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심 법원, 리플-SEC 소송 2:1로 리플 손들어줘
디라이트 김동환 변호사 “XRP 구입 권리가 투자목적의 계약인지 여부 살펴본 것. 증권성 논란 해방되지 않아”
[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암호화폐는 증권인가 상품인가? 명확한 규제의 틀은 없지만 13일(현지시간) 리플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에 대한 첫 판결은 그나마 이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XRP 가격은 한때 70%까지 치솟았고 SEC로부터 미등록 증권이라는 판단을 받았던 ADA, SOL, MATIC 등도 한꺼번에 급등했다.
리플은 큰 승리라고 봤고 SEC도 1심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판결이 내려진 세 가지 쟁점 사안을 보면 리플이 2건을, SEC가 1건을 이겼다고 볼 수 있다. 리플의 판정승인 셈인데 리플의 1심 승리가 암호화폐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테크플로우가 분석한 판결문과 자체 취재를 덧붙여 해설을 담았다.
# 소송 요지와 결과
SEC의 주장: SEC는 리플, 리플랩스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 공동 창립자 크리스 라르센을 상대로 리플이 미등록 증권 XRP를 판매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주장하며 증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XRP가 증권으로 분류돼야 하며 다른 증권과 동일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플의 방어: 리플, 갈링하우스, 라르센은 XRP가 증권이 아닌 디지털 통화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SEC가 XRP를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공정 고지(Fair Notice)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거도 내세웠다. 그들은 또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기타 암호화폐에 대한 SEC의 접근 방식을 규제 기관의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운 행동의 표시라고 주장한다.
법원의 해석: 법원은 하위테스트(Howey Test)에 따라 이 사건을 해석했다. 하위테스트는 특정 거래가 투자 계약(Investment Contract, 증권의 일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946년 미국 대법원에서 판단한 일종의 규칙이다.
법원의 결정: 법원은 XRP가 기관 투자자를 모집한 맥락에서는 증권으로 간주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판결의 영향: 판결은 XRP와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등록 증권으로 찍힌 토큰들의 가격이 급등했고 투자자들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프로젝트와 거래소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편으로 리플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XRP가 증권이 아니며 SEC의 규제를 받아서도 안된다는 주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 대부분이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 이번 판결은 SEC가 향후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방법에 대해 더욱 고심하게 만들 것이고 미국 의회의 법안 제정에도 속도가 붙는 등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SEC가 특정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판결은 1심에 불과하므로 예비적 판단일뿐, 최종적이지 않다. SEC가 항소하는 즉시 2라운드 매치가 시작된다.
# 암호화폐는 증권인가 상품인가
SEC와 리플 간의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하기 전, 우리는 핵심 문제인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상품인지부터 결론내야 한다. 이것은 규제 기관이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에 개입을 시도할 때마다 이용해온 레토릭이기 때문이다.
증권(Security)과 상품(Commodity)은 서로 다른 두 가지 금융 상품이며, 미국에서는 서로 다른 두 정부 기관(상품선물거래위원회 CTFC와 증권거래위원회 SEC)의 규제를 받는다. 암호화폐의 경우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를 전통 금융 시스템 내의 금융 도구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판매할지, 어디에 상장할지, 발행자가 기준을 위반할 경우 누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갖는 지 등등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정의한다면…
증권은 발행자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내는 금융 도구로 주식, 채권 및 파생 상품 등이 해당되고 SEC의 규제를 받는다. SEC는 일반적으로 증권의 정의에 하위 테스트(Howey Test)라는 표준을 참조한다. 일정한 거래가 이 표준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 증권으로 간주되며 이런 상황 하에서 연방증권법과 법률 규정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하위 테스트는 특정 거래가 ‘투자 계약’에 속하는지의 여부와 규제 관련 기관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 계약을 판매하는 것이 연방증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이 테스트에서 다음 네 가지 요소가 동시에 충족되는 경우 투자계약으로 간주된다.
