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보유한 코인을 맡기고 보상금을 받는 스테이킹(예치) 서비스의 국내 규모가 조 단위로 불어났다. 2년 만에 1000% 넘게 뛴 수준이다. 향후 도래할 상승장에 맞춰 서비스 과열이 예상되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운영하는 스테이킹 서비스 누적 예치액이 지난달 3조원을 넘겼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국내외 중앙화 거래소의 스테이킹 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분기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A의 스테이킹 서비스 누적 예치액은 2724억원에 달한다. 업비트가 같은 시기(2022년 1월) 스테이킹 서비스를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예치액은 1001% 늘어난 셈이다.

서비스 규모만큼이나 제공 중인 이자 단위도 커졌다. 현재 업비트는 ▲이더리움 ▲코스모스 ▲에이다 ▲솔라나 ▲폴리곤 등 가상자산 5종의 스테이킹을 지원하고 있다. 연 추정 보상률은 가상자산 별로 다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이더리움(ETF)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해 이자는 930억원으로 집계된다. 업비트가 추정한 이더리움 스테이킹 연간 보상률은 3.1%다.

추정 보상률이 가장 높은 코스모스(ATOM)로 계산하면 이자 단위는 5배 넘게 뛴다. 현재 코스모스 연 추정 보상률(16.6%)로 따지면 스테이킹 이자만 4980억원이 나가게 된다.

◆코인 예치가 뭐길래…거래소 간 경쟁도 치열

코인 예치로 불리는 스테이킹은 쉽게 말해 보유한 코인을 맡기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 서비스다. 구조만 보면 기존 은행권의 이자 사업과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예금의 경우 은행은 이용자가 맡긴 돈을 ‘운영’해 이익을 낸 뒤 예치한 금액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자’를 대가로 지급한다. 하지만 스테이킹의 경우 거래소가 이용자가 맡긴 코인을 해당 코인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하고 그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하는 형태다.

다시 말해 거래소는 맡은 코인을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하도록 중간에서 ‘대행’하는 중개인일 뿐 은행과 같이 맡은 자산을 ‘운용’하는 곳이 아닌 것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스테이킹은 투자자 자산을 일정 기간 맡긴다는 측면에서 은행 예금과 자주 비교되지만, 맡은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금과 다르다”며 “현재 서비스도 맡은 가상자산을 운용하거나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100% 스테이킹 중”이라고 말했다.

업비트를 비롯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 일부를 수익으로 챙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스테이킹 보상에서 수수료 몫을 먼저 공제한 뒤 이용자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업비트의 경우 10%를 공제하고 남은 몫인 90%를 이용자에게 보상 이자로 나눠주고 있다.

국내외 주요 거래소들이 스테이킹 서비스에 주력하는 이유기도 하다.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가 유일한 수익이었던 시장 구조에서 스테이킹 중개 수수료를 새로운 수입원으로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업비트를 비롯해 빗썸과 코인원 등 국내 대형 원화 거래소들은 최근 자체 스테이킹 서비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등 대형 글로벌 거래소들 역시 지난해부터 사업 다각화를 위해 스테이킹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원화 거래소 간 스테이킹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스테이킹 특성상 일정 기간 가상자산을 맡겨야 하므로 거래소 전체 자산 유치를 위해서라도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모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2·3위인 빗썸과 코인원은 업비트와 차별화를 위해 데일리 스테이킹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일반적인 스테이킹 서비스와 달리 매일 입출금이 자유롭게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뱅킹 파킹 통장과 유사한 형태의 상품이다.

실제로 현재 업비트 서비스는 스테이킹 대기에 12일이 걸리고, 언스테이킹(출금)으로 자금을 회수할 때도 대기에 10일이 소요된다.

반면에 빗썸과 코인원이 내놓은 데일리 스테이킹 서비스는 회수 대기 기간이나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수익이 발생한다. 다만 자금이 묶이지 않기 때문에 연 추정 보상률도 그만큼 낮다. 이더리움 기준으로 빗썸은 연 1.02%, 코인원은 연 0.76%다.

◆금융당국도 주목…리스크는 없나

코인 예치는 기존 예금 상품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점이 매력이다. 다만 그만큼 리스크가 높은 것도 유의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가파르게 성장한 국내 코인 예치 서비스 현황을 살필 계획이다.

국내 원화 거래소 고팍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팍스의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는 지난 2022년 FTX 파산 사태 여파로 현재까지 출금을 중단한 상태다. 당시 묶인 전체 피해 자산 규모만 700억원에 달했다. 이후 바이낸스 자금으로 일부(25%) 금액이 상환됐지만, 가상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나머지(75%) 미지급금은 지난해 말 기준 640억원까지 불어났다.

맹주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가상자산 스테이킹 서비스는 높은 이율로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런 고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보안이나 보상 분배 구조가 불투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경우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자산을 투자하지만, 서비스 운영자의 문제 발생이나 보안상 이유 등으로 자산이 손실될 수 있다”며 “정해진 기간 출금이 불가한 상태에서 가상자산 가치가 급락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도 같은 지점을 우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역시 FTX와 고파이 사태 등으로 피해가 컸던 만큼 거래소 내부적으로 이용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거래소별 스테이킹 서비스 현황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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