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 맥신까지 테마주 열풍이 이어지면서 일부 상장사의 최대주주와 임원들이 고점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 달 2차전지 회사 임원들이 보유 지분을 팔더니 최근에는 초전도체주 회사에서 매도 공시가 잇따르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파워로직스의 최대주주 특별관계자인 김원남 탑엔지니어링 사내이사는 지난 7일 파워로직스의 지분 0.25%를 매도했다. 김 이사는 8만4800주를 9640원에 팔아 8억2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파워로직스의 또다른 주요 주주인 에코플럭스는 14일 지분 0.37%를 팔아치웠다. 에코플럭스는 12만6060주를 1만6730원에 팔아 21억원을 챙겼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지분을 매각한 시점은 한달 전만해도 5000~6000원대를 맴돌던 파워로직스 주가가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을 타고 사흘 연속 상한가를 찍었던 날이다.

비등기임원인 장동필 부사장과 김대현 상무이사도 지난 23일 각각 이 회사의 주식 4000주, 1270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시간외 매매에서 파워로직스 주가는 종가 보다 1.19% 내린 9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초전도체 관련주 중 하나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서남도 지난 7일 이헌주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서남 주식 45만598주 중 4만주를 1만980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 부사장이 매도로 현금화 한 금액은 4억3920만원으로 보유 지분은 2.09%에서 1.84%로 0.25% 줄었다.

같은 날 이재훈 상무도 1만980원에 6만7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앞서 이 상무는 4일에도 7만주를 8450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번 매도 전까지 서남 주식 14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던 이 상무는 두 차례에 걸쳐 14만주를 처분하면서 보유 주식은 2000주만 남게 됐다. 이 상무는 해당 매도로 13억2716만원을 챙겼다.

두 임원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날은 서남이 회사 홈페이지에 ‘초전도체 테마주가 아니다’라고 공지한 날이다. 초전도체 테마에 올라타기 전 3000원 안팎에서 움직였던 서남 주가는 지난 8일 장중 1만543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24일 종가 5000원으로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빠졌다.

신성델타테크에선 지난 4일 주요 주주인 한 일본법인이 지분 1.69%(46만5387주)를 장내매도를 통해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처분 단가는 1만2318~2만5600원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지속적으로 정리됐다. 지분 정리 다음 날인 3일부터 4일까지 주가는 2만5600원에서 1만9100원으로 25.39% 급락했다.

코스피 상장사 덕성에선 최대주주인 이봉근 대표의 친인척 이제종 씨는 올해 3월 말 기준 덕성의 지분 1.99%(31만147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일과 7일 두 번에 걸쳐 5만3600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앞서 에코프로비엠과 금양 등 2차전지 회사 고위 임원들이 주가 급락 직전 자사주를 잇따라 처분해 논란이 일었다. 에코프로비엠 임원 4명이 지난달 27, 28일(결제일 기준) 자사주 5790주를 장내 매도했다. 8만주를 갖고 있던 허재훈 상무도 지난달 27일 4만주를 주당 15만1615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임원들의 대량 매도가 일어난 지난달 27일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하루새 17.2% 급락했고 금양도 임원의 매도일인 이날 22.4% 내렸다.

통상 증권가에서는 최대주주나 임원의 지분 매각은 시장에서 악재로 인식된다.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인 만큼, 갖고 있던 회사 주식을 처분한다는 것은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는 ‘매도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대주주와 임원들의 주식거래를 사전공시토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상장사 임원·대주주의 주식 거래에 대한 사전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법안이 통과된 뒤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획득할 수 있는 임직원들과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의 주식 매도 행위는 당연히 사전 공시를 통해 시장에 정보를 알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면서 “지분율이 0.5% 이상 되는 대주주나 임원이 지분을 매도했을 경우 시장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만약 공시 위반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거래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