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10월 23.6…위기단계 넘어
가계·기업 빚 GDP의 2.2배
부동산 2700조 위험노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PF 35조
전세금 40%↓, 집주인 10% 못 돌려줘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지속, 단기자금 시장 경색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신용경계감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 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까지 치솟았다.

또 가계와 기업의 빚도 국내 경제 규모의 2.2배를 넘어섰고,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2700조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40% 급락할 경우 집주인 10%는 부동산을 팔고 대출을 받아도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 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이 35조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 위험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최근 위기단계에 진입했다. 위기단계 진입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에 들어선 때는 2008년 금융위기때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두 차례로,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3월(8.6) ‘주의’ 단계에 진입한 후 지속적으로 올라 10월 23.6으로 임계치(22)를 넘어섰다. 11월(23.0)에는 정부와 한은의 시장안정조치로 소폭 하락했다.

금융불안지수는 지수가 높을 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이 자체로 위기 진입은 아니지만 한은이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 ‘단기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 비중이 58.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위기 경계감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우발적 신용사건이 가세해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일부 제약됐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긴축 지속, 실물경기 둔화,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 및 글로벌 달러유동성 축소 가능성은 당
분간 주요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불균형이 완화됐으나,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 지속 및 경기둔화로 인해 취약 가계·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의 잠재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이 주요 취약요인으로 잠재하면서 여전히 장기평균(41.0)을 상회하고 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지난해 2분기 58.5까지 치솟은 후 3분기 57.2, 4분기 53.7, 올 1분기 51.9, 2분기 47.4, 3분기 44.9로 하락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 기업신용의 가파른 증가세, 코로나19 이후 부동산금융의 증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경제주체의 위험선호 약화 등으로 그동안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축소되고, 금융부문의 양호한 복원력 등에 힘입어 중장기적 취약성은 다소 완화됐다”고 말했다.

◇가계·기업 빚 3593조…GDP 대비 223.7%

올 3분기 국내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민간 부문 빚은 3593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는 1870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늘었다. 이는 전분기(3.2%) 보다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6.1%로 1분기(169.2%) 대비 3.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낮아진 영향이다.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6.2%로 1분기(45.6%)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부채는 1722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0% 늘어났다. 기업부채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 여건 악화, 환율 및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금수요 증대 등의 영향이다.

이에 따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23.7%로 전분기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2.2배에 달하는 것이다. 부채가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은 자본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 여건 악화,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금수요 증가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신용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전반의 채무상환부담은 소득 측면에서 소폭 개선된 반면, 자산 측면에서는 다소 저하됐다”며 “기업의 성장성·수익성은 양호하나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지급 능력은 약화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2700조 위험 노출…전세금 40% 하락시 집주인 10% 전세금 못 내줘

최근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대내외 충격 발생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696조600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5.9% 수준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기업금융은 1074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3%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이 부동산 기업금융 리스크를 평가한 결과, 금리상승, 부동산경기 둔화, PF 관련 신용사건 발생 등을 계기로 부동산 기업금융의 유동성·신용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PF유동화증권 지급보증 확대로 파급경로상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리스크가 PF대출 및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는 주요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또 신용경계감 증대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금리가 급등하고 발행 및 차환이 크게 위축되면서 이 증권에 대한 매입보증을 제공한 증권사와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도래 예정인 PF유동화증권(PF-ABCP 및 ABSTB)은 올해 12월 11조9000억원, 내년 1월 10조7000억원, 2월 7조5000억원, 3월 1조6000억원, 4~6월 2조8000억원 등 모두 34조5000억원이다.

한은 관계자는 “PF유동화증권 상당수가 올해 상반기 이전에 만기도래할 예정인 만큼 대내외 충격 발생시 유동성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은 전세가격이 단기간내 급락할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가중으로 임대인의 일부가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전세가격 하락 시나리오별 보증금 반환 능력을 추산한 결과 전세보증금이 10% 하락할 경우 집주인 85.1%는 금융자산 처분 만으로, 11.2%는 금융자산 처분과 함께 금융기관 대출 통해 보증금 하락분을 마련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집주인 3.7%는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추가 대출을 해도 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당 부족금액은 평균 3000만원으로 예상됐다.

또 전세보증금이 40% 하락할 경우에는 집주인 10.9%가 금융자산 처분이나 대출을 통해서도 전세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집주인 60%는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28.3%는 금융자산 처분과 함께 대출을 통해 전세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향후 집값 하락 폭이 확대되면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며 “향후 관건은 미국 긴축 기조 강화에 따른 주택가격 하방 압력이고, 국내 금융 자체가 주택 금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에 저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산가격이 큰 폭 뛰었고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조정 받는 과정에 있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장 유의해야 할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되면 차주들의 부실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인해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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