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머지포인트 서비스 중단사태로 인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머지포인트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결제 서비스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는 그간 전자금융업자의 라이센스 획득 없이 모바일 상품권 발행 등의 영업을 지속해오다 당국의 제재를 받아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 전금업 미등록 배경에 의문…”현재 전금법에도 한계 있어”

스타벅스와 같이 발행업자와 가맹점이 일치하는 경우는 전금업자 자격에 해당되지 않지만 머지플러스와 같이 발행자가 다른 가맹점의 상품권을 발행하는 경우는 전금법 규제 대상이다. 때문에 머지플러스는 전금업 자격을 획득했어야 했지만 전금업자 등록없이 사업을 영위해왔다.

업계에서는 머지플러스가 전금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전금업 등록을 위한 자본금이 매말랐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전금법 등록을 위해서는 초기 자본금 20억원, 부채비율 200%,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 20% 등의 규제에 맞춰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머지플러스가 상품권을 1천억원 정도 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자기자본비율 등을 유지하지 못했던 게 아니겠느냐”면서 “법을 지키면서도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왜 등록을 안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관계자들은 전금업에 등록돼 있다 하더라도 현재로써는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금법에는 고객 충전금으로 돌려막기를 한다 해도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단이 도입돼 있지 않아서다.

이에 지난해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디지털금융 육성을 위해 금융업을 송금, 결제, 대행 등의 기능에 따라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 ▲지급지시전달업 등 4개 업으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머지플러스는 여러 가맹점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활용(대금결제)되기에 대금결제업에 해당한다.

또한 전금법 개정안에는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인 예탁금 보호를 위해 자금이체업자나 대금결제업자가 예탁금 100%를 의무적으로 은행과 같은 외부 금융회사에 예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는 유사시 선불로 지급한 자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으며, 고객 1일 총 이혼한도도 1천만원으로 신설되는 등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 “전금법 개정안 보류된 데는 한은과 금융위간 다툼이 커”

그런데 전금법 개정안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주도권 싸움으로 10개월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한은과 금융위의 입장이 정리가 돼야 전금법 개정안을 통과 시킬 수 있다”면서 “계류된 원인은 한은과 금융위의 갈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전금법 개정안이 금융결제원 등을 외부청산기관으로 삼고 금융위가 청산기관의 허가·감시·감독·규제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금결원 등 청산 기관의 관할은 금융위가 맡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한은의 권한이었던 금결원과 지급결제시스템 관할권을 금융위로 넘겨줘야 하는 만큼 두 기관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업계에서는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전금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머지포인트 사태만 보더라도 당국 입장에선 사전에 이런 업체들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한건 사실”이라면서 “금융위와 한은 사이의 입장이 정리되고 전금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금법 개정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전자지급결제 사항을 제외하고 개정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 중 지급결제 관련 조항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며 “국회에서 지급결제 관련 조항을 제외한 전금법 개정안을 조속히 논의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소비자보호 체계가 시급히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히려 소비자 보호 관련 일부 조항은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재 개정안은 선불충전금의 보호를 위해 송금액 100%, 결제액의 50%를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바, 영국·독일·중국 등 주요국처럼 결제금액의 100% 외부예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문은 발표된 바가 없다”면서 “다만 금융위는 지속적으로 소비자 구제를 위해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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