– 투자자가 자금이나 재산을 하나의 공통된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 투자자의 투자가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을 가진 경우
– 이익이 주로 다른 사람의 관리, 노력 또는 전문성에 달려있는 경우
– 예상되는 이익이 투자자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공동 투자한 기업의 노력에서 의해 발생하는 경우
SEC의 논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3자의 성공에 의존하는 어떤 종류의 장기 이익에 대한 기대가 있거나, 이러한 거래에서 기대 이익이 존재하거나, 운영자 자신도 예상 이익을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면, 이런 거래 방식과 운영자는 규제의 대상이 된다.
특정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정의되면 암호화폐 발행자와 거래소는 반드시 SEC에 발행 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 리플 소송에서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미국 증권법 5조(Section 5)는 SEC에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어떤 형태의 증권 판매도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리플이 미국 증권법 5조를 위반했음을 증명하려면 SEC는 법원에 (1)증권 거래 등록 신청서가 제출되지 않았고 (2)변호인(여기서는 리플)이 증권을 직간접적으로 판매했으며 (3)미국 각 주를 넘어 거래를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리플은 (1), (3)번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2)번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SEC는 리플이 XRP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매했다고 기소한 반면, 리플은 XRP가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 핵심이다.
1946년 SEC와 하위 간의 소송(SEC v. W.J. Howey Co. 328 U.S 293)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을 보자. 법원은 투자계약이 ‘제3자의 노력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투자자가 전적으로 사업자에게 의존하는 투자를 하게 되면 이 투자계약은 증권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리플은 변호 과정에서 투자가 투자계약(증권)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필수 구성 요소(Essential Ingredients)’ 테스트라는 신개념을 내놓았다.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발기인(발행인)과 투자자 간의 계약이 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를 확립하고 있는가
2) 계약에는 발기인이 판매한 이후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가
3) 이 계약은 투자자에게 발기인의 이익을 공유할 권리를 부여하는가, 이익은 발기인이 투자자의 자금을 이용해 발생시켰는가
리플이 제시한 테스트 개념은 신박했지만 법원은 이 방식의 채택을 거부했다. 법원은 기 개념이 리플이 자체적으로 제출한 논증 방식일 뿐, 과거 어떤 판례도 이러한 판단 방식을 사용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대법원도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새로운 판단 방식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본안으로 돌아가 SEC는 리플이 미등록 상태의 XRP를 3가지 방식으로 판매했다고 기소했다.
(1) 기관 투자자에게 투자계약을 통해 7억 2800만 달러를 모집했다.
(2) 거래소를 통해 7억 5700만 달러를 판매했다.
(3) 기타 채널(직원에게 나눠준 XRP, 프로젝트 당사자에게 배포한 Grant 등)을 통해 6억 900만 달러 가치의 XRP 토큰을 배포했다.
동시에 SEC는 XRP를 팔아 각각 4억 5000만 달러와 1억 5000만 달러의 이익을 얻은 리플의 두 창업자 라르센과 갈링하우스도 기소했다.
법원은 각 사안을 별도 검토했다. (1)의 경우 법원은 기관 투자자가 XRP를 구매한 것은 리플이라는 회사의 노력과 발전에 따른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므로 이 경우 투자는 일종의 증권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이 부분은 SEC의 승소, 리플의 패소로 요약된다.
리플이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홍보를 했고 투자자는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회사 발전이나 XRP 지갑 개발에 사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XRP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그 예로 법원은 2013년부터 리플이 잠재적 투자자에게 XRP 마케팅을 해왔고, 기관 투자자에게 뿌린 브로셔에는 회사의 성공이 XRP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는데, 예를 들어 리플이 제작한 기관투자자 매뉴얼에는 “리플 프로토콜이 광범위하게 채택되면 XRP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거나 “리플 프로토콜이 글로벌 결제의 중추가 되면 XRP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더불어 XRP 시장 보고서에는 리플이 XRP의 가치를 회사의 노력과 결부시킬 것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동시에 리플 경영진도 여러 곳에서 연설을 하면서 리플이 XRP 가격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증거를 통해 법원은 기관 투자자에게 전달한 리플의 메시지는 XRP의 투자 가치가 리플의 노력과 성장에 있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계약서의 XRP 락업 조항에 동의함으로써 XRP가 일종의 화폐 또는 소모품이라는 논리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 “기관 대상으로 판매한 XRP는 증권, 거래소를 통한 판매는 증권 아니다”
법원은 기관 투자자에 대한 XRP 판매가 미국 증권법 5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고 이 경우 XRP는 증권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거래소를 통해 판매한 (2)의 XRP 토큰은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리플은 프로그래밍 판매(Programmatic sales)(ICO 또는 IEO가 아닌)라는 방식으로 토큰을 거래소에서 팔았다.
