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은행으로부터 아주 낮은 비용으로 유로와 엔화 등 돈을 빌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명목화폐-암호화폐’ 캐리 트레이드가 새로운 투자 전략으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유럽과 일본 같은 일부 선진국에서 초저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가 자리를 잡으면서 전통 자산에서 발생하는 낮은 수익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노리고 명목화폐-암호화폐 캐리 트레이드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전략이다. 과거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컸던 시기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 대출을 받은 뒤 달러화 자산을 매입하는 엔 –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했었다.

2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분석에 따르면 명목화폐와 암호화폐의 캐리 트레이드는 나름 가능성을 지닌다. 바이낸스, 크립토 닷 컴, 셀시우스 네트워크, 블록파이 같은 암호화폐 자산 플랫폼들은 이미 고객이 예치한 암호화폐 자산에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주요 암호화폐 자산 플랫폼 연간 이자율

차트: CoinDesk

 

지급 이자는 거래소 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암호화폐 대출업체 넥소(Nexo)는 DAI, USDC, 팍소스 스탠다드(PAX), 트루USD, 테더(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에 연 최고 8%의 이자를 지급한다. 반면 비트파이넥스의 이자율은 0.66%로 낮은 편이다.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이자율이 차이 나는 것은 예치 조건이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비트파이넥스의 경우 이자율은 낮지만 고객들이 원할 때 언제든 인출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크립토 닷 컴은 최소 90일간 자산을 예치해야 연 6% 이자를 지급한다. 하지만 블록파이는 고객들이 원할 때 인출을 허용하면서도 연 6.20%의 이자를 제공한다.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들의 이자율은 선진국 은행 금리에 비하면 월등 높은 수준이다. 독일, 일본, 스위스, 스웨덴 기준 금리는 마이너스다. 비교적 금리가 높은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1.75%다. 선진국 회사채 금리 또한 아주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와 향후 불확실성으로 이 같은 저금리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되거나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명목화폐와 암호화폐간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선진국 금리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차트: CoinDesk. 데이터 출처: Trading Economics·Get the data

 

유명 암호화폐 분석가 플랜B는 최근 트위터에 “명목화폐와 비트코인 캐리 트레이드는 비트코인의 성장에 있어서 다음 단계”라고 전망했다. 그는 마이너스 0.5%의 이자율로 명목화폐를 빌려 비트코인과 선물을 매입해 연율 12% 이상 수익을 올린 뒤 매도할 것을 권유했다.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