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메타버스(Metaverse)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재미’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를 표방하는 메타버스 사이트나 앱들은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교육, 커뮤니티 등의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서 머지 않아 사람들은 상당 시간을 메타버스 세계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태풍이 부는 주말에도 집에서 VR 헤드셋을 통해 가상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가상 축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웹3.0(Web3.0) 시대에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는 매력적이다. 이미 10대들 대다수가 메타버스에서 놀고 있다. 하지만 시작 단계인데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년여간 제페토에서 “게임 아이템을 주겠다”며 미성년자의 신체 사진을 전송받아 성착취물을 제작한 30대 남성이 최근 구속되기도 했다.

미성년자를 유인하거나 허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성폭력, 왕따, 학대, 착취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메타버스 운영자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고 부정적인 영향과 잠재적 위험 요소는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메타버스의 사회적 규칙을 만드는 논의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 미국 NGO 커먼센스 연구보고서 “10대는 메타버스를 좋아해”
얼마 전 미국 독립 비영리단체 커먼센스(Common Sense)는 <어린이와 메타버스 : 부모, 정책 입안자와 기업이 알아야 할 문제(Kids and the Metaverse: What Parents, Policymakers, and Companies Need to Know)>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커먼센스 ‘메타버스 화이트 페이퍼’ 연구보고서’ 표지>

20페이지 분량의 ‘메타버스 화이트 페이퍼’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메타버스가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정보 보안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자세히 분석하고 부모, 정책 입안자와 기업이 따라야 할 행동 규범을 제안하고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우려사항을 제시했다.

메타버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없다.

2021년 메타(구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거가 제시한 구상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기술을 통합하고 독점적인 하드웨어 장치를 사용하여 초몰입형 소셜 플랫폼을 만드는 모바일 인터넷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로 설명된다.

이상적인 메타버스는 참여(presence), 아바타, 개인 공간(home space), 순간이동(Teleporting),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 가상 상품,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Natural interfaces) 등 8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즉,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게임, 인공지능, 블록체인, 디지털 화폐, 센서 등과 같은 기술 도구와 응용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가상과 현실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새로운 네트워크 형태를 형성할 수 있다.

사용자는 VR 헬멧 등을 사용해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자신의 아바타를 사용해 경제, 정치,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이어갈 수도 있다.

현재의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은 완전히 디지털화되어 있다. 어려서 가정에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고 자라서는 학교와 커뮤니티 속에 널린 디지털 설비를 수시로 경험한다.

대다수 아동은 아주 어릴 때부터 디지털 제품에 노출되어 있다. 인터넷은 그들이 정보를 얻고 의견을 표현하는 중요한 통로일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어린이들의 온라인 활동 실태를 바탕으로 커먼센스는 VR/AR 게임, 엔터테인먼트, 소셜 체험 등 메타버스의 보급형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커먼센스의 조사에 따르면 8~15세 미국 어린이의 약 70%가 VR에 매우 관심이 있고, 10대 중 27%가 VR을 경험하 적이 있으며, 그 중 절반은 VR 사용을 매우 좋아한다고 답했다. ‘포트나이트(Fortnite)’ ‘마인크레프트(Minecraft)’ 같은 VR 게임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현재 메타버스는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를 빠르게 모으고 있는데 글로벌 1위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 게임의 경우 2021년 13세 미만의 월간 활성 플레이어(Mau)가 1억명이 넘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메이저 빅테크 기업들도 메타버스 내 매장 오픈을 서두르고 활발한 광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아동·청소년 등 장기 소비 잠재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집단을 유치하기 위해 이용자 밀착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효과적인 규제나 규칙이 적용되지 않은 채 황무지와 같다는 것. 모든 아바타는 어떠한 구속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놀고, 거래하고, 사교할 수 있으므로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부적절하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할 기회도 있다. 이것은 인지, 경험, 판단력이 부족한 아동들에게 특히 해로울 수 있다.