법원은 “기관 투자자들은 리플이 XRP를 팔아 모은 자금을 XRP 생태계 구축에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는 소매 투자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개인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XRP를 거래할 때는 누구 손에 있는 코인을 산 것인지, 어디로 갔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법원은 SEC가 리플이 특히 투기꾼들을 위해 XRP를 판매했다고 기소한 대목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개인 투자자가 XRP 가격이 오르길 기대했을 수 있지만 그들은 리플의 노력에만 의존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 것은 아닐 수 있으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동향과 같은 요인에 주목했을 수도 있다고 주지했다.
동시에 법원은 리플이 기관 투자자에게 발행한 매뉴얼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대규모로 유포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SEC는 리플 경영진이 XRP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연설과 자료를 개인 투자자들도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법원은 개인이 기관 투자자 수준으로 이해할 만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XRP를 발행한 (2)에 대해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리플이 직원이나 프로젝트 당사자들에게 나눠준 XRP도 증권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번째 (3)은 리플이 다양한 다른 채널, 즉 직원에 대한 보상으로 나눠줬거나 프로젝트 당사자에게 배포한 6억 900만 달러 상당의 XRP에 관한 것이다.
SEC는 리플이 XRP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리플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부분의 XRP 배포가 하위 테스트의 첫 번째 부분인 ‘투자 자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기록에 따르면 리플은 기타 채널을 통해 XRP를 배포했지만 직원들과 프로젝트 당사자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법원은 이런 식으로 배포된 XRP 토큰은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다룬 부분은 SEC가 XRP 설립자인 라르센과 갈링하우스가 리플이라는 회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XRP 토큰을 판매한 것은 증권법 위반이라고 기소한 사건이다.
법원은 이 두 사람이 거래소에서 판매한 XRP 토큰을 누가 구매한 것인지 알 수 없고, 개인 투자자도 그들이 두 사람의 수중에 있던 XRP를 산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이 부분도 하위 테스트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XRP를 기관에 판매한 공동 창업자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크리스 라르센의 증권법 위반 혐의는 정식 재판에서 다룬다고 판결했다.
# ‘공정 고지’는 별다른 쟁점 안돼
리플은 SEC가 그들의 정당한 법적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공정 고지(Fair Notice)’ 방어 전략을 펼쳤다. 그동안 공정 고지를 안한 것이 리플에게 유리하다, 불리하다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법원은 (1)번처럼 기관 투자자에게 XRP를 판매한 상황에서는 증권법을 적용받아야 하므로 공정 고지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하위 테스트는 이러한 상황에서 판매되는 토큰이 당연히 일종의 증권이며 과거의 다양한 사례에서도 하위 테스트를 각종 현실의 금융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2),(3)번은 증권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공정 고지의 대상도 아니다.
# 규제기관과 프로젝트가 답해야 할 때
글로벌 경제 상황이 혼미해지면서 암호화폐 세계도 침체에 접어들었지만 크립토 세계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투자자라면 발을 떼고 싶어하지 않는다.
회색지대에 발을 들인 투자자는 불안하고 규제의 필요성을 느낀다. 규제가 있는 듯 없고, 규제 같은(?) 것은 있는 변덕스러운 환경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자욱한 숲속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 같다.
리플과 SEC의 1심 판결을 보면서 우리는 규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누가 규제할 것인가? 규제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누가 규제 기관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을 것인가? 규제의 한계선을 어디까지로 잡고 규제기관과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한 프로젝트 당사자도 답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투명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잘못된 관행은 어떻게 보상하고 되돌릴 것인가? 주관적인 프로젝트 운영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는 무엇인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전체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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