한다. 1%를 넘어서면 국채를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식이다. 이 결과 최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0.8%대에서 움직이는 반면 미 국채 10년물은 최근 16년 만에 5%까지 치솟으며 금리차가 벌어졌다.

다만 엔화가치 하락에도 원·엔 환율 변화는 크지 않다. 100엔 당 원·엔 재정환율은 8월 중순 900원 초반으로 떨어진 후 최근까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원·엔은 100엔당 902.37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원화값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월만 해도 1250원대 던 원·달러는 최근 1350원대로 치솟았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을 고수하는 가운에 미국의 고금리 지속에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동시에 원화 역시 미국 쪽 이슈에 가치가 낮아지면서 원·엔 환율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설명했다.

◆ BOJ, 10월 정책회의서 YCC 수정할까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엔화 가차가 차츰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일본이 통화완화정책 선회 움직임을 보이면서 엔화가 강세 탄력을 받을 것이란 이유다. 150엔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서는 구두 개입이나 무작정 국채 매입으로서는 한계가 있는데 다 물가 수준이 높다는 점이 이유다.

10월 일본 도쿄 지역의 근원물가는 전년대비 2.7% 오르며 시장 예상치 2.5%를 상회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분쟁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로 치솟으며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11월 미국 FOMC(통화정책회의)를 지켜본 후 BOJ가 연말 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최근 구두 개입에도 엔·달러가 연이어 150엔대를 이어가면서 이달 30~31일에 열리는 BOJ의 통화정책회의에서 YCC의 일부 수정이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힘을 받고 있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10월 BOJ 정책 회의에서 장기 금리를 인상할 수 있도록 할 것 인지에 대한 질문에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적절한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BOJ가 YCC의10년물 금리 수준을 1%보다 높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원화값 약세 예상도 원·엔 반등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오름세가 무역수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개선에도 수입 부담이 높아지며 우리나라의 10월 1~10일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무역수지 악화는 그대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무역수지가 타격을 입으면서 원화 가치가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시점이 문제지 결국 일본의 통화정책 수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원·엔 환율은 차차 올라가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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