# 메타버스에서 위험에 직면하는 미성년자들
커먼센스는 메타버스에서 어린이들이 직면하는 위험과 위협이 주로 다음의 5가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첫째, 사생활 침해다. 메타버스의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정보 보안 문제는 모바일 인터넷보다 훨씬 복잡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현실을 투영하는 가상공간으로써 사용자의 신원, 생리적 반응, 행동경로, 사회적 관계, 대인관계, 자산, 사용 장면 등의 정보를 세밀히 마이닝하고 실시간 동기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해당 데이터 수집과 모니터링 밀도나 폭이 모바일 인터넷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또 한편으로 빅테크 기업이 메타버스에서 데이터 수집을 기반으로 한 개인화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하는 한, 사용자 데이터 수집 방법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VR 헤드셋의 경우, 여기에 포함된 카메라와 센서는 머리와 손 등의 서로 다른 18가지 움직임을 파악해 초당 약 90회의 신체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어린이가 VR 게임을 20분간 한다고 하면 디지털 기기에 약 200만 개의 고유한 신체 언어 데이터가 동시에 기록되며 이를 통해 어린이의 ‘운동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VR의 아이 트래커(eye tracker)는 눈 깜박임 시간, 동공 확장 및 홍채 인식을 포함한 더욱 많은 세부 사항을 측정하고, 사용자의 심박수, 근육 긴장, 미묘한 표정, 걸음걸이 등과 같은 신체 센서에서 캡처한 데이터를 결합하고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개인 특성, 문화적 소속, 기술적 능력, 기호 등의 정보를 추출하여 행동을 예측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타겟 광고를 구현할 수 있다.

어린이의 생물학적 데이터는 성인보다 민감하데 현재 메타버스 시스템은 사전 동의나 데이터 공정성과 같은 문제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성년자는 메타버스 상에서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에 좀 더 쉽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취약점에 노출되어 있다.

둘째, 허위 정보와 행동 조작이다.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아바타의 익명성은 허위거나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는 메타버스의 가상 3D 소셜공간을 사용하여 활동을 진행하고, 극단주의적 사상을 전파하거나 폭력적인 공격을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판단력과 자제력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VR이 가져다주는 3D 경험이 모바일 인터넷의 2D 이미지보다 더 쉽게 기억돼 잘못된 인지 현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셋째, 신체적 부적응 문제다. 미국에서는 VR 헤드셋을 사용한 후 구역질, 현기증, 방향 감각 상실 혹은 공간 인지 상실과 같은 멀미 증상을 경험하는 아동 사례가 이미 많이 발견됐다.

어린이가 VR 헤드셋을 착용해 가상 몰입 환경에서 걷거나 위를 오르거나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 실제 신체 감각이 눈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뒤처지는 경우가 많아 신체적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

VR의 이미지 초점 레벨은 헬멧 디자이너가 설정한다. 아이들의 눈은 현실 세계처럼 눈에 보이는 장면을 변경하여 이미지 초점을 곧바로 바꾸기 어렵다. 가상 장면을 오랫동안 응시하면 필연적으로 눈의 피로와 시력 감퇴를 유발할 수 있다.

넷째, 음란물과 성폭력 문제다. 커먼센스는 성폭력, 왕따와 기타 형태의 폭력이 규제를 받지 않고 메타버스 상에 만연하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한다.

