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출시한 라인, 사용자 9천600만명 日 국민메신저 돼…데이터주권 차원서 중요성 커져
정보유출 계기 ‘네이버에 강한 의존’ 문제의식↑…집권당, 공공재 명분 노골적 ‘日기업화’ 목소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일본 정부가 메신저앱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에 이례적으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하면서 네이버와 자본관계 재검토 등을 요구하고, 이에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겠다고 공표하면서 라인야후를 ‘압박’한 일본 정부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두 차례 행정지도가 개인정보 유출 재발을 방지할 보안강화 요구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AI(인공지능) 시대 중요성이 커지는 데이터주권 차원에서 ‘국민 메신저’ 라인야후의 ‘탈(脫) 네이버’를 압박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라인야후가 명실공히 네이버로부터 ‘독립’해 일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집권 자민당 일부 의원이 라인야후에 대해 “명실공히 일본 인프라가 아니면 안 된다”며 엄격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9일 보도해 주목된다.

◇ 네이버가 내놓은 라인, 1억명 가까이 사용 ‘日 국민메신저’…정보 유출에 日정부 ‘강경’

라인은 네이버가 동일본 대지진 발생 3개월 뒤인 2011년 6월 출시했다.

이후 일본에서 빠르게 자리 잡아 지금은 행정 서비스에도 활용되고 월간 이용자 수가 9천600만 명에 이르는 사실상 ‘국민 메신저’가 됐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19년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 경영을 통합하기로 합의했고, 라인과 야후재팬이 지난해 10월 합병해 ‘라인야후’라는 새로운 회사가 됐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3월과 4월에 라인야후를 대상으로 연이어 행정지도를 한 계기는 지난해 불거진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태였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와 거래처, 종업원 등 개인 정보 44만 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서 제3자의 부정한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조사를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개인 정보 수가 51만여 건으로 늘었다고 했다.

이러자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지난달 16일에도 사고 재발 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지도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 신문은 첫 행정지도 이후 라인야후가 제출한 보고서 내용에 네이버와 네트워크 완전 분리에 “2년 이상 걸린다”는 전망과 구체적이지 않은 안전 관리 대책이 담겼으며, 이에 일본 정부가 분노해 추가 행정지도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네이버 본사

◇ 日정부 “지분매각 강요 아니다” 라지만 日집권당 일각서 ‘日기업화’ 노골적 목소리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라인야후 문제와 관련해 “행정지도 내용은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지도를 내린 총무성의 당국자도 지난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행정지도 조치는 지분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황 전개를 보면 이같은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결산설명회에서 “모회사 자본 변경에 대해서는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일본 정부 또는 집권당 측이 지난해 네이버 클라우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라인의 네이버 의존 탈피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라인야후 측에 ‘해법’을 강하게 요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억명 가까운 일본인이 사용하는 메신저는 정보 주권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는 이날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네이버에 대한 강한 의존을 문제시해 왔고, 네이버가 기술 위탁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라인야후 정보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총무성이) 양사(라인야후와 네이버)가 공통으로 이용하는 시스템 분리뿐만 아니라 자본 관계 재검토까지 압박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지난 6일 총무성이 라인야후가 내놓을 대책에서 네트워크 분리와 안전 관리 강화 외에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얼마나 끊어낼지’를 최대 논점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 집권당에서는 라인이 ‘공공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라인과 네이버 간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노골적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은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두 번째 행정지도를 한 직후 “플랫폼 사업자는 사기업인 동시에 공공재”라며 “근본적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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