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라 불리는 커스터디 사업에 암호화폐 거래소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커스터디는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자산보관과 더불어 매입·매도를 대행하기도 한다. 올들어 전통 금융회사들과 대형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을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올해 주요 전통금융과 거래소들의 커스터디 사업 진출 현황

특히 전통 금융에서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된 자산의 미래 자산 잠재력을 인지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가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주목하며 커스터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지혜 헥슬란트 수석 연구원은 “자산의 디지털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통 금융의 참여에 대해 “암호화폐뿐 아니라 유무형 자산이 디지털화될 것이고, 이때 많은 거래가 블록체인으로 확장된다면 입출금이나 거래에 있어 핵심요소인 자산의 안전한 보관, 지갑이나 커스터디 사업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투자자들의 자산 보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수수료 수익 모델에서 커스터디 기반 금융 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투자 리스크 해소하고 ‘기관’ 유치 대비

우선 기존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고 있던 거래소들은 투자자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며 성숙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커스터디 사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체인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7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자산이 도난 당했다.

현재 빗썸이 볼트러스트를 준비 중이다. 빗썸은 지난 4월 커스터디 서비스 사업자 ‘볼트러스트’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내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 암호화폐 시장 참가자별 커스터디의 필요성 <출처 = 헥슬란트>

무엇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잠재적 큰 손들을 맞이할 준비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관련 투자상품이 제도권에 들어서고,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즉, 암호화폐 투자상품에 참여할 기관들과 여러 프로젝트 팀들을 위한 수탁 서비스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인 것이다.

특히 이 요소는 대형 글로벌 금융 기관 ‘피델리티’와 대형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이 모두 뛰어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인베이스의 커스터디 이용 규모는 증가 추세다. 지난 5월 코인베이스 수탁 기업인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의 수탁 자산이 서비스 출시 12개월 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 사업 확장 잠재력 무궁무진…경쟁 치열

무엇보다 이들은 커스터디를 꾸려 미래의 은행 사업 기반을 다지고, 향후 대출이나 스테이킹 등 여러 영역에서 응용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거래소의 경우, 거래 수수료에 한정돼 있는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커스터디 사업을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를 확장하고자 할 것이다. 실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기관들이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에 단지 자산을 맡겨 놓는데 그치지 않고, 스테이킹과 투표를 통한 온체인 거버넌스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체인파트너스 또한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는 일종의 은행 역할을 하며, 단순 보관뿐 아니라 대출, 정산 및 청산, 스테이킹, 결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될 잠재력이 있다”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 또한 “커스터디는 미래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산업 초기에 규모의 경제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은 선점 효과를 통해 쌓인 막대한 예치 자산을 운용해 여러 디파이 상품을 꾸릴 수 있고, 기존의 은행 및 증권사 역할을 수행하여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 신생기업이 대기업의 브랜드와 자본력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체인파트너스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의 핵심은 ▲신뢰 ▲기술적 보안성 ▲규모의 경제인데, 블록체인 신생기업이 대기업의 브랜드와 자본력을 능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가 차이가 있듯이,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도 앞으로 대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블록체인 신생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내 디파이 업체 한 관계자는 “전통 금융권에서의 신사업과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전통 금융사업 진입 간의 싸움이자 경쟁 구도”라며 “다만, 커스터디는 혹시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산 규모 여부도 중요한데, 이 측면에서 전통 금융의 경우 기존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통 금융에서는 암호화폐 커스터디 기술 솔루션이 필요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블록체인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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