로블록스(Roblox)에서 사용자는 가상 스트립 클럽을 만들 수 있고 미성년자가 성인에게 가상 댄스 서비스를 제공하면 팁을 제공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는 이것을 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3D 비전 헬멧, 촉각 장갑과 감지 조끼 등 VR 장치가 제공하는 매우 사실적인 경험은 사람들에게보다 현실과 유사한 경험은 물론 동일한 수준의 두려움도 가져다 줄 수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그에 따른 피해 정도가 당연히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다섯째, 심리적 위험이다. 현재 메타버스에 연결된 VR 헤드셋 등 기기에 대한 사용연령 인증은 매우 ​미흡하다. 두뇌가 미성숙한 어린이가 적절한 통제없이 가상 환경에서 생생한 3D 몰입형 콘텐츠를 접할 경우, 성인보다 쉽게 VR 중독, 인지 부조화, 부정적인 정서 강화, 폭력행동 모방 등의 심리적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에서 아동의 디지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5가지 위험을 기반으로 커먼센스는 연구보고서에서 IT 기업, 정책 입안자와 부모를 위한 거버넌스 권장 사항과 행동 조정 포인트를 각각 제시했다.

# IT 기업은 서비스와 시스템 설계시 아동 이익 최우선 고려해야
IT 기업은 가상세계에서 어린이가 직면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VR 하드웨어와 메타버스 시스템 설계 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VR 헤드셋 등 주류 하드웨어 장치는 거의 모두 성인 남성의 특성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어 어린이의 생리적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스템 또한 엄격한 연령 확인이나 나쁜 정보를 선별, 차단, 보고하는 메커니즘이 부족하다. 이는 즉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이다.

개발자는 사용자의 신원 인증 주권이나 탈중앙화 신원 인증 시스템 구현을 지원하고,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투명하고 정보에 입각한 동의, 사용자 중심의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설정하여 사용자의 본인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제어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용자의 희망에 따라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간에도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

# 정책 입안자들은 메타버스가 규제회피 수다 되지 않도록 단호해야
보고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가는 대다수 미성년자의 디지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무엇보다도 빅테크 기업이 메타버스를 규제회피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메타버스 운영을 규제하고 투명성을 촉진하는 규정도 인터넷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법률에 통합시켜야 한다. 또한 입법가들은 관련 전문가, 개발자와 심리학자 등으로 업계감독위원회를 구성해 메타버스가 어린이에게 미칠 잠재적인 피해를 조사하고 최적의 실천 방안을 집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 강제력이 있는 아동 개인정보 보호법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 플랫폼이 이에 동의토록 해야 하며 아동 데이터 수집을 최소화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특히 메타버스 세계에서 사용자의 비언어적 생체 데이터 수집에 대한 추가 제한을 부과하는 동시에, 광고주가 개인 데이터를 사용해 광고를 집행하는 것을 금지시켜 자신들의 메타버스 사용자들로부터 생체 식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 부모는 미성년자의 우산 역할, 전과정 모니터링 필요
기업의 이윤 추구와 정부 규제의 상대적 지연을 감안할 때 부모는 자녀가 메타버스에 진입하기에 앞서 첫 번째 우산이 되어야 하고 메타버스의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VR 제품 디자인과 연령 제한 여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 아이를 위한 더욱 안전한 장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비스 약관을 읽는 것도 아이가 추적되는 방식이나 개인정보 설정 방법 등을 명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메타버스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부모는 VR 사용을 한 번에 20분 이내로 제한하고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주변 물건을 제거하고 전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VR이나 메타버스 탐색 활동을 할 때는 부모도 다른 사람을 차단하거나 헬멧을 벗는 등 유해 콘텐츠와 부당한 침해를 막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메타버스 안에서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이해하고, 적시에 안내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휴대폰과 인터넷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메타버스는 앞으로 인간의 사회생활을 지탱하는 기저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고 광범위하지만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고 규제되지 않은 공간이다. 교육,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메타버스의 변화와 혁신은 확실히 어린이 발달에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점점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함에 따라 어린이에게 미치는 개인 정보 위험과 심리적 피해는 인터넷을 훨씬 능가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궁극적으로 좋은지 아닌지는 사람들이 잠재적인 피해를 얼마나 잘 통제하는 지에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 IT 기업, 학교가 책임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학부모, 교사 등의 이해 관계자가 각자의 책임소재를 이해하고 메타버스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며, 관련 기술과 응용 프로그램의 변화에 ​​경계를 